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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겐지는 교토의 작은 서점 가케쇼보를 열었고, 2015년부터는 호호호좌라는 이름의 ‘책이 아주 많은 선물가게’에서 책을 팔고 있다. <서점의 일생>은 야마시타 겐지가 쓴 에세이로 ‘일생’이라는 말에 걸맞게 개업과 폐업, 새로운 도전을 아우른다. 서점 아르바이트, 잡지 창간과 판매 관련 일을 한 건 물론, ‘성인물을 만드는 청년’이라는 챕터를 보면 성인물 모델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항상 사진 촬영을 하던 남자배우에게 일이 생겨 편집자인 자신이 모델을 한 경험 이후 아예 서양 어덜트 편집부로 이동해 근무했다고.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하니 회사가 숯검댕이 되어 있었다. 가끔 회사 가기 싫을 때 ‘아, 갑자기 회사가 없어져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했는데 그날 출근하니 그것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건물 전체가 홀랑 다 타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누가 불을 지른 것 같다. 당시에 출판사 괴롭히기가 계속되고 있었는데 다른 출판사에서는 편집실에 온통 똥칠을 해놓은 곳도 있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서점의 일생>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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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와 싸우는 환자의 병상 에세이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위로 이상의 의미를 갖긴 어렵다. 그가 온몸으로 겪은 신체적 고통을 타인이 감히 공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공감은 감정의 영역으로 올 때 쉬워진다. 실연, 낙담, 절망 등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감정에 대해서는 쉽게 ‘나도 안다’고 생각한다. 레슬리 제이미슨의 <공감 연습>은 타인의 감정과 신체의 고통에 대해 ‘안다’고 말하기 전에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당신이 치유되기를 소망한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공감’ 기술이다. 감정으로만 여겼던 공감을 신체에 빗대 설명하는 것이 제이미슨 에세이의 독특함이다. 의료 배우(medical actor)로 일하며 질병을 연기했던 경험, 거식증과 자해 행위, 모겔론스병을 취재하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은 쉽게 ‘공감’을 운운하는 여타의 에세이에서 읽을 수 없는 직간접적 체험이다. 게다
씨네21 추천도서 <공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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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형법 39조는 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은 흉악범죄, 심지어는 살인을 저질러도 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형법 10조(심신장애인에 대한 형법 총론)와 같은 논란을 낳는 법조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후속작인 이 소설은 형법 39조가 일으킨 사건의 후폭풍으로 시작한다. 개구리를 잡듯 사람을 사냥하는 범인에게 붙은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 그런데 개구리 남자는 형법상의 책임뿐 아니라 민법상의 책임까지 피했는데, 민법 제712조와 713조에서는 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은 치료비나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해서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나고 열달이 지나, 정신과 의사인 오마에자키 교수의 집이 폭파된다. 집 안에는 축구공보다 더 큰 크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개구리 남자 사건이 시작됐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때 수상작과 함께
씨네21 추천도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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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부인>은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장편소설이다. 작가 스스로도 ‘쓰고 싶은 대로 써내려 갔다’고 설명할 만큼 이 소설에는 영화적 장치가 가득하다. 영화광인 고등학생 지로와 정체불명의 중년 여성 백작부인이 주인공이고, 영화를 사랑하는 주인공의 특성 덕에 아주 다양한 고전영화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또한, 따로 영화 제목이 언급되지 않더라도 특정 영화를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들 역시 여러번 등장한다. 소설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중 기이하게 밝은 에너지가 충만했던 일본이다. 백작부인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요염한 중년 여성이고, 지로라는 어린 남성을 성의 세계로 인도한다.
고급 창부, 전쟁 스파이, 첩의 소생…. 백작부인이라는 명칭 외에는 어떤 설명도 없는 이 여성을 둘러싼 추문은 다양하고 그녀는 이 추문을 이용해 남성을 자신의 뜻대로 주도한다. 성행위와 성기를 지칭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쉴 새 없이 출현하고,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지
씨네21 추천도서 <백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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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 편하게 읽기만 할 때에는 몰랐다. 작가들이 픽션을 쓸 때에는 이야기에 구조부터 만든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소설이란 하나의 튼튼한 건축물이고(물론 부실공사된 소설도 있지만), 그 건축물은 구조를 만들기부터 시작해 점차 살을 붙여나가 완성된다. 그러니 건축물에 설계도가 있듯이 소설에 지도가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의 오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다 말이 길어졌다. 솔직히 <소설&지도>를 소설의 구조를 지도로 그린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설&지도>는 이야기의 구조보다는 진짜 소설 속 공간의 지도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었다. 물론 그 역시 재미있는 시도이고 지도와 그림으로 문학을 만나는 것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월리를 찾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월리 찾기에 매번 실패했지만 다행히 <소설&지도>에서는 길을 잃지 않고 수월하게 성의 미로(<햄릿>)에서 해방구를 찾았으며,
씨네21 추천도서 <소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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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론을 책으로 공부해 완전 정복하는 일이 가능이나 할까. 영화 공부는 비전공자에게는 시작부터 지치는 일이다. 그 많은 영화를 어떤 기준으로 선별해 볼 것이며, 영화를 둘러싼 기술과 산업은 누구에게 배울 것인가. 그 과정에서 영화 취향을 배제하고 공부로만 접근할 경우 금방 지쳐서 그토록 사랑하던 영화를 증오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관련 학과 전공자가 아니라면 영화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어려운 일이다. 물론 감독이 되고 싶은지, 제작자나 프로듀서를 꿈꾸는지 혹은 배우나 카메라 감독, 비평가를 준비하는지에 따라 공부의 접근법은 달라진다. 그럼에도 모든 시작이 그렇듯 영화 역시 입문서로 첫발을 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의 <시네 클래스>는 그 제목만큼이나 군더더기 없이 영화에 접근하는 편리하고 친절한 입문서다. 목차만 훑어봐도 이 영화 입문서가 얼마나 간명하게 영화에 대해 알려주려 애썼는지 알 수 있다.
