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대표작 <리틀 로맨스> <다이안 키튼의 테러리스트>

조지 로이 힐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너무 일찍 영화계를 떠난 아까운 감독이다. 2차대전과 한국전쟁의 군복무를 거쳐 나이 40에 뒤늦게 감독이 된 경력이 그렇고, 1980년대 예일대학에서 드라마를 가르치면서 이미 반은퇴상태에 들어간 그의 말년이 또한 그러하다.

예일대학에서 음악을, 더블린 트리니티대학에서 문학을 전공 후, 2차대전과 한국전쟁 동안 해군 비행기 조종사로 복무했다. 제대 후 그는 더블린의 애비에 있는 시릴 큐삭 극단의 연기자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는데, 1950년대 TV 방송사의 각본가 겸 연출가로서도 활동하며 <황금기 Golden Age> 같은 프로들을 히트시켰다.

감독으로 첫 성공은 연극무대에서였다. 1957년 희곡에 기초한 <고향을 바라보라 천사여 Look Homeword Angel>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이러한 인연인지 그의 감독 데뷔작 <적응 기간 Period of Adjustment>(1962)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을, 차기작 <다락방의 장난감들 Toys in the Attic>(1963)은 릴리언 헬먼의 희곡을 영화화한 것이었다. 피터 셀러스와 안젤라 렌스베리가 주연을 맡은 <헨리 오리엔트의 세계 The World of Henry Orient>에서부터 그의 배우들을 다루는 솜씨나 활기차고 명랑한 코미디는 제색깔을 내기 시작한다.

특히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퍼드 콤비가 주연을 맡았던 두 작품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 <스팅 The Sting> (1972)은 사랑과 평화라는 믿음으로 가득 찼던 60년대의 반전 신념이 70년대 들면서 어떻게 시니컬하게 채색되는지 그 단초를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마치 로빈후드를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인 듯한 이 두 사나이의 강한 매력과 개성은 결국 법과 질서의 힘에 밀려나게 되고 이 점은 역으로 관객의 동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뉴웨이브에서 빌려온 빠른 편집과 속도감있는 카메라 연출이 돋보이는 <스팅>으로 그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의 전성기도 막을 내리고 이후 작품들은 이 두 작품만큼의 성공과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뉴먼 없는 레드퍼드(<위대한 왈도 페퍼 The Great Waldo Pepper>)도 레드퍼드 없는 뉴먼도(<슬랩 숏 Slap Shot>)도 콤비 시절의 재기발랄한 빛을 잃었고, 쿠르트 보네거나 제임스 어빙의 인기작을 영화화한 <슬로터하우스 파이브 Slaughter-house Five>(1972)나 <지구 환경 조사 보고서에 따른 세계 The World According to GARP>(1982)도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조지 로이 힐의 가장 창의적인 시기는 그렇게 해서 지나갔고, 말년에는 예일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면서 80년대에는 단 세편의 영화를 감독하는 데 그쳤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