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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미있는 논픽션을 책과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접했다. 넷플릭스의 6부작 다큐멘터리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와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 <일본 VS 옴진리교>가 그것이다. 신흥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세기말에 넘치도록 많았다. 지상파에서 생방송으로 다미선교회가 주장한 휴거일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보도를 할 정도였다. 오쇼 라즈니쉬는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배꼽>의 저자이자 유명한 영적 지도자였는데,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는 그가 오쇼가 아닌 바그완이라는 이름을 쓰던 1981년, 미국 오리건의 앤털로프 지역으로 이주해 공동체를 세우고, 나아가 각종 ‘합법’(불법이 아니다)적인 수단을 동원해 앤털로프라는 시 이름을 라즈니쉬푸람으로 바꾸고, 세를 더 키우기 위해 결국은 온갖 불법(시내 샐러드바에 살모넬라균을 살포해 집단 식중독 발병)을 동원한 몇년을 다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일본 VS 옴진리교> 논픽션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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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황으로 만나는 영화 속 클래식
롯데문화재단에서 올해 총 6회에 걸쳐 ‘김성현의 시네마 토크’를 연다. 도서 <시네마 클래식>의 저자인 김성현 기자가 진행하고, 크리스토퍼 리(이병욱)의 지휘, 디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만나 영화에 삽입되었던 클래식 곡들을 생생하게 펼쳐낸다. 4월 7일 열리는 두 번째 공연에서는 ‘클래식을 사랑한 영화감독들’이라는 주제로 피아니스트 김재원이 합류해 영화 <올드보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맨해튼>에 삽입되었던 비발디, 슈트라우스, 슈트라우스 2세, 거슈윈의 곡들을 들려준다. 공연은 롯데콘서트홀에서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로맨스부터 오타쿠 취향까지 일본영화가 모였다
다양한 일본영화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자리. 3회를 맞이한 J필름 페스티벌이 4월 5일부터 11일까지 전국 CGV 6개 지점(왕십리·용산·인천·오리·대구·서면)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로맨스영화를 상영하는 로맨스 D
[culture highway] '김성현의 시네마 토크', 실황으로 만나는 영화 속 클래식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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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역사가 한손에 담겨
출판사 아르누보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20주년을 기념하는 <픽사 아트 엽서북>을 출간했다. 이번 엽서북에는 픽사가 선정한 장·단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스케치와 컨셉 아트 등의 아트워크로 이뤄진 100장의 포스트카드 모음을 제공한다. 극장에서 울고 웃었던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 <카> <토이 스토리> 시리즈, <인크레더블> 등의 장편영화를 포함해 <틴 토이> <점프> <게리의 게임> <장식품> <룩소 2세> 등 어느새 잊혔거나 잘 기억나지 않는, 혹은 여전히 추억을 소환하는 단편영화의 아트워크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소장가치가 더욱 높다.
입체로 보는 서울의 첫 20세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1904 입체사진으로 본 서울풍경>전이 진행 중이다. 미국, 호주, 일본에서 주로 러일전쟁(1904~1905) 전후로 촬영 및 제작된 작품들
[culture highway] <픽사 아트 엽서북>, 픽사의 역사가 한손에 담겨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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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입술을 열면>은 장마다 시 제목에 특이한 기호들이 붙어 있다. 그것은 별이기도 하고, 꽃일 때도 있고 십자가, 술병, 눈송이이기도 하다. 컨트롤과 F10을 눌렀을 때 나열되는 특수기호 이상의 기호들이 시의 이름 앞에 매달려 있다. 이는 시 바깥의 각주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시어를 설명하는 각주가 아니라 시 바깥에서 다른 화자가 시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읽힌다. 영화에서 디졸브 기법이라고 할 법한 장면전환기법을 시에도 적용한 것이다.
