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1930년대를 풍미했던 오스카 루돌프의 아들인 그는 영화를 주변에서 쉽게 접하면서 자라왔다. 아버지가 일하는 작업장에서 스튜디오 사람들을 보며 영화에 대한 지식을 쌓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는 감독 훈련 코스에서 공부하기는 했지만 UCLA에서는 영화 전공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아버지의 멍에는 그에게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 루돌프는 저예산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와 로큰롤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영화들을 여러편 만들기 시작했다. 일찍이 음악에 대한 욕심이 큰 루돌프에게는 커다란 배움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영화의 길에 들어선 것은 스승이자 선배인 로버트 알트먼의 조감독으로 입문하면서부터다. 그는 75년 작 <내쉬빌 Nashville>을 비롯하여 4편의 작품을 연이어 조감독을 연임한 후 알트먼의 후원을 받아 공식적인 자신의 데뷔작을 만들었다. 물론 이전에 영화를 만든 적이 있지만 그때의 장편은 극장에서 상영한 공식적인 작품은 아니다. <웰컴 투 L.A. Welcome to L.A.>(1977)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80년대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전거를 마련해준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사회적 비판이 돋보이는 루돌프의 영상미는 <메이드 인 해븐 Made in Heaven>(1987)과 같은 다소 엉뚱한 소재의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마이크라는 인물은 미국의 소도시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다. 그는 익사 직전의 가족을 구하려다 오히려 천국행 열차를 타고 만다. 그는 천국에서 안내자 애니를 사랑하게 되지만 결혼 직전에 애니가 지상으로 환생하자 그 역시 환생을 택한다. 그런데 30년 안에 만나지 못하면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오늘날 많이 써먹는 이 운명 드라마에는 낙원을 잃은 미국인들의 쓸쓸한 심사가 잘 배어 있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아버지가 전성기를 누렸던 30년대 미국문화에 대한 향수가 짙다. 1994년 작 <미세스 파커 Mrs. Paker and The Vivious Circle>에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 1930년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전쟁과 혼란의 미국사회를 그리고 있다. 여류문필가 파커는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지만 돌아온 남편은 전쟁의 고통으로 모르핀을 맞으며 악몽과 같은 날들을 보낸다. 이 작품 역시 로버트 알트먼이 제작을 맡았다. <b><font size=4><FONT COLOR="666666">[씨네21 영화감독사전]</font></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