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42-00-00
소개
# 대표작 <드라이버> <롱 라이더스> <48시간> <워리어>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랄프 마치오의 교차로> <더블 보더> <자니 핸섬> <48시간2> <트레스파스> <제로니모>
월터 힐은 브라이언 드 팔마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처럼 할리우드의 고전 장르에 두루 통달하고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장르의 스타일을 나름대로 새롭게 개혁했던 스타일리스트다. 특히 그는 샘 페킨파에서 오우삼으로 이어지는 액션 묘사의 대가 계보에 꼭 들어가야 할 감독이다. 월터 힐은 다양한 장르를 연출했지만 폭력 묘사 장면만 나오면 안무하듯이 황홀하게 화면을 끌고 간다. 작품 편차가 고르지는 않지만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등의 영화에서도 폭력 묘사 장면만은 뛰어났다. 그중 백미는 <롱 라이더스>. 월터 힐이 처음으로 만든 서부극인 이 영화의 총격전 장면은 선배인 샘 페킨파의 솜씨가 무색할 만한 수준이다. 힐은 영화감독이자 <에이리언3>을 비롯한 여러 영화의 제작자이며 시나리오 작가지만 무엇보다 액션영화 전문가라고 불릴 만한 감독이다.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비행기 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힐은 미시간주립대학에서 미국사를 전공했으며 친구의 부탁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실릴 영화항목에 관한 기초자료를 조사하던 중 미국역사가 아니라 영화역사에 마음을 빼앗겼다. 힐은 66년부터 영화현장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27살 때인 72년 대망의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다. 샘 페킨파가 감독하고 스티브 매퀸이 주연한 <게터웨이>가 바로 힐의 각본 데뷔작이다. <게터웨이> 이후 힐은 세편의 시나리오를 더 쓴 후에 <어려운 시절 Hard Times>(1975)로 감독 신고를 했다. 찰스 브론슨이 노상에서 돈을 걸고 싸우는 싸움꾼으로 나오고 제임스 코번이 그의 매니저 비슷한 역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30년대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한 오락영화. 30년대에 워너브러더스사가 신문 사회면의 헤드라인을 소재삼아 만들었던 사회파 영화 장르와 미칠 듯이 폭력묘사에 탐닉하는 B급영화뿐만 아니라 도시의 낙오자들을 가슴을 저밀 만큼 냉정하고도 시적으로 담아냈던 존 휴스턴의 72년 영화 <살찐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드라이버 The Driver>(1978)는 스타일리스트 힐의 재능을 입증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드라이버의 행로를 담은 이 영화는 자동차 추적 장면이 나오는 영화의 결정판이며 필름누아르의 제2기를 열었다고 봐도 좋을 만큼 도시 밤거리를 정교하게 촬영했고 프랑스 필름누아르의 대부인 장 피에르 멜빌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월터 힐의 장기는 또 있었다. 대중적인 형식을 추구하면서도 힐은 계급, 인종, 가족에 대한 자기의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안주할 가정이 없이 떠돌면서 폭력으로 인생을 꾸미는 따라지 인생들에 대한 조망은 <워리어 The Warriors>(1979)에서 다시 나타나고 힐의 최고 걸작인 <롱 라이더스 The Long Riders> (1980)는 서부의 역사를 남북전쟁의 후유증에 따른 계급갈등의 장으로 해석한 수정주의 서부극의 결정판이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남부에는 희대의 총잡이 제시 제임스를 축으로 제임스 형제, 밀러스 형제, 영거 형제가 뭉친 은행갱단이 악명을 떨친다. 북부의 정치가들이 패권을 잡으면서 대지주였던 남부의 유지들은 패가망신했으며 제임스 일당도 그중 한 무리다. 이들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자기들이 여전히 남부를 수호하는 사명을 수행한다고 은연중에 자부하며, 북부에서 파견된 보안관 일행을 경계하는 이 지역의 남부사람들도 그런 제임스 일당을 드러내놓고 존경한다. 월터 힐은 존 포드의 서부영화에서 자주 봤음직한 공동체의 따뜻한 순간들을 담아내면서도 가족이 더이상 온전히 존속할 수 없는 비극적인 순간을 냉정하게 포착한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정신적으로 떠돌 수밖에 없는 주인공 남자들이 의지하는 것은 바로 폭력이며 영화 곳곳에 나타난 폭력묘사는 장쾌하고 비장하다.
<48시간 48 HRS>(1982)과 <48시간2 Another 48 HRS>(1990)는 버디영화의 수작이었고 처음 15분이 지나도록 자막 장면이 끝나지 않는 특이한 도입부로 시작하는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Street of Fire>(1984)는 MTV 스타일과 서부영화의 문법을 결합해놓은 신종 상품이었다. 대사 처리가 뛰어난 코미디 <브루스터의 백만장자들 Brewster’s Millions> (1985), 로이 오빈슨을 모델로 한 블루스음악 영화 <랄프 마치오의 교차로 Crossroad> (1986) 등 80년대 월터 힐의 영화는 대체로 장르의 연금술사로서의 재능을 확인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옛 소련의 KGB로 나오는 멍청한 영화 <레드 히트 Red Heat>(1988) <트레스파스 Trespass> (1992)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고 <제로니모 Geronimo: An American Legend> (1993)는 수작이었지만 미국 내에서 1840만달러밖에 흥행하지 못했다. <와일드 빌 Wild Bil>(1995)과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 맨 스탠딩 Last Man Standing>(1996)도 평범했다. 존 포드와 하워드 혹스를 존경하는 현대의 장인 월터 힐은 수정주의 장르 시대에서 포스트모던 시대를 통과하면서 과녁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힐은 장르를 혁신했던 초기 영화의 이미지만으로도 기억될 만한 감독일 것이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