내가 요즘 읽었던 시들은 시 안에서 시의 이야기를 소화한다. 시어에는 주인공이 있고 그것에는 한편의 서사가 있었다. 그러나 김현의 <입술을 열면>에 수록된 시들은 다르다. 그들은 앞과 뒤의 문단이 서로 다른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유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도 읽힌다. 하지만 한편을 어렵사리 다 품에 안았을 때에는 우리가 이미지처럼 보이는 시를, 시가 된 삶을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김현의 시를
씨네21 추천도서 <입술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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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무기회사가 이탈리아 피렌체 공장 폐쇄를 결정한다. 미국 본사가 내린 공장 폐쇄 결정을 공장장과 유럽 지역 본부장, 일부 팀장들만이 알고 있다. 공장 직원들의 물리적 저항을 최소화하고, 노조와의 마찰을 줄이며 순조롭게 공장을 폐쇄시키기 위해 비밀스러운 계획이 실행되는데, 이름하여 ‘마카로니 프로젝트’다. 수천명이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계획대로 해고를 처리해 회사의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기업의 대량 해고 문제를 소설로 그릴 때 회사를 악이자 가해자로, 노동자를 선한 피해자로 단순화하기 쉬운데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생존 앞에서는 실익을 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양면성을 실감나게 그린다. 복잡한 신자유주의의 세계 안에서 흑백의 논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나와 내 가족의 상황을 상위에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고를 통보하는 인사팀장이나 노동자들의 폭력적인 상황에 대비해 도망칠 루트를 살피
씨네21 추천도서 <마카로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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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마흔여덟, 다다시는 이혼 후 15년을 산 아파트를 나와 오래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한다. 사는 내내 취향과 성향이 달라 삐걱댔던 아내와의 이혼은 그에게 홀가분함을 주고, 22살 아들은 독립해 외국에서 유학 중이니 부양의 의무도 끝났다. 로망이었던 낡고 오래된 일본식 가옥으로 이사한 그의 일상은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집주인인 소노다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세입자인 그에게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첫째, 집을 고치더라도 틀은 손대지 않기, 둘째, 매일 찾아오는 고양이 후미의 밥을 챙겨주기. “그리고 집을 수리한다면 메일로 사진을 보내주면 좋겠어요”라는 말도 덧붙인다. 내키는 대로 먹고, 자고, 책을 읽고 생활할 수 있는 마흔여덟 혼자남의 생활은 담백하고 간결하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회사 동료는 “자네는 우아하군”이라고 말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다다시의 질문에 “아직 40대잖나. 월급은
씨네21 추천도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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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빠지는 세상 앞에서 우리는 무력하지만, 그래도 입술을 열어 인간의 의미를 말하고 오늘의 우아함을 고민한다. 3월의 북엔즈에는 소설을 읽는 시간이 곧 치유처럼 느껴지는 일본 소설과 픽션이 아닌 다큐로 다가오는 한국 소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지워가며 삶의 고됨과 그럼에도 아름다울 수 있는 인간에 대해 말하는 시집 한권을 가져왔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제목과는 달리 우아한 여백이 돋보이는 일본 소설이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전작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연장선에서 오래되고 낡은 일본식 가옥에 혼자 사는 남자의 느린 일상이 천천히 흘러간다. 소설가 김솔의 장편소설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공장이 폐쇄되는 과정에서 사측과 노동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와 함께 개개인의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과정도 보여준다.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해고 문제를 심리묘사를 통해 치밀하면서도 힘 있게 끌고나간다. 김현 시인의 <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 3월의 추천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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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관내분실>로 대상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 수상했다. <관내분실>은 사후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도서관에 보관된 망자의 마인드를 찾아 대화를 하려는 지민의 이야기다. 지민은 어머니의 마인드가 관내분실, 즉 도서관 내에서 분실된 상황임을 알게 된다. 지민은 어머니의 마인드 인덱스를 지운 아버지를 만나고, 마인드를 복구하기 위해 어머니의 기억이 얽힌 물건을 찾는다. 임신한 지민은 어머니가 가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인생이 자신을 임신하며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완전히 잊히고자 했던 어머니, 설령 ‘진짜’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마인드와 대화하고자 하는 지민의 심경이 아프게 와닿는다. 기억 속 어머니의 모습과 자신을 낳기 전 어머니의 모습의 차이를 알게 된 뒤, SF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아득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엔딩이 이어진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마지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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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마세요, 보세요!
미니멀리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자꾸 애꿎은 물건만 갖다버리고 있다면 미니멀리즘 예술의 창시자라 불리는 댄 플래빈을 보러 가자. 복잡한 시야를 간결하게 다듬어줄 미술 전시로 추천한다. 잠실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의 개관작인 <댄 플래빈, 위대한 빛> 전시장에 들어서면 나와 공간, 그 사이를 채운 하염없는 빛 속에 덩그러니 놓이게 된다. ‘형광등의 작가’라는 수식어답게 오로지 빛과 그림자, 색채, 조도의 차이 등을 이용해 창조적인 아름다움에 다가간다. 기교를 배제하고 단순한 재료로 접근한 현대미술의 새 매력을 느껴볼 기회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은밀하고 발랄한 빨간책 이야기
한국 창작 뮤지컬에서 여성 캐릭터의 성과 사랑을 제대로 다룬 적이 있었던가? 금방 대답하기 어려울 만큼 사례가 드물다. <레드북>에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당대의 가치관에 도발하는 신여성이자 소설가 안나가 등장한다. 물론 안나의 등장은 오늘날에도 여
[culture highway] 연극 <미저리>, 일상을 조이는 긴장이 필요하다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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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의 클리셰를 모아 집대성하고 비틀어냈던 <캐빈 인 더 우즈>라는 영화가 있다. 숲속 오두막에 놀러간 10대들이 연쇄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공포물 클리셰를 아예 제목으로 삼았다. S. L. 그레이의 <아파트먼트>는 ‘숲속 오두막’을 도심으로 옮겨왔다(건물이 빼곡한 도심은 그 자체로 숲의 변주이기도 하고).
