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영화 이전에 고딕문학이 있었다. 18세기 영국에서 태어난 고딕문학은 초자연적 세계나 환상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당시에는 비평적으로 천대받았다. 그러나 19세기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 접어들면서 몇 명의 위대한 작가들에 의해 고딕문학은 호러 영화적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고, 고딕문학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호러장르를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어 소개되고 있다. 호러영화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웨일 감독의 <프랑켄슈타인>(1931)도 여러 번 영화화되었는데, 바로 <고딕>은 그 소설(원전인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배경을 이루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17세기 약물에 중독되어 환상적이고 무시무시한 주말을 보내야 했던 시인 바이런과 셸리, 그리고 그의 애인이었던 메리에 대한 실재적인 이야기를 러셀 감독은 몽상적인 환상과 현실과의 조화, 탐닉하는 성의 붕괴와 이상심리를 지적으로 조명해 내고 있다. 음악가들의 삶을 개성적으로 그려내어 주목받은 켄 러셀 감독은 늘 이상심리나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해서 강렬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매 작품마다 금기영역에 관한 우상 파괴적인 충동에 따른 성공과 실패를 적극적으로 감수하는 그의 실험정신과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의 끈질긴 접합을 시도하는 영화 작풍은 그의 영화를 개성적으로 돋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