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모텔 방이라는 곳은 대체로 엇비슷한 생김새이기 마련이다. 전남 장흥으로 출장을 갔던 언젠가, 밤새 술을 마시고 차편으로 올라가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광주까지 한참을 차를 얻어타고 와, 새벽 첫 비행기까지 3시간 누울 방을 찾던 날은 ‘모텔’이라고 쓰고 ‘러브호텔’이라고 읽어야 하는 한국 숙박업이 활황의 정점을 찍는 토요일 밤이었다. 여자 혼자 방을 잡으면 ‘이상하게’ 볼지 모른다는 ‘이상한’ 이유로 같이 방을 잡아주겠다는 운전자는 다섯곳쯤 “방 없어요”라는 답을 듣고 나자 “그냥 술 마시자”고 권했지만, 사실 내가 다음날 첫 비행기로 서울에 가야 했던 이유는 거기서 약속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술을 더 마실 수는 없었다. 결국 혼자 알아서 하겠다고 하고는 “지금 막” 비었다는 방의 3시간 대실에 성공했다. 창문은 잘 열리지 않았는데, 열려도 밖의 전경이라고 할 것은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앙상한 나뭇가지의 형상을 한 전기 배선 정도였다. 물론 이것은 도심의 모텔에
[다혜리의 요즘뭐 읽어?] 남녀의 종착점
-
3년을 기다린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이 마침내 10월15일 3집 앨범 ≪사람의 마음≫을 발매한다. 그에 앞서 10월7일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수록곡 <내 사람>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했다. 장기하가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뭐라 명명할 수 없는 막춤을 춰 보인다. 말해 무엇할까. 일단 한번 보고 들으며 ‘장얼’을 맛보자.
<그녀> 블루레이 출시
아이폰 ios8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시리(siri)가 <그녀>의 그녀잖아”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굳이 악센트가 마음에 들어서 영국 남자 목소리로 설정을 바꾸면서, 또 괜한 호기에 프랑스 남자 목소리로 설정을 바꾸면서 왜 인간과의 의사소통보다 이쪽에 더 솔깃함을 느끼나 한탄했었다. 어쨌거나, <그녀>의 블루레이는 온갖 물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판매되는데, 스칼렛 요한슨을 전면에 내세운 ‘풀슬립 스틸북 한정판’이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는 와킨
[culture highway] 3년을 기다린 장기하와 얼굴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말할 때 중심이 되는 것은 남자의 욕망이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를 성적으로 욕망하는 아들의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그리고 신탁을 내린 존재들이 있다. 샐리 비커스는 아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 프로이트의 신화 해석은 틀렸다고 판단했다. <세 길이 만나는 곳>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중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용하고, 프로이트의 말년을 설명한 뒤, 그 둘을 합친다. 프로이트는 누군가의 방문을 받는다. 프로이트는 그가 죽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10년 넘게 훌쩍 건너뛰며 방문객은 자신이 행한 일을 그에게 들려준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결정지은 두번의 그 악명 높은 신탁이 어떻게 행해졌는지를 듣는다. 그렇게 다시 살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이야기이다. 또한 자신에 차, 알지 말아야 할 것까지 알고자 하고 어떤 진실이든 감당할 수 있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리부트
-
이번 시즌의 지니어스는 누구?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던 tvN의 리얼리티쇼 <더 지니어스>가 시즌3로 돌아왔다. 블랙가넷이라는 부제를 달고 장동민, 강용석, 김정훈 등 13명의 도전자가 최후의 우승 상금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과 심리전을 벌인다. 시즌2 때 처음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던 카이스트 출신 학원강사 ‘숲들숲들’ 남휘종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매주 수요일 밤 11시 방송.
명반이란 이런 것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과 재즈계에 한획을 긋고 올해 7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더블베이스 연주자 찰리 헤이든이 함께한 음반 ≪Last Dance≫가 LP로 발매되었다. 재즈는 역시 가을밤에 들어야 제맛이다. 오랜 세월 서로를 존중하며 교류를 나누어온 두 거장이 들려주는 스탠더드 곡들의 향연에 빠져보자.
그래, 당신은 즐라탄이다!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 생제르망)의 자서전을 이제 한글로 읽을 수 있다. 2011년 스웨덴과 이
[culture highway] 이번 시즌의 지니어스는 누구?
-
-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의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책. 스마트폰이 없던 2006년에 집필된 책이기 때문에 지금 다시 쓰인다면 몇몇 항목은 교체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읽다보면 급변하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묻는 책임을 알 수 있다. 부부가 헤어지면서 친구로 남는다는 것, 언제나 연락 가능한 상태인 것,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그리고 블로그 등. 몇몇 대목에서는 작가의 생각에 딴죽을 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도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
-
한때 서울 지하철에 원자력의 안전함과 이로움에 대한 광고가 잔뜩 실리던 때가 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광고들은 사라졌다. <원자력 프로파간다>는 왜 그리고 어떻게 대다수 일본 국민이 원자력을 안전하다고 믿게 되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실제로 게재됐거나 방송된 광고 250편을 통해 감성적으로 제작된 원자력에 대한 광고가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었는지 살핀다.
[도서] 원자력에 대한 광고
-
만화가 시마 다케히코는 시코쿠의 유명한 순례길 헨로를 걷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를 그렸다. 헨로를 걷는 데 필요한 장비에 대한 정보 같은 것은 어디까지나 덤이다. 왜 걷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쓰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 제대로 맺지 못한 일, 먼저 성공한 동료에 대한 질투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걷기 여행에 대한 환상을 제법 단호하게 걷어내준다.