마크와 스테프는 어린 딸과 함께 케이프타운에 살고 있다. 얼마 전 강도의 침입으로 긴장을 풀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는 중이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두 사람은 숙박공유사이트를 이용해 파리의 한 아파트에가 머물기로 한다. 경제적 여유가 없음에도, 가족의 생활이 강도사건 전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에 두 사람은 아이를 맡기고 파리로 떠난다. 그런데 그 아파트는 을씨년스럽기로는 말도 할 수 없는 수준이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옷장 안에는 양동이 세개에 사람 머리카락이 가득 차 있다. 마크는 죽은 딸을 닮은 무엇인가를 보기 시작한다. 아파트에서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파트먼트>, 무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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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작 <칠월과 안생>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중국소설 하면 장대한 시대극이나 풍자소설만을 연상하는 독자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청춘소설 10개가 실려 있다. 표제작 <칠월과 안생>은 110분짜리 장편영화의 원작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매우 짧은 단편소설이다. 13살에 만나 서로를 선택하고, 영향을 주고, 또는 받으며 함께 자란 두 소녀의 짧은 단편을 영화는 매우 사려깊은 장편으로 완성했다. 영화에서 미처 그려지지 않아 궁금했던 인물의 전사를 원작에서 확인하긴 어렵다. 영화가 칠월과 안생, 두 여성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면 소설은 그에 비해 사건의 전개나 설명이 불친절한 편이다. 하지만 그 불친절한 문장이 이 소설을 매우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만든다. 작가 칭산은 중국에서 인터넷 소설로 인기를 얻었고, 안니바오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인터넷 스타 톱10’ 순위 1위에 오르기도
씨네21 추천도서 <칠월과 안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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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눈앞에서 죽는다. 옥상에서 떨어졌다. 자살이었다. 딸의 죽음 후 우울감에 시달리던 아내였다. 평범한, 아니 단란했던 가족의 중심은 딸이었다. 별을 좋아해서 천문학자를 꿈꾸던 어린 딸아이. 아빠에게 별자리를 알려주던 다정했던 딸이 죽은 후 이 가족은 붕괴되어버렸다. 아내마저 죽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아버지 우진에게 누군가가 쪽지를 남긴다. “진범은 따로 있다.” 이제 다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또래 청소년들의 범죄로 가볍게 판결내려진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니, 아버지는 딸의 진범을 직접 잡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죽은 아이, 붕괴된 가족, 청소년 범죄를 소재로 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추적극이지만 사건 외면에 대한 접근보다는 인물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추리 장르의 긴박과 쾌감보다는 가족을 먼저 보낸 사람의 슬픔과 후회와 같은 애절한 감정이 이야기를 지배한다. 드라마 극본과 영화 각본을 비롯해 소설 <반가운 살인자> &l
씨네21 추천도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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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은 뒤 희열이라고 부를 만한 도전이 인생에서 사라진 것 같다고 느끼는 한 남자가 있다. 그 문제를 동료(정신과의사)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말하기를 육체가 쇠퇴하듯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단다. 문제는 자살 욕구가 있음을 깨달으면서부터다. “외국에 가도, 불륜을 저질러도 만날 똑같은 기분입니다. 돈을 벌어 쓰는 것도 그렇죠. 분석을 받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죄다 약에 취했거나, 절망에 빠졌거나, 만날 보던 얼굴들이고요. 제 일은 효과는 있지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새로운 철학이라는 것도 결국 그게 그거고, 제가 자부심으로 삼았던 정신분석도 이 문제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집의 창가에서 프로이트의 초상화를 보다가 주사위를 보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주사위 윗면이 1이라면 알린을 강간하자”고 마음먹는다. 알린은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 정신과의사의 아내이자 그의 아내와도 절친한 사이다. 1은 강간, 다른 숫자는 침실. 그리고 주사위의 결과는 1. 여기서 결과에
씨네21 추천도서 <다이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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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굳이 분류하자면 인문 에세이쯤 되겠다)인 이 책의 출발은 조금 충격적이다. 친구와 전화 통화 중에 “죽고 싶다”고 한 저자의 집에 경찰이 출동하고, 제사 크리스핀은 경찰에게 자신이 지금 얼마나 멀쩡한지를 설명한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내 인생은 정말로 내 것인가, 아니면 남이 나를 위해 골라준 것인가? 이 모든 게 정말 나답긴 한가? 이런 질문들이 내 존재를 잠식해나갔고 마침내 나의 성채는 몇번이고 절망으로 붕괴했다. 나는 이년에 한번씩 정확히 똑같은 지점으로 돌아와 다시 지어나가다가 그 성이 파도 한번에 쓸려나가는 걸 보고 망연자실하기를 반복했다. 달리 사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11쪽) 이런 생각들이 뒤섞인 서른이라니, 이건 내 얘기잖아! 사실 ‘서른에 우울증을 겪은 저자가 유럽으로 떠나 존경했던 명사들의 공간들을 찾아다닌다’는 줄거리에는 별 매력을 못 느꼈다. 누구나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누구나 유럽의 각 도시로 훌쩍 떠날 수는 없
씨네21 추천도서 <죽은 숙녀들의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