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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구두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Silk Shoes

2005 한국 12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100분

개봉일 : 2006-06-22 누적관객 : 759명

감독 : 여균동

출연 : 최덕문(만수) 이성민(성철) more

  • 씨네215.00
  • 네티즌6.05

고향을 찾아 떠나는 가슴 따뜻한 로드무비

효심 가득한 북한 방문 프로젝트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뭐든 다 할수 있지 않아?”

자신이 감독한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후 의기소침해있던 만수에게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제작자가 빚을 견디다 못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 빚은 고스란히 만수에게 넘어온 것이다.
전화를 한 사채업자는 빚을 탕감해 주는 대신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 배영감의 소원을 들어달라는 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한다. 거짓으로 아버지의 고향인 개마고원을 꾸며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떠나달라고 한 것. 말이 돼냐고 항변하는 만수에게 영화 만드는 사람이면 뭐든 가능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돈 떼먹고 도망간 사람의 처참한 말로를 보여준다.

만수는 어쩔 수 없이 이 협박성 제안에 승낙하게 되고 효심 충만한 사채업자는 자신의 오른팔인 성철을 이 기상천외한 프로젝트에 합류시킨다. 성철은 감시 겸 북한 측 운전수 역할을 맡아 배영감을 위한 북한으로의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예전 영화제작에 동원되었던 보조출연진들을 북한 주민으로 분장시키고 양수리 판문점 세트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한 산골을 개마고원으로 설정, 드디어 배영감을 위한 북한 방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던 찰나에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의 등장으로 방북 프로젝트는 점점 꼬여만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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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평식감독의 진심은 읽히나 반세기전 악극을 보는 기분
제작 노트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여린 조폭 캐릭터
깊숙히 빠져들게 하는 인간냄새


고향에 가겠다고 집 나가기를 수십번… 이쯤되면 아무래 자식이래도 포기할 법한 고달픈 아버지이지만, 사채업자이자 조폭인 이 사람, 은근히 효심이 대단하다. 비록 아버지의 고향인 개마고원은 단순무식한 조폭일지라도 깡으로 밀어붙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자신의 돈을 빌려쓴 채무자이자 영화감독인 만수에게 아버지의 거짓 여행을 부탁하게 된다.

고향에 가겠다고 가출을 밥 먹듯이 하는 아버지, 게다가 치매까지 걸린 아버지라면 요즘 세상에 끼고 있을 자식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국영화의 주요 키워드이자 소재로 등장하고 있는 조폭들은 여균동 감독의 이번 신작 <비단구두>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성철을 비롯한 그의 두목은 조폭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아버지를 위해 돈을 들여 거짓 여행까지 꾸밀 줄 아는 꾸밈없는 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도 조폭다운 기질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안에서 풍겨나오는 사람냄새에 관객들은 하나둘씩 취하게 된다.

그 여행에서 행동대장 노릇을 하는 성철은 그 사람냄새의 절정에 올라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영화감독 만수가 여행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자, 돈 떼먹고 도망간 사람을 붙잡아 과감히 처치하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여주는 등 거친 모습은 여전하지만 여행의 종반부로 갈수록 그는 여리고 가슴따뜻한 이면을 드러내 보인다. 이런 감성어린 성향은 절제된 감정표현 속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어 관객들은 성철의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 빚어낸 보석 같은 역작 <비단구두>

곽경택 감독의 영화 <태풍>이 마케팅비용까지 200억원 가까이 지출하는 등 한국영화의 제작비는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는 중이지만 그 와중에도 작은 영화들은 그만한 비용만으로 저마다 색깔있는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고 있다. 단돈(?) 3억원의 초저예산 영화인 <비단구두>는 배우가 조명을 들고, 메이킹을 찍는 스탭은 스틸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는 제작과정 후문을 가진 저예산영화들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비단구두>는 3억원을 들여서 30억원 같은 화면을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예산문제 때문에 하루 12시간찍 촬영을 강행하고 일주일에 겨우 하루 휴식을 취하는 등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탭들의 고초는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지만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스탭들의 녹녹치 않는 노고는 기대 이상으로 깔끔하게 나온 화면과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전개로 재탄생되었다.

특히 겨울씬이 유난히 많은 탓에 폭설이 내린 날은 포크레인으로 눈을 긁고 난 후 촬영을 강행하기도. 그 추운 미시령 고개는 눈도 모자라 살을 에는 강풍까지 불어 제작진들의 얼굴은 하루도 트지 않는 날이 없었다. 이렇게 힘들게 영화는 철영되었지만 최근 스위스에서 열리는 프리부르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등 여균동 감독의 국내 골수팬에게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고향을 찾아 떠나는 가슴 따뜻한 로드무비 <비단구두>

영화 <비단구두>는 여균동 감독의 전작 <세상 밖으로>를 떠올리게 하는 로드무비이다. <세상 밖으로>에서 배우 문성근과 이경영에게 “빨리 가자우”하면서 팔을 잡아끌던 그 할머니를 기억하는가? <비단구두>는 이 할머니가 다 하지 못한 그 이야기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실향민이나 남북분단의 아픔을 그린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비단구두>에는 직접적인 북한묘사는 나타나지 않아도 그들의 슬픔은 가장 극명하게 표현돼 있다.

선배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는 여균동 감독은 그 선배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고향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늘 말씀하셨고 병환이 심해지자 선배가 진지하게 북행을 고민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정말 감동적인 것을 원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배영감을 업고 정말 북한으로 입성하는 이야기를 그렸겠지만 실향민에 대한 남한의 시선을 잡아내보고 싶었고 분단이라는 문제를 이데올로기나 현실 문제가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는 여균동 감독의 의도는 <비단구두>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로드무비’라는 장르에 탁월한 솜씨를 지닌 여균동 감독은 이번 영화 <비단구두> 역시 가짜 개마고원을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만들었다. 비록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깨닫게 되고 상대방을 따스하게 보듬아주게 된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가 일상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달콤한 청량제 역할을 할 터.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그곳, ‘고향’이라는 단어가 덧입혀져 영화 <비단구두>는 그야말로 로드무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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