스토리텔링, 연출, 카메라와 컴퓨터, 편집, 사운
씨네21 추천도서 <시네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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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다를 가엽다고 읽는다.”
가벼운 것은 쉽게 날아가고 흩어지고 사라진다. 박소란의 시 <가여운 계절>은 가볍다를 가엽다고 읽으며 시작한다. 가벼운 것과 가여운 것이 가없이 뒤섞인다. “허공에서 길 잃은 구름처럼 새처럼 가여운 것이 있을까 하고”, “플라타너스의 바랜 옷자락을 붙들고 선 저 잎새는 어제보다 오늘 더 가엽고”. 하지만 아니다 그 둘이 섞이는 게 아니다. 가벼운 것을 가여운 것으로 읽었을 뿐이다. 행을 따라 뒤로 가니 “조금도 가엽지 않은 것,/ 가엽다를 가볍다로 읽어야 한다”에 가닿는다. “위층에서 걸어내려오는 너의 인사는 깃털 같다/ 내게서 황급히 멀어지는 네가/ 나는 가볍다”.
박소란의 시는 인간 아닌 타자와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서늘한 온도의 목소리를 구사하고, 그것은 오싹하다. <손잡이> 역시 그런 시 중 하나다. “마치 사랑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녀가 잡은 것을 그가 잡는다, 그가 잡은 것을 그녀가 잡는다. 손잡이를 잡는다. “문의
씨네21 추천도서 <한 사람의 닫힌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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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니나 내나> <당신의 부탁>을 쓰고 그린 이동은(글)과 정이용(그림)의 신작 그래픽노블 <요요>. 이동은 감독의 글을 <씨네21>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자리한 ‘디스토피아로부터’ 지면에서 읽어온 독자라면 영화 소식만큼이나 반길 신작 그래픽노블 소식이다. 던지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요요처럼 눈을 뜨면 특정 날짜, 특정 시간을 반복해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고시원과 택시 안에서 하루가 시작되면 월요일인데 일요일 같은 세상에 던져진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희진은 고시학원 문이 닫힌 데 당황하고 경호는 불 꺼진 사무실에 놀란다. 그리고 알게 된다. 지금은 ‘어제’다. 어제가 반복되고 있다. 당황한 경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희진은 “어제 우리… 만난 것 맞죠?”라고 묻는다. 두 사람은 소개팅을 했고, 두 사람만 ‘정상’이다. 혹은 비정상이거나. 어떻게 살아도 그 자리로 돌아오는 그들은 각자 살아가다가 6개월이 지나
씨네21 추천도서 <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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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 대해선 쉽게 안다고 말하면서 남들은 나에 대해 조금도 모른다고 여긴다. 타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 사람은 저게 다일 거야’라고 판단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나는 열심히 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또 어떤가. ‘사람에게 좀더 상냥하게 대해야지, 타인을 쉽게 재단하지 말아야지’라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책이라도 펼쳐본다.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남의 마음에 다가서는 데 독서 말고 달리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2월의 <씨네21> 북엔즈는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타인의 마음에 대해 고민하는 책을 시작으로 문을 연다. 박소란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은 내내 누군가를 가여워한다. 타인을 가여워하는 마음은 동정과는 다르다. 가여워하고 안쓰러워하고 그리워함으로써 우리는 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다. 영화를 공부하고 싶거나, 영화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시네 클래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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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생인 소설가 어슐러 르 귄이 여든을 넘긴 2010년부터 쓴 산문을 묶은 책,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여든을 넘겨 살아온 세상과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후손이 살아갈 세상을 조망한다는 일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내게 이 책은, 어슐러 르 귄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왜 그간 좋아해왔는지를 알게 해주는 글로 가득했다. 첫 번째 글 ‘당신의 여가 시간에’부터가 그렇다. 이는 하버드 대학교로부터 1951학년도 졸업생의 60회 동창회와 관련한 설문을 받은 내용. 당시 그는 하버드와 합병된 래드클리프 대학교를 다녔지만 성별 때문에(여성이라서) 하버드 대학생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질문 13번. 당신 가족의 미래 세대가 누릴 삶의 질을 무엇으로 개선할 수 있겠습니까? 그에 대한 두 번째 보기가 ‘미국의 경제 안정과 성장’이었단다. 