[도서] 걷기 여행에 대한 환상
-
지난 몇년 동안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수직 계열화 논란이 일 때마다 함께 언급되던 판결이 있었다.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원고 미국 정부가 5대 메이저 스튜디오(파라마운트, 로우스(MGM), RKO, 이십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와 3대 마이너 스튜디오(컬럼비아, 유니버설, UA(United Artists)) 등 할리우드 8개 스튜디오들을 피고로 하여 셔먼법 위반 의심 행위에 대한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라마운트 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사들여 수직 통합을 구축했고, 대량의 영화를 제작해 자체 배급망을 통해 전국 상영관에 배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챙겼다. 그 과정에서 스튜디오들은 불공정한 관행을 주도해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데 일조했다. 1938년 시작된 소송은 195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스튜디오의 불공정한 행위가 경쟁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됐다.
<할리우드 독점전쟁>은 우리가 왜 파라마운트 판결을 제대로 알고 얘기해야 하
[도서] 왜 파라마운트 판결을 알아야 하는가
-
어서 와… 금자탕은 처음이지?
다코타 패닝이 금자탕에 간다면? <목욕의 신> 하일권 작가가 영화 <베리 굿 걸>과의 콜라보레이션 웹툰을 네이버에 공개했다. 이름하여 <첫키쓰의 신>. <베리 굿 걸>의 주연배우인 다코타 패닝과 엘리자베스 올슨이 <목욕의 신>의 주요 배경인 금자탕에서 때를 밀며 낭만적인 첫 키스를 상상한다… 는 얘기다. 연습용 팬티를 입고 미녀들에게 당당히 바나나우유를 권하는 허세의 등장도 반갑다.
권병준의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
‘삐삐롱스타킹’으로 유명한 권병준은 2000년대 중반 네덜란드 전자악기 연구개발 기관 스타임(STEIM) 엔지니어를 거쳐 각종 사운드, 미디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0년의 실험과 작업을 집대성한 이번 공연은 10월9일(목), 10일(금)양일간 LIG아트홀(강남)에서 열린다.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을 느껴보자
과거로부
[culture highway] 어서 와… 금자탕은 처음이지?
-
“대단히 훌륭한 목수인 줄 알고 결혼했고 별스럽게 아름다워질 정원인 줄 알고 손바닥만한 땅에 매달렸으니,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예전의 남편은 그저 목수가 되고 싶어 하는 성실한 남자였고 마당은 대한민국 시골 어디에나 있는 그냥 작은 땅뙈기였다.” 그렇게 7년을 살아낸 기억, 기록이다. 비우는 삶이 좋다며, 서울에 생업을 두고 종종 내려가는 지방의 삶을 예찬하는 책이 넘쳐나는 요즘, 진귀한 투박함이 빛난다.
[도서] 농촌에서의 7년
-
조금만 준비하면 영화제를 더 즐길 수 있다. 무슨 영화를 볼지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어디서 잘지, 뭘 먹을지, 매진된 표는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같은 노하우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말에 표가 없다며 쉽게 부산행을 포기한 사람이라면 ‘취소표 구하기’ 노하우를 전수받으시라. 19년째 영화제를 다니고 있다는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영화제 준비하기를 담은 책이다.
[도서] 영화제 준비하기
-
공장은 거대한 마술상자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그곳에서 나오는 물건을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장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러니 언젠가부터 물건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아니지, 이제 공장들 태반은 외국에 있다.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완제품만이 우리 앞에 놓인다. 소설가 김중혁은 그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은 물건의 이력을 알아내는 과정이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이제 한국에서는 명을 다해가는 몇몇 제조업의 초상을 남기는 일이기도 하다.
종이, 콘돔, 브래지어, 간장, 가방, 지구본, 초콜릿, 도자기, 엘피, 악기, 화장품, 맥주, 라면…. 여기에 김중혁 자신의 ‘글 공장’도 들어간다. 영화를 많이 보는 건 물론 <씨네21>에 ‘김중혁의 바디무비’를 연재중인 그는 “원고량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영화 대사를 패러디한 재치 있는 삽화를 넣기도 했다. 물샐 틈 없는 기술을 자랑하는 콘돔 이야기는 신기하고, 공장 직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물건의 탄생
-
마성의 남자, 잭 블랙이 온다
한국에 오르가슴 경계령이 내려졌다. 미친 존재감, 잭 블랙이 속한 2인조 밴드 테네이셔스 디가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갖는다. 잭 블랙과 기타리스트 카일 개스는 1997년 라이브 코미디쇼 <테네이셔스 디>로 만나 지금까지 앨범 3장을 냈다. 이들이 자신들을 소개할 때 꼭 덧붙이는 경고 문구가 있다. 이 밴드를 보는 건 29번의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과 같다. 공연은 12월5일 오후 8시, 6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악마를 보았다> 블루레이 타이틀 출시
플레인 아카이브가 <악마를 보았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출시한다. 2장으로 구성된 디스크는 인터내셔널 버전(142분)과 극장판(140분) 모두 수록되어 있다. 공간(미술&프로덕션 디자인), 맵시(의상), 날것(액션), 혈전(특수분장), 스코어(영화음악), 아직 더 있다(삭제장면) 등 여러 공정을 담은 부가영상이 포함됐다. 9월24일 플레
[culture highway] 마성의 남자, 잭 블랙이 온다
-
원로 세대의 작가들은 물론 젊은 작가들의 최근 발표작까지 관통하는 한국문학평론집. 3부에 실린 소설가 김소진에 관한 짧은 글은 어디에도 발표된 적 없는 미발표작으로, 찾아 읽어볼 만하다. 4부에는 그가 창비주간논평 등에 써온 문학에 관한 글들과 <씨네21>에 발표한 영화평론 등을 담았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은 “겉으로 털털하나 속으로는 끈끈한 문학자의 순정”이라고 정홍수의 글을 추천했다.
[도서] 한국문학평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