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기와 두께 모두 다른 소설 둘과 에세이 하나는 현재 여기를 살아내려는 의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경제 저널리스트와 뮤지션에서 돌연 소설가가 된 요 네스뵈의 <아들>, 20대 무명 코미디언에서 순식간에 대스타가 된 와카바야시 마사야스의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가장 혼란스러운 일본을 가장 격렬한 심정으로 바라본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나이도, 살아온 시공간도 다른 세 남자가 써내려간 생에 대한 결심. 8월 <씨네21>의 북엔즈에서 만나보자.
사실, 노르웨이의 스릴러 <아들>은 살아가려는 힘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평생을 저주했던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감옥을 나온 소니가 거대하고 악랄한 범죄 조직에 일당백으로 맞서는 모습은, 제 발로 죽음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저 불꽃을 향해 몸을 던져야 비로소 자신으로 사는 불나방처럼, 소니는 거칠 것 없이 복수의 대상에게 성큼성큼 다
지금 여기, 자기 뜻대로 살아남기
-
영화와 연극의 ‘찬란한’ 앙상블
장 주네의 유작 희곡 <스플렌디즈>(Splendid’s)가 연극으로 만들어져 8월21∼22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단 이틀간 국내 초연된다. 스플렌디즈 호텔을 장악한 뒤 실수로 인질을 죽여버린 일곱명의 갱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위태로운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연극 상연 전 장 주네가 연출한 영화 <사랑의 찬가>(1950)가 먼저 상영되고 연극은 영화의 엔딩과 절묘하게 이어지며 시작한다. 21일 오후 8시 공연, 22일 오후 3시 공연을 마친 뒤엔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 자리가 마련된다.
여름의 마무리는 라틴음악으로!
9인조 밴드 ‘로스 아미고스’(Los Amigos)가 2년 만에 새 앨범 《Vamos》를 들고 돌아왔다. 2013년 데뷔 앨범 《친구》를 발매했을 때 한국에서도 라틴음악 계열의 브라질리언과 아프로큐반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데 놀라움을 던져준 실력파들이
[culture highway] 영화와 연극의 ‘찬란한’ 앙상블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이 인정한 정식 계약판으로 전집을 완간한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어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을 펴냈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 소설 주인공이지만, 에르퀼 푸아로의 부고기사는 <뉴욕타임스>에 실려 화제가 되었다. 1975년 8월6일자, 제목은 “에르퀼 푸아로 사망: 유명한 벨기에인 탐정”이었다(심지어 1920년대에 그려진 전신 초상화까지 함께 실렸다). 당연하게도, 부고기사가 실리게 만든 푸아로 최후의 사건을 담은 <커튼>이 셀렉션의 마지막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구름속의 죽음> <3막의 비극> <백주의 악마> 등 10권이 이번 셀렉션에 포함되었다. 푸아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안타깝지만 ‘에디터스 초이스’로 먼저 선을 보여 여기에는 빠져 있다. 이중 가장 먼저 읽기를 권하는 책은 <스타일스 저택
[도서]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의 활약상
-
“여보, 우리 이민 가자.”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학업을 다시 시작한 아내를 졸랐다. 아내가 이유를 물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늙어서 회사를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답도 없는 데다가 이놈의 나라는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대답했다. 아내는 “언제 나라 걱정 했냐”면서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다. 유럽의 많은 청년들이 창업을 하기 위해 향하는 기회의 땅, 독일 베를린이 먼저 떠올랐다. 그 얘길 기다렸다는 듯 아내의 잔소리가 속사포처럼 나왔다. “기회의 땅? 거기서 뭐 먹고살 거야? 김밥천국? 김밥 말 줄 알아? 내가 요리하면 된다고? 서빙은? 네가 하면 된다고? 독일어는? 독일어 배울 거라고 얘기한 지가 언젠데.” 음, 실패다, 작전 변경. 아내가 유학을 갈 코스타리카로 조타수를 돌렸다. 전 국토의 80%가 국립공원인 데다가 커피농사가 국가의 주요 산업이라고 하니 그거라도 배워서 살면 괜찮겠다 싶었다. 미국 중산층의 상당수가 은퇴하면 가장 가고
[도서] 외국 생활도 만만치 않다
-
-
이왕이면 부록 많은 한정판으로
플레인 아카이브가 <이다>(2013) 블루레이 타이틀을 출시한다. 이동진 평론가의 음성해설과 파블리코프스키 감독과의 대화 영상이 수록돼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1분30초 길이의 감독 인터뷰와 메이킹 영상도 실렸다. 한정판 1500장(국내 1천장)에 한해 영화 리뷰가 실린 소책자, A3 접지 포스터, 영화 카드가 포함돼 있으니 빨리 예매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 <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8월31일 출시.
The King Is Coming
동시대 가장 거대한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가 8월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프로듀싱팀 넵튠스로 활동하며 2000년대 초반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냈던 그는, 최근 <Happy>, 로빈 시크의 <Blurred Lines>,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의 어마어마한 성공과 함께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공
[culture highway] 평생을 바쳐 담은 풍경
-
서태후 전기. 열여섯살에 후궁으로 간택돼 마침내 황실의 최고 결정권자가 되어 50여년 동안 청나라를 통치한 서태후를 자료들을 통해 다시 그려낸다. 현대 중국의 기초를 만들어간 서태후의 삶은 어땠을까. <대륙의 딸>을 쓴 장융이 또 한명의 신화와 가십으로 무성한 역사적 인물의 초상을 보여준다.
