상큼한 청춘 영화가 숨막히는 긴장과 흥분으로 반전된다
크랭크인 5일 전,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과연 영화는 완성될 수 있을까?도심에 있는 활기찬 대학 캠퍼스. 문학부 과목 “영상 워크샵”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하지만 크랭크인 5일을 앞두고 주연 배우는 갑자기 그만두고, 예산은 부족하며, 작품의 해석을 두고 스텝들은 마찰을 일으킨다. 한편 감독인 마츠카와는 스토커 같은 여자 친구 유카리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조감독인 기요코는 남자 친구가 여행간 사이 두 명의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촬영 시작일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좌충우돌 하는 영화 제작은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바람둥이 감독 마츠카와를 비롯해 온 스텝들은 연애 문제와 함께 끊임없이 제각각 사건 사고를 일으키며 과연 영화가 완성될 것인가에 대해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생각지도 못한 트러블이 속출하면서 영화를 둘러싼 학생들의 소동과 열기는 정점에 다다른다. 결국 위태롭게 진행되던 영화 촬영 도중 예측불허의 사건이 터지고, 촬영 현장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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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oviemore
젊은 영화학도들의 험난한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카뮈 따윈 몰라>는 탁월한 롱테이크의 묘미를 통해서 시작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영화다. 화창한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분주히 무리지어 오가는 학생들, 운동부 학생들의 훈련 모습, 신나는 음악에 맞춘 춤 동아리의 공연까지 영화의 오프닝은 다수의 인물들이 교차로 등장한다. 그리고 유려한 카메라 워크 속에 롱테이크로 촬영된 화창한 대학 캠퍼스는 젊음의 생명력으로 두근거린다.
영화의 초반부는 긴 호흡으로 등장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키며 캐릭터 개개인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힘을 쏟는다. 각각의 인물들은 연애문제, 취업문제로 복잡한 현실에서 단체 작업인 영화 촬영에 쉽게 집중하지도 못한다. 더불어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 <지루한 살인자>의 작품 해석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크랭크인 5일을 앞두고 인물들이 만들어나가는 각각의 사건과 대화는 그들이 만드는 영화의 이야기와 버무려지며 알 수 없는 불안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결국 다가온 크랭크인. 영화 촬영은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 보이지만 촬영이 계속 될수록 스크린 넘어 관객은 예상치 못한 혼란으로 빠져들게 된다.
경쾌한 청춘 영화, 혹은 실제와 허구에 대한 심오한 담론
지난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되며 열렬한 관객 반응을 이끌어냈던 영화 <카뮈 따윈 몰라>는 젊은 영화 학도들의 좌충우돌 하는 영화 제작기를 다루고 있다. 크랭크인을 5일 앞둔 시점에서 주연 배우는 펑크를 내고, 바람둥이 감독은 여자 친구 문제로 골치를 썩고 조감독은 취업 걱정과 연애 감정 사이에서 방황하며, 담당교수는 한 여학생에 대한 연정으로 혼란스럽다. 이렇듯 불안정하고 미숙한 학생들의 고민과 열정은 현실과 영화 작업에서 동등하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카뮈 따윈 몰라>가 주는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현실과 이상,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인물들은 자신들이 찍는 영화에 대한 이해마저 버겁다. 그들의 영화 <지루한 살인자>는 어느 날 그저 지루한 기분에 ‘살인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하고 한 노파를 살해한 고등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른 <지루한 살인자>의 주인공 ‘다케다’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와 동일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 앞에서 스텝들은 인간 내면의 정상과 비정상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된다.
정상과 비정상, 실제와 허구의 그 모호한 경계는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 선 젊은이들의 현실과 이상, 그들이 만들고자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심리와 맞닿으며 영화 안팎으로 묘한 일치감, 혹은 괴리감을 선사한다. 결국 <지루한 살인자>의 주인공 ‘다케다’ 역을 맡은 이케다는 느닷없는 살인을 저질렀을 때 그 기분은 어떨지 느껴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며 촬영에 들어가고, 감독 마츠카와의 여자 친구 유카리는 배신한 애인을 난간에서 밀어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하며 이를 실행한다. <카뮈 따윈 몰라>의 인물들은 정상과 비정상, 실제와 허구, 충동과 이성 사이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인가?
