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설가 기젤라 엘스너가 1992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보낸 몇 주의 시간을, 그녀의 아들인 오스카 롤러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소설가로서 퇴색한 명성과 통일된 독일의 현실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의 고뇌를, 영화 속에서는 ‘한나 플란더스’라는 이름으로 재창조된 가상의 인물을 통해 생생히 그리고 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철거 현장을 TV로 지켜보던 한나는 괴로워하고 있다. 전투적 좌파였던 그녀에게 동독의 붕괴는 차마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한 손에는 수화기를, 한 손에는 비소가 담긴 병을 들고, ‘지금 죽어 버릴거야’ 라고 읊조리는 그녀. 하지만 아직은 죽음의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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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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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회주의가 몰락하기 시작하자 사회주의를 지지하던 작가 플란더스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정처없이 헤맨다. 2004년 작 <아그네스와 그의 형제들(Agnes und seine Brueder)>에서도 68세대로 대변되는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를 탐색했던 감독의 2000년도 작품으로 무엇보다도 주인공 역을 맡은 독일 중견 여배우 한넬로레 엘스너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