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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우 조심스럽게 쓴 글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일러가 될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평소 기본적인 정보 정리에도 스포일러라고 민감히 반응하는 건 유난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 앞에서는 좀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작가가 치밀하게 준비한 몇 가지 반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하나의 사건 뒤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조차 고민이 된다.
일단 첫장에서는 ‘클래런스 데버루’라는 악질 악당을 잡기 위해 존스 경감과 탐정 프레더릭 체이스가 등장하지만 그 뒤로 어떤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질지는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책의 제목이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니 적어도 셜록과 모리어티는 등장하는 게 맞지 않
씨네21 추천 도서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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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또는 글이란 매체의 특징이자 장점은 독자의 의도대로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1.5배속으로 보면 죄책감이 들지만 책은 빨리 보아도 천천히 보아도, 또는 보다가 잠시 딴생각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그런 읽기의 과정이 독서의 고유한 경험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미우라 시온의 <마사&겐>은 천천히 읽기에 좋은 책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73살 동갑내기 두 할아버지의 일상을 그린 이 소설에는 독자의 진지한 몰입을 강제하는 어떤 심각한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는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도 지극히 가벼운 태도로 그 사건에 접근한다.
여기서 가볍다는 건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단지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자기 주변의 일에 필요 이상의 감정을 쏟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사와 겐에게는 엄청나게 슬픈 일도 일어나지 않고, 엄청나게 기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쁜 일이 일어나도 심술궂은 말을 굳이 한마디 덧붙이고, 소
씨네21 추천 도서 <마사&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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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익숙한 김려령 작가의 신작 <트렁크>를 술술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먼저 NM은 ‘새로운 결혼’(New Marriage)의 줄임말로서 비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간제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의 이름이다. 그리고 FW, FH는 ‘필드 와이프’(Field Wife)와 ‘필드 허즈번드’( Field Husband)의 줄임말로서 기간제 결혼에서 아내/남편 역할을 담당하는 맞춤형 결혼기술자를 의미한다.
이 소설 속 세계는 사랑에 기반한 정석적인 결혼의 절차는 피하고 싶지만 결혼 자체는 잠깐씩 누리고 싶은(안정적인 섹스, 성정체성 숨기기, 외로움 방지 등 이유는 다양하다) 사람들이 아내와 남편을 돈을 주고 고용하는 곳이다. 그리고 <트렁크>의 주인공 노인지는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네 번째 ‘결혼 출장’의 경력을 자랑하는 FW로서, 지금은 인기 작곡가와 ‘재계약’해 열심히 ‘직장
씨네21 추천 도서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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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프랑스의 소설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를 읽는 동안 떠올린 영화들의 목록이다. <숏 컷>(로버트 알트먼), <매그놀리아>(폴 토머스 앤더슨), <그을린 사랑>(드니 빌뇌브), <그녀에게>(페드로 알모도바르), <가족의 탄생>(김태용), <러브 액츄얼리>(리처드 커티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민규동),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요시다 다이하치) 등등. 아, 그리고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까지.
위 목록을 보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많은 교집합을 만들어낸다. 여기에선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저기에선 지나가는 조연으로 등장하고, 별 관계 없어 보이던 인물들이 중요한 순간에 만나 귀한 인연을 맺는 식이다. 그러
씨네21 추천 도서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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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고백> <늑대아이> 등을 제작한 프로듀서인 가와무라 겐키의 소설 데뷔작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시침 뚝 떼고 들려준다. 이 제목을 처음 본 독자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심오한 비유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진지하게 이 세상의 고양이를 모두 없애려고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묻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이 소설을 마음 편히 읽기 위해서는 일단 그 거짓말 같은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내용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혼자 살아가는 삼십대의 주인공은 어느 날 의사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뇌의 종양 때문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그렇구나, 라며 터덜터덜 돌아오지만 정말 놀랄 만한 일은 지금부터 벌어진다. 악마가 불쑥 등장해 세상의 사물을 한 종류씩 없애는
씨네21 추천 도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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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작가가 쓴 다섯권의 소설책을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까지 다 읽은 후에야 이 이야기들이 모두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있음을 알았다. 부러워 보이는 관계도 있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관계도 있었지만 그만큼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각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 관계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를 찾는 건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선택 가능한 유의미한 보기로 삼을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래는 정답이 없는 오지선다이다. 자유롭게 골라보시길.
1.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는 아버지와 심하게 싸운 아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아들이 아버지의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아버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나에게도 나만의 입장이 있어. 그러니 여기서 이만’의 태도. 그렇기에 이 소설은 동화 같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현실을 냉정히 반영하고
정답 없는 질문, “이상적 관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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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영상의 거장이 온다
“가이 매딘의 영화를 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낯선 영화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캐나다 출신 아방가르드 영상예술의 거장 가이 매딘의 회고전 <가이 매딘의 무자비한 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필름앤비디오 영화관에서 7월15일부터 8월30일까지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신작 <금지된 방>(2015)을 비롯해 극장용 장편영화, 단편 및 전시 형태로 소개됐던 41편의 영상작업이 소개될 예정이다.