<카뮈 따윈 몰라>를 통해 만나보는 거장 감독들과 그들의 영화
젊고 열정적인 영화학도들의 ‘7일간의 영화 제작기’를 다룬 <카뮈 따윈 몰라>는 청춘의 열정과 경쾌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유쾌한 영화다. 하지만 그 유쾌함은 단지 젊은 주인공들의 에너지만은 아니다. 영화학도들의 이야기인 만큼 이 영화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영화 제목과 거장 감독들의 이름이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시작과 함께 이어지는 약 15분가량의 롱테이크에 대해 마치 설명이나 하려는 듯 영화 속 주인공들은 오슨 웰스의 <악의 손길>, 로버트 알트먼의 <플레이어> 등 유명한 롱테이크 씬에 대해 언급한다. 장 뤽 고다르, 파트리스 르콩트, 레오 카락스, 프랑소와 트뤼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감독과 영화 리스트는 <카뮈 따윈 몰라>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루치노 비스콘치의 <베니스의 죽음>, 프랑소와 트뤼포의 <아델 H이야기>는 <카뮈 따윈 몰라>에서 캐릭터 형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은 마치 오마쥬인 듯 두 영화의 주인공들을 자신의 영화에 고스란히 되살려 놓고 있다.
영화과 지도교수 오야마 교수는 부인과 사별하고 엉뚱한 장소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여 학생들 사이에서 ‘아센바흐’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베니스의 죽음>에서 미소년에게 반해 예술에 대한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는 주인공 구스타프 아센바흐처럼 한 여학생에게 반해 감정의 혼란을 겪게 된다. 더불어 마츠카와의 여자 친구 유카리는 남자친구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친구들로부터 ‘아델’로 불리다가 결국 실제의 아델처럼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이렇듯 <카뮈 따윈 몰라>에서 거장 감독들의 이름이나 고전 영화와의 연관성은 은유적으로, 때로는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카뮈 따윈 몰라>의 영화적 텍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장치로 쓰인다.
Production Note
영화 속 영화, <카뮈 따윈 몰라> 안의 <지루한 살인자>
<카뮈 따윈 몰라>에서 학생들이 제작하는 영화 <지루한 살인자>는 2000년 아이치현 토요카와시에서 실제로 일어난 남자 고교생에 의한 노파 살인사건을 취재한 르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실험해 보고 싶었다.’고 진술한 소년의 부조리한 진술에 강한 인상을 받은 야나기마치 감독은 마침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경험한 것들을 첨가하여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모호한 영화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 기막힌 살인사건을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 문제로 던지고 거기서 퍼지는 파문을 그려내고자 한 감독의 의도는 영화 속 영화 <지루한 살인자>의 제작 도중, 학생들이 사건을 일으킨 소년의 정신 상태와 서로 겹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에서 변용이 이루어진다.
베테랑 스텝과 실제 영화과 학생들의 공동 작업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이 대학에서 학생에게 영화 제작을 강의했던 경험에서 태어난 이 기획은 릿쿄(立敎) 대학에서 촬영되었다. 릿쿄 대학에서만 가능한 채플(예배당)이나, 캠퍼스의 아름답고 단정한 매력은 <카뮈 따윈 몰라>의 생동감 있는 화면 속에 펼쳐진다.
한편 <첫사랑>, <달은 어디에 떠 있나>의 촬영감독 후지사와 준이치는 유려한 카메라 워크를 통해 이 영화를 빛내고, 야나기마치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을 하는 시미즈 야스아키는 음악을 맡아 영화의 흐름을 치밀하게 계산해 격조 있고 지적인 스코어로 쿨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밖에 릿쿄 대학 영화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많은 학생들이 스텝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감독이 본 현대의 젊은이들
야나기마치 감독은 영화 제작의 현장을 비일상적인 ‘축제’의 장소로 표현하고 있다. <카뮈 따윈 몰라>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타자(他者)와의 관계를 피하려고 하는 요즘의 젊은이들과는 달리 활력이 넘치고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들은 이 축제의 공간에 머무르며, 자기의 껍질 속에 틀어박히거나 시대의 분위기에 몸을 맡길 여유 따위는 생길 틈이 없다. 그 허구의 자력이 젊은 학생들의 현실까지 어떻게 침투하는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된다.
일본 영화계의 떠오르는 신예들로 이루어진 화려한 캐스팅
감독 ‘마츠카와’역을 맡은 카시와바라 슈지는 최근 국내에서 <수>를 개봉한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2004)를 비롯해 젊은 실력파 배우로서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존재다. 또한 나오키에게 집착하는 여대생 ‘유카리’는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요시카와 히나노가 맡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오묘한 표정 연기로 당당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한편 촬영 내내 색다른 연애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조감독 ‘기요코’역에는 아이돌에서 연기파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는 마에다 아이. 영화의 주역으로 발탁되어 이야기의 열쇠가 되는 ‘이케다’역에는(2001)의 주연으로 주목받은 나카이즈미 히데오. 촬영당시 16세였던 신인 쿠로키 메이사가 대학교수를 매료시킨 여대생 ‘레이’역을 연기했다. 그밖에도 대학교수 ‘나카조’를 연기한 혼다 히로타로, 직장인 학생 역의 타구치 토모로 등 베테랑들의 노련한 연기가 신예들의 신선한 감성과 어우러져 영화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