[도서] 현대 중국의 기초를 만들어간 서태후의 삶
-
2013년 벌어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쓴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묻지마 테러를 벌인 살인마와 정년 퇴직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훔친 메르세데스 승용차로 취업박람회 개장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돌진하여 아기를 포함한 8인의 희생자를 내고 도주한 일명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악연으로 얽힌 형사의 사건수사기.
[도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
-
1976년 최초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발견했고, 일생을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의 전염병 및 소외질환과 싸워온 피터 피오트의 책. 에볼라와 에이즈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담고 있다. 에볼라를 발견한 시점부터 현대 최악의 유행병으로 꼽히는 에이즈와 맞서 싸우는 일련의 사건과 기록을 읽고 있으면, 인류가 새로이 등장한 질병들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도서] 에볼라 바이러스 최초 발견자 피터 피오트의 책
-
Please, Mother, Enough.
한국에도 <본격소설> <필담> 등의 책이 소개된 일본의 소설가 미즈무라 미나에가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이다. ‘제발, 어머니, 이만하면 됐어’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의 이 글은 연말,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머니가 막 응급차로 실려왔다는 소식인데, 길에서 넘어져 어깨뼈와 엉덩이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병원에 달려가던 그녀의 첫 반응은, “또!”였다. 일년 반이 지나 끝날 기약이 없는 병간호를 하느라 병원 침상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불쑥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엄마, 언제 돌아가실 거예요?”
나이들고 병든 부모에 대한 불효라고 혀를 찰 일이 아니다.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는 노인개호(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이들을 돌보는 일)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령화와 비혼이라는 두 가지 사회 이슈(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가 결부되어 있는데,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삶의 비극적 굴레
-
톰 아저씨 오신다
벌써 7번째 방문이지만 반가움의 크기는 여전하다. 다름 아닌 톰 크루즈니까.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개봉에 맞춰 톰 크루즈가 한국을 찾는다. 7월30일(목) 오후 6시30분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에서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의 레드카펫 행사가 열린다. 31일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톰 크루즈를 만나는 일에 불가능은 없다.
물, 꿈, 신화
수중촬영의 거장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전 <the Fantasy>가 7월3일부터 9월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가 첫째딸과 함께 작업한 수중사진 동화집 <물의 아이들>에 수록된 삽화와 제나 할러웨이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Seahorse> 등 그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티몬과 예스24, 인터파크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야한 얘기는 혼자 봐
[culture highway] 톰 아저씨 오신다
-
<소립자> <투쟁 영역의 확장>을 쓴 미셸 우엘벡의 <복종>이 출간된 날 프랑스 대표적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겨냥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총격 테러가 벌어졌다. <복종>은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랑스 사회를 그린 소설로, <렉스프레스>는 “소설은 시대와 그 시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평했다.
[도서]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랑스 사회
-
<무지개 곶의 찻집>과 <쓰가루 백년 식당>를 쓴 모리사와 아키오의 에세이다. 여름이면 무조건 산과 바다, 강으로 나가 무한한 자유를 느꼈던 이십대 시절 여행기. 보트를 타다가 폭포로 떨어질 뻔한 후 맥주, 쇠등에 떼와의 결전 뒤 만신창이가 된 후 미지근한 맥주…. 맥주의 계절 여름을 그만의 방식으로 만끽한 흥미진진한 모험기.
[도서] 모리사와 아키오의 이십대 시절 여행기
-
제2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1996년을 배경으로 한 고1 여학생 하석의 이야기다. 부족할 것 없는 가정환경이지만 집에는 하석이 태어날 즈음 사라진 언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할 좋은 딸이자 모범생이었던 언니를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하석은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 방법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도서] 제2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
나 자신을 포함해 출판물의 저자이거나 편집자인 사람들은 책 표지에 대해 자주 투덜거린다. 출판 디자인, 그중에도 표지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변은 왕왕 “책이 이렇다”다. 자신의 책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불편한 마음이 드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 표지는 혹시 내 책이 이렇게 읽혔다는 뜻은 아닌가?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일의 양이 많고 일정이 급박한 한국 출판 환경이 어긋남의 주범인 경우가 많은데도.
“표지 디자이너의 역할은 거의 문자 그대로 독서라는 본질적 행동을 하는 일이다. 즉, 책의 껍질 속을 꿰뚫어보고 그 책의 토대를 정확히 찾아 보여주는 일이며, (…) 표지 디자이너는 예언자들이 나뭇잎이나 내장을 읽어내는 식으로 책을 읽는다.” 뮤지션이자 북디자이너인 피터 멘델선드가 만든 책 표지를 모은 <커버>의 소개글을 쓴 톰 매카시는 책의 무의식을 측정하는 일이 바로 피터 멘델선드의 재능이라고 설명한다. 피아니스트로 음악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책의 영혼을 읽어내는 북디자이너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