우쿨렐레 피크닉과 여름 나기
발랄하고 상큼하게 여름을 나고 싶다면, 3인조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의 노래가 딱이다. 우쿨렐레의 또랑또랑한 소리를 중심으로 담백하고 부담 없는 보이스를 덧입혀온 팀이다. 7월27일 발매하는 새 미니 앨범 《여름비》에는 <캠핑카> <몸에 좋은 생각> <남다른 노총각> 등 소소한 일상을 담은 곡들이 채워졌다. 8월7일 가톨릭청년회관 CY 씨어터에
[culture highway] 아방가르드 영상의 거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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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대한 책이 많고 많지만 <제주 오디세이>는 르 클레지오, 프랑스 시인 카티 라팽, 하와이 도시•환경계획 전문가 이덕희, 독일 출신 한국학 학자 베르너 사세, 전 주제주 일본국총영사 요덴 유키오, 재중 해녀 출신 김순덕과 무용가 진향란 모녀, 베트남 여성 종군작가 레 민 퀘 등 제주를 좋아한 외국인의 말을 담았다. 4장에는 제주의 고통과 함께한 이들이 실렸다.
[도서] 제주를 좋아한 외국인의 말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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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라는 실체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악’(evil)과 ‘부정’(wickedness)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테리 이글턴의 책. 원인과 합리성의 부재, 불가해한 초월성을 향한 무한한 욕망, 무의미함, 극단적 순수성을 좁은 의미의 악이 지니는 특성으로 설명하는 그는 왜 선을 향한 의지가 더 많은 폭력을 불러오는지에 대해 묻는다.
[도서] 왜 선을 향한 의지가 더 많은 폭력을 불러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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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강헌이 쓴 음악 이야기. 재즈와 로큰롤 혁명, 한국의 통기타 혁명과 그룹사운드의 부상, 모차르트와 베토벤 이야기, <사의 찬미>에 얽힌 뒷이야기와 음모론적 해석 등 다양한 이야기를 실었다. 음악을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읽어낸 책으로, 돈과 권력의 문제가 음악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재미있게 풀어냈다.
[도서] 음악평론가 강헌이 쓴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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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때에 일봉이가 남한산성으로부터 나오면서 영감의 편지를 가져왔다. 그 편지에 기별하시기를 일이 급하게 되었으니 짐붙이는 생각지도 말고 밤낮을 가리지 말고 청풍으로 가라고 하셨다.” 때는 1636년 병자년 12월16일. 인조 임금을 호종해 남한산성에 들어간 남편 남이웅의 전갈은 빨리 피난을 가라는 내용이었다. 병자호란이었다.
<병자일기>는 병자호란이 시작된 때로부터 4년여간 쓰인 일기다. 인조 때 좌의정을 지낸 남이웅의 부인 남평 조씨가 썼는데, 최근 신주 뒷면에 새겨진 실명이 발견된 것에 따르면 그녀의 이름은 조애중이었다. 그녀는 17살에 남이웅과 혼인해 56년을 살았고 남편보다 3년 먼저 72살로 병사했다. 자녀는 모두 일찍 죽었고 병자년 그녀의 나이는 63살이 된 참이다. 남편은 임금(인조) 곁에 있거나 세자(소현) 곁에 있어야 했고, 식솔을 이끌고 피난을 떠나는 것은 그녀의 몫이었다. 그 피난길은 서산, 당진, 여산, 충주 등지로 이어진다. 병자호란은 길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이름 없는 여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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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꼭 알아봐주길 바라는 비밀
지난해 10월 첫 EP 앨범 《비밀》을 발매한 포크 듀오 김사월X김해원. 그들이 《비밀》을 만들기까지의 제작기를 담은 출판물을 발매했다. 이름하여 ‘비밀 노트’ . 홍대 인디신을 중심으로 각자 활동을 이어오던 두 사람이 한팀을 이루고, 앨범을 내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공연을 하게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았다. 특히 노트에는 신곡 <낮은발등> <아카시아>를 들어볼 수 있는 다운로드 코드까지 포함돼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들의 관능적이고 음울한 사운드가 만들어지게 된 비밀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책방 유어마인드에서 판매 중이다.
싱어송라이터 김사랑 단독 콘서트
김사랑이 7월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홍대 카페 벨로주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7월3일 발매한 4집 《(HUMAN COMPLEX) Integrated》에 수록된 곡들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신곡 <기억나>의 가사를 주제로 팬들과
[culture highway] 막 비비안 마이어를 발견한 당신을 위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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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쓴의 5만 원 자취방 인테리어>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1∼2인 가구 집 꾸미기 안내서. 전작이 더 친절하게 집 꾸미기를 도와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집 꾸미기를 스토리텔링과 연결지어 다른 목적 혹은 분위기의 방 꾸미기를 보여준다. 돈을 아껴 직접 원하는 대로 꾸민다는 것은 이번 책에서도 큰 장점.
[도서] 1∼2인 가구 집 꾸미기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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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전동화로부터 원동력을 얻어 쓴 현대소설 앤솔러지. 2011년 월드판타지상 베스트 앤솔러지 부문 수상작인 이 책은 고전동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이 책을 기획한 케이트 번하이머는 “모든 위대한 소설은 위대한 동화이다”라고 말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견해를 빌려 “모든 위대한 내러티브는 위대한 동화”라고 강조한다.
[도서] 고전동화의 현대적 재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