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평온한 삶을 유지한는 듯 보이는 중산층 남자 해리 앞에는 악몽과 같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해리는 부인과 딸로부터 심리적인 연대감을 맺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으며, 사업 유지라는 명목하에 방화 핑계로 보험금을 타거나 거래선에게 창녀를 붙여줘야만 한다는 현실은 그를 옥죈다. 그리고 베트남전, 도시폭동, 대통령 탄핵 뉴스가 주변에 자리한 미국 또한 거대하나 병든 해리의 집과 다름 아니다. '중산층의 윤리와 국가의 기반'이란 동료의 말이 들릴 리 없는 그는 2차대전의 악몽으로 끝없이 괴로워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향수(빅백드의 음악과 야구)를 추억할 때 그나마 행복하다. 해리는 더 이상 국가를 믿지 않으며,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순간을 살아남는 데 힘을 쏟는 인물을 대표한다. 커다란 동물원 우리에 갇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손을 뻗어 바다를 바라볼 자유를 쉽게 누리지 못하는 해리에게 '호랑이를 구하라'란 구호는 먼 이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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