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마린 고리스는 1948년 네덜란드에서 출생했다. 그로니겐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후 암스테르담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고 1976년에는 영국 버밍험대학에서 연극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수잔 세이들먼, 아네스 바르다, 마가레테 폰 트로타 등과 함께 당대의 대표적인 여성감독. 영문학과 연극을 전공했던 마린 고리스는 페미니즘영화의 대모인 샹탈 에커만의 권유로 감독이 된다.

데뷔작인 <침묵에 관한 의문 De Stilte rond Christine M.>(1983)은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시네아스트>는 ‘낡은 전통과 투쟁하는 유럽 최고의 페미니스트 감독’이라고 칭찬했다. <침묵에 관한 의문>은 옷가게의 남자 주인을 살해함으로써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의 분노를 파괴적으로 표현한 세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살인 동기를 묻는 법정에서 침묵과 웃음으로 대변하는 세명의 여성은 가부장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법질서와 법전에 대한 거부와 반항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더 나아가 무대응과 감정적인 조소는 논리와 이성이라는 남성적 가치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당시 유럽의 언론은 <침묵에 관한의문>에 수많은 악평을 퍼부었다. ‘나치의 유대인 말살, 헤롯왕의 영아학살, 흑인 린치를 정당화하는 꼴이 될 것’ ‘아무런 성과없이 선동적이기만한 영화’‘몇가지 재밋거리를 섞은 페미니즘에 대한 시시한 우화’ 등등.

이어 발표한 <깨진 거울 Gebroken Spiegels> (1984) <최후의 섬 The Last Island>(1991) 역시 남녀간의 불평등한 세계를 담아내며 ‘포스트 페미니즘’의 영역을 찾아간다. ‘포스트 페미니즘’은 가부장제 비판을 통한 상대적인 여성의 정체성을 찾아갔던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어 여성들간의 다양한 차이와 욕구를 과감히 드러낸, 좀더 원숙해진 페미니즘을 말한다. ‘차이를 인정한 진정한 여성연대’를 꿈꾸는 것이다.

97년 작인 <안토니아스 라인 Antonia’s Line>에서 ‘포스트 페미니즘’의 성과는 빛을 발한다. 남성이 존재하지 않는 안토니아 일가는 히스토리가 아닌, 허스토리(Herstory) 즉 여성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안토니아의 후손들은 남성의 영역과 여성의 영역을 오가며,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그 개별적인 과정을 통하여 그들은 배타적이지 않은, 여성들의 공동체를 건설한다. <안토니아스 라인>에서 여성들은 “일반적인 가족사가 갖는 고정 윤리처럼 아내, 어머니, 딸로서의 역할에 종속되어 있기보다는 철저히 자기 자신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2000년에 생애 최고의 시합을 위해 이탈리아를 찾은 체스 황제와 그 곳에서 뜻하지 않게 그를 찾아온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체스왕 루진]을 연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