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노먼 메일러는 미국 내에서는 감독보다 배우와 소설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젊은 시절에 쓴 <벌거벗음과 죽음 The Naked and the Dead>(1948)과 <아메리칸 드림 An American Dream>(1966)은 자신의 젊은날의 자화상이자 미국사회에 대한 고발이었다. 1960년대 들어 그는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영화에 관심을 갖는다. 아방가르드 감독 중 한명인 케네스 에인저(Kenneth Anger)와 유대 관계를 쌓으며 작업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이들과 어울리며 메일러는 그들의 영화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실험영화 <떠오르는 전갈 Scorpio Rising> (1970)도 그의 출연작 중 하나이다. 70년대에 <메이드스톤 Maidstone>(1970)이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가 주력한 것은 글쓰기와 연기이다. 오랫동안 영화와 거리를 두던 그가 다시 메가폰에 손을 댄 작품이 <폐허의 군상 Tough Guys Don’t Dance>(1987)이다. 자신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각종 장르를 혼합한 혼성장르로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혼성장르의 실험이 결코 성공적이지만은 않다. 아마도 문학성이 강한 대사 따위를 영화로 옮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탓인 듯싶다. 여하튼 반항주의적인 문학과 실험영화에 관심을 기울였던 70년대의 젊은이 노먼 메일러는 <폐허의 군상> 이후 영화와는 인연을 끊고 있다. <b>[씨네21 영화감독사전]</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