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1911년 가족영화를 시작으로 거의 한 세기 동안을 쉬지 않고 세계 각지를 돌며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이 시네아스트는 오가와 신스케와 함께 거의 모든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역할모델이 되어왔다. 요리스 이벤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강연, 관객과의 대담을 포함한 이번 행사에서 소개되는 그의 작품은 유작이자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람의 노래>, 57년 칸영화제 수상작인 <세느가 파리를 만나다>를 비롯해 총 11작품이다. 20년대 아방가르드 시절의 초기작들을 제외한 31년 <필립스 라디오>에서부터 88년의 마지막 작품까지 연대별로 고루 선정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려 했던, <날아다니는 네덜란드인>(Flying Dutchman)의 가장 정치적인 영화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다큐멘터리에서 높은 예술적 성취도 동시에 기대했던 그의 가장 시적인 영화들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요리스 이벤스의 영화를 말할 때,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양면성이다. 지극히 정치적인 영화를 찍으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예술적인 영화를 찍었던 이 감독의 세계는 어느 한쪽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그러한 양가성은 무엇보다도 그가 죽을 때까지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그것의 운명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인지도 모른다. -씨네21 457호 페스티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