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꿈의 공장 건립에 한창이던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파라마운트영화사에는 4명의 탁월한 영화감독이 있었다. 에른스트 루비치, 루벤 마물링어, 조셉 폰 스턴버그 그리고 세실 B. 드밀이었다. 이들은 주로 코미디를 만들었으며, 대표적인 배우는 막스 형제였다. 드밀은 관객의 태도와 관습의 변화를 잘 감지하여 1920년대 가장 대중적인 감독이 되었다. 전후의 미국인의 도덕관의 급속한 변화를 깨달은 세실 B. 드밀 감독은 경쾌한 코미디를 주로 만들었다. 특히 그가 전형으로 이루어낸 침실 장면들은 무수한 아류작들을 양산하기까지 했다. 그는 욕조 장면이라는 하나의 장치를 발견했으며 그것은 당대의 글로리아 스완슨과 같은 여주인공들의 옷을 벗기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토요일 밤 Saturday Night> (1922)의 절정은 가장무도회에서 벌거벗은 엑스트라들이 풀장으로 뛰어드는 해프닝을 연기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스캔들은 역으로 미국인의 도덕심을 부추겨 영화의 보호책을 강구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세실 B. 드밀이 코미디만 만든 것은 아니다. 전도사의 아들이었던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대작 성서영화였다. 데뷔 초만 하더라도 <여자 요한 Joan the Woman> <신이 잊어버린 여인 The Woman God For-got>(1917)이라는 종교적 성향의 영화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23년에 만든 <십계 The Ten Command-ments>였다. 이 작품은 스펙터클 성서영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드밀은 당시 헤이즈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서라는 소재를 이용하였는데, 섹스 파티, 죄악, 요염한 의상의 여인들을 성서의 세계 속에 융합할 수 있었다. 1927년에는 <왕중왕 The King of King> (1927)을 만들었으며 성서영화는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이러한 성서영화는 드밀의 이력을 50년대까지 지속시켜 준다. <삼손과 데릴라 Samson and Delilah>(1949), 1956년에 다른 버전의 <십계>로 그의 영화인생을 마감한다. 사실 1930년대에 들어 미국영화계는 대규모 스펙터클을 제작하는 데 머뭇거렸다. 특히 대공황은 제작비 절감의 주요 원인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역으로 드밀은 스펙터클의 유용성을 주장하면서 <십자군 The Crusades>(1935)과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감독이다. 당대의 비평가들은 그를 혹평하였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기여한 바는 크다. 초기에 그리피스의 경쟁자로 인식되기도 하였지만 드밀은 기꺼이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선봉장이 되었다. 사회적 금기를 오락영화 안에서 승화시킬 줄 알았으며 거대한 스케일은 할리우드영화의 전형이 되었다. 특히 무성영화 시대와 유성영화 시대를 넘나들던 그의 초기작은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코미디라는 장르 속에 사회적 터부를 융해시켰던 <당신의 아내가 바뀐 이유는? Why Change Your Wife?>(1920) 같은 작품이 최근 재평가되는 작품이다.
[씨네21 영화감독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