어슐러 르 귄은 다음과 같이 썼다. “자본주의적 사고가 아니면 생각 없는 자나 할 수 있는 참으로 놀라운 사고의 표본 아닌가. ‘성장’과 ‘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살기에도 생각하기에도 바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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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이디 버드>의 엄마는 차에서 오디오북을 듣는다. 옆자리에 딸을 태우고 오디오북을 듣던 그녀는 청취에 몰입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레이디 버드와 엄마가 함께 듣는 책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다. 한두번 들은 모양새가 아닌데도 엄마는 같은 문장에서 다시 감동한다. 대공황 시대 경제적으로 위태한 소설 속 주인공에 자기 삶을 대입하고 만 것이다. 그녀에게 오디오북은 일상의 BGM이 아니라 집중해서 듣는 독서 행위다. 실직한 남편 몫까지 가계를 책임지고, 야간 근무 후 가사까지 돌보는 고단한 삶에서 엄마가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 귀로 듣는 독서다. 책을 읽는 많은 방법 중 가장 편리한 방법이 누군가 읽어주는 것을 귀로 듣는 것이고, 낭독자가 또렷하거나 나긋한 목소리의 배우라면 듣기의 효율은 더욱 올라간다.
한국 단편소설 걸작을 배우들이 나누어 낭독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는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
씨네21 추천도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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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유년 시절 각인된 이미지가 하나 있다. 폭력적이었던 그 장면, 그 장면의 의미를 이해하는 여정이 영화 <환송대>의 내용이다. 그 사건이 벌어진 때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몇년 전. 장소는 오를리공항의 거대한 환송대였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한 사람의 몸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경악에 찬 몸짓으로 바라보는 여자가 있었다. 얼마 뒤, 파괴가 시작되었다. 파리는 폐허가 되었다.(이때 등장하는 폐허가 된 도시 사진은 파리가 이미 경험했던 과거의 세계대전에서 가져온 것이리라) 생존자들은 지하에 자리를 잡았고, 주인공은 포로가 되어 그곳에 갇혔는데, 어느 날 그는 시간을 통과하는 실험의 주인공으로 선정된다. 현재를 구하기 위해 그는 시간 속으로 떠나야 한다. 그는 과거 특정한 순간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어서 선정되었고,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마침내 평화 시기의 장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환송대 위에서 본 여자를 보게 된다. 1차 실험이 성공하
씨네21 추천도서 <환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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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서인도제도에서는 지배계급이었던 애나는 영국에서 하층계급으로 살아간다. 월터와 사랑에 빠진 애나는 서인도제도에서의 나날을 떠올리곤 한다. 월터에게서 버림받은 뒤 현실과 과거는 더욱 뒤섞인다. 남자에게서 버림받는다는 일은 하층계급의 여자에게는 생존이 걸린 재앙이나 다름없다.
“가끔은 내가 그곳으로 돌아가 있는 듯하고 영국은 하룻밤 꿈처럼 느껴졌다. 어떤 때는 영국이 실제이고 그곳이 꿈이었는데, 나는 결코 그 둘을 제대로 끼워맞추지 못했다.” 이 문장을 진 리스의 소설 <어둠속의 항해>의 두 번째 페이지에서 읽었다. 진 리스가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즉 로체스터씨의 아내였던 버사 메이슨의 전사(前史)를 상상한 소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가 상상한 버사 메이슨은 <어둠속의 항해>의 주인공과도 닮아 보이고 작가 자신과도 무척 닮아 보인다. 실제로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는 &
씨네21 추천도서 <어둠속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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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중 어느 한명에게 ‘이야기꾼’의 칭호를 내려야 한다면 그것은 단연코 교고쿠 나쓰히코의 차지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기담과 민속학, 종교학을 아우르며 괴이한 사건을 현실에 밀착해 풀어내는 작가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 중 처음 만난 것은 <우부메의 여름>이었다. 책을 읽은 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지금도 독서 당시 여름의 끈적한 감촉이 기억난다.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땀을 흘리며 그 길고 긴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우부메의 여름>은 내게 괴물을 잉태한 여자의 커다란 배를 펜으로 그린 삽화로 기억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내 기억에 달라붙어 있던 삽화가 책에는 없었다. 그러니까 책을 읽고 내 멋대로 상상한 그림을 삽화로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교고쿠는 독자의 기억에 자기가 만들어놓은 묘사를 이미지로 남겨버린다. 교고쿠는 비논리의 대상인 요괴(혹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귀신)를 확인하는 추리의 과정을 섬세하게
씨네21 추천도서 <후 항설백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