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탓에 돈 많은 노인의 정부였던 과거로 인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경멸의 시선을 받던 오카네는 마을의 자랑인 군인 키요사쿠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전쟁은 이 사랑을 오카네에게서 영영 떼어놓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는 키요사쿠를 해함으로써 그를 지키기로 마음먹는다. <세이사쿠의 아내>는 군국주의와 폭력적인 집단의식에 대해 보내는 싸늘한 시선을 내포하는 영화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처절한 외로움과 그만큼 폭발적인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오카네와 키요사쿠의 사랑을 마스무라는 짓누르는 듯한 암울함이 우아함과 맞닿은 분위기를 내내 자아내며 보여준다. 무라타 미노루가 이미 만들었던 영화를 다시 만든 이 영화에서 마스무라는 남녀가 같이 자살하는 것으로 끝났던 무라타 영화의 결말을 바꿔놓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남자를 옆에 앉혀놓고 밭을 가는 오카네를 보여주는 <세이사쿠의 아내>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다운 사랑영화에 걸맞게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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