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신타로의 원작을 영화화한 <마른 꽃>은 그 이듬해에 만들어진 정교한 형식의 시대극 <암살>과 함께 시노다 마사히로가 쇼치쿠에서 만든 최고작으로 꼽을 만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무라키는 살인죄로 수감되었다가 풀려난 야쿠자이다. 다시 자신의 친숙한 ‘어둠의 세계’로 돌아온 그는 도박장에서 사에코라는 여자를 보게 되고 삶의 흥분감을 구하려 드는 그녀의 묘한 매력에 끌리게 된다. 시노다 자신은 <마른 꽃>이 뒤이어 유행의 물결을 탈 야쿠자영화의 모형이 되었다고 자신하지만 실은 이것은 진기(仁義)를 내세우고 액션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야쿠자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마른 꽃>은 암흑 세계의 구조가 되는 의식(儀式), 흥분의 원천으로서의 마조히즘과 파멸충동 같은 문제를 엄격한 미의식이 담긴 형식 안에 담아내는 암울하게 아름다운 영화라고 봐야 한다. 스토리보다는 비주얼이 앞서고 니힐리즘적 색채가 강한 이 영화는 그걸 빌미로 9개월이나 개봉이 연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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