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는 젊은 여인들을 참혹하게 강간하고 폭행한 죄로 9년을 복역한 뒤 출소한다. 인쇄소에서 일하며 사회적응을 시작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파괴적인 욕망과 싸워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남자들과의 관계를 거부하며 살아가는 인쇄소 사장의 딸 네티가 있다. 둘은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테오는 자신의 자유의지가 폭력적인 본능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달아난다. 아무런 조명과 음악도 없이 로키로 느릿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여기서부터 괴이한 로맨스로 빠져든다. 테오는 또다시 연쇄강간을 시작하고, 네티는 사실을 알고서도 테오를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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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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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베를린 영화제서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타게스 슈피겔>지의 평처럼 <자유의지>는 끊임없이 관객을 괴롭힌다.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촬영된 강간 장면은 눈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저 관찰자의 시점으로만 지켜보는 냉정한 카메라는 차갑게 서려 있다. 과연 폭력적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는 연쇄강간범의 사랑 이야기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감독은 “<자유의지>는 강간범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어느 특정한 강간범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과학적 치료니 어쩌니 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2시간 반의 기나긴 여정이 마침내 바닷가에 도달하는 순간 감독의 말은 마침내 빛을 얻는다. 테오는 스스로의 손목을 깊숙하게 그어버리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의 옆에서 네티는 울부짖다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삶과 죽음이 모두 속죄와 구원의 또 다른 방식임을 나직하게 말하는 마지막 장면의 먹먹함은 극장을 나선 뒤에도 쉽게 가슴에서 털어내지 못한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