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쥐는 힘, 터득, 파악력. 영화현장의 그립팀한테는 ‘그립’(grip)의 사전적 정의에 명시된 능력들이 모두 필요하다. 핸드헬드가 아닌 이상 카메라의 모든 이동을 책임지는 그립팀은 무거운 장비를 잡고 장시간 버티는 것은 물론 배우의 감정과 촬영감독의 호흡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그립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는 탓에 스스로 기술과 노하우를 터득하는 눈치도 중요하다. 그립팀 전문회사 영화사랑 대표인 최운진 팀장 또한 지난 12년간 맨땅에 헤딩하듯 능력을 갈고닦았다. “능력이 좋다고 자기 혼자 잘할 수 있는 그립팀은 없다.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아야 하고 촬영감독과 끊임없는 대화가 필수다.” 그래서 그립팀은 언제나 손보다 눈이 더 바쁘다. 배우의 움직임을 보면서 이동차를 밀고, 카메라에 달린 모니터를 보면서 초점거리를 짐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립팀이 사용하는 장비에는 돌리, 크레인, 트랙 그리고 일명 팬더로 불리는 유압식 돌리 등이 있다. 보통 한팀이 3명으로 구성되며 조수 2명은 장비를 운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밀고 당기는 동력을 제공하고 팀장은 손잡이를 잡고 방향을 결정한다.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촬영감독이 놀라고 모니터 보던 감독이 NG를 부른다. 일반 사람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감독의 의도와 촬영감독의 호흡과 자신의 감각이 한번에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기쁨 때문에 그립을 놓기란 쉽지 않다. 이왕이면 액션 장르를 선호하는 것도 카메라 무빙이 많아 정말 일하는 것 같기 때문. 하지만 능력에 따른 차이없이 무조건 장비대여료로만 책정되는 처우는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