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립 K 딕 지음| 시공사 펴냄| 8500원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의 원작자 필립 K. 딕의 대체역사소설. 만약 미국이 2차대전에서 패망했다면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1962년의 미국은 나치독일이 뉴욕 등 동부지역, 일본이 캘리포니아 등 서부지역을 지배하고 노예제도도 합법으로 남아 있다. 1963년 휴고상을 수상한 <높은 성의 사나이>는 이런 가정하의 미국을 배경으로 연약한 개인들이 깨우치는 ‘자기 발견’의 심오한 과정을 예리하게 그려낸다. 가명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유대인 핑크, 일본인 거부들에게 미국의 과거를 파는 미술품상 칠단 등 ‘피지배자’들은 독일과 일본의 암투에 희생되는 입장이지만, 혹독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간다.
책- 높은 성의 사나이
-
<키즈 리턴> O.S.T|유니버설 발매개인적으로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서 초기 고다르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림을 느낀다. 기타노 영화는 드라이한 착잡함의 영화, 무표정의 죽음을 그리는 영화, 자폭의 영화다. 물론 서 있는 자리는 고다르와 기타노가 다르다. 전후의 허무적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한 고다르의 초기 영화들은 삶에의 근원적인 회의에서 출발하는, 그러나 동시에 충일한 자기의식에 사로잡힌 자아의 영화인 반면, 기타노 영화는 삶에의 애착 자체가 일종의 원죄인 자들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다르는 붙들려고 하고 기타노는 ‘놓으려’ 한다. 고다르의 자폭이 ‘격렬한 자기 껴안음’이라면 기타노의 비극적 톤은 ‘순순히 자기 자신을 내놓음’이다. 선(禪)적인 경지로도 보이는 이러한 색깔은 그러나 그렇게 한가하지는 않다. 전후 일본 지식인의 회한이랄까, 그의 영화에서는 그것에 대한 매우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솔직하고 투명한 고백이 보인다. <하나비>나 <소나티네>
무채색 허무, 중성적 음악
-
<리눅스*그냥 재미로> |한겨레신문사 펴냄| 1만원모든 기술발전에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는 없겠지만,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정보기술의 발전과정만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야도 찾기 힘들 것이다. 우선 100여년 전에 이미 오늘날 컴퓨터의 먼 조상에 해당하는 해석기관이라는 기계식 컴퓨터를 설계한 찰스 배비지와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평가받는 러블레이스 백작부인에서 1970년대에 퍼스널 컴퓨터 애플을 탄생시킨 스티브 워즈니악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기술을 발전시킨 일등공신들이 거의 모두 아마추어들이었다. 특히 컴퓨터를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개인용 컴퓨터의 출현 과정은 흔히 해커라 불리는 열광적 애호가들의 집단적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컴퓨터 기술만큼 이용자 또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에 의해 기술혁신이 진행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점은 요즈음 정보기술과 함께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생물공학과 비교해보면 쉽게 수
공유는 즐거워
-
(지난주에 이어 <애니메이션 저널>의 편집인 모린 퍼니스가 선정한 단편 애니메이션의 기대주를 살펴본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3D로 대표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선명한 색감에 티 하나없이 깔끔한 영상이 왠지 정이 잘 가지 않았다. 특히 컴퓨터의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듯 ‘기계 냄새’만 잔뜩 풍기는 작품에 대해서는 “저것도 애니메이션이냐”라는 경멸감마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등장한 디지털 테크닉의 단편들은 나의 이런 ‘옹졸한 편견’을 비웃듯 기발한 아이디어와 작가정신으로 꽉 찬 작품들이 많다.3분짜리 3D 디지털 애니메이션 <헬로 돌리>(Hello, Dolly!)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미국의 학생감독 마리코 호시가 만든 이 단편의 주인공은 양이다. 양은 서구의 동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 중 하나이다. 특히 잠이 안 올 때 주인공의 머리 위에 말풍선이 등장하고, 그 속에서 울타리를 넘는 양의 숫자를 세는 것은
‘젊은’ 작가의 ‘젊은’ 상상력
-
-
2001년, SF의 연대인 2000년대로 접어든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종말의 예언과 짝을 이룬 1999년을 마감하고 2000년대로접어들었지만 SF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뉴스를 통해 만나는 화상전화나 DNA 복제 등과 같은 과학의 결실은 사실 오래 전에이미 SF를 통해 만났던 익숙한 개념들이다. SF의 상상력과 과학의 진보는 함께 굴러가는 수레바퀴와 같다. 다이제스트 소설로 10대 소년 독자들의꿈을 장악한 SF는 전통적으로 만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의 하나였다. SF의 광대한 상상력은 독자의 창발성과 조우하며 소년 시절의 삶을풍요롭게 했다. 90년대 들어 판타지 장르가 양적으로 팽창하며 SF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SF는 자신을 사랑하는 독자와의 소통을 멈추지않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한두편씩 제출되는 SF는 팬들의 목마름을 달래주었다. 이태행의 <타임시커즈>나 김진의 <푸른포에닉스>는90년대 SF만화가 일궈낸 소중한 성과들이다.
통일한국의 예언서?
-
어린이날을 맞아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가 디자인하우스에서 새로운 판형으로 출간되었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 중 하나인<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 <보물섬>에 연재된 이후 1986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TV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으며,극장용 장편은 물론 각종 캐릭터로 활용되고 있다. 만화 단행본은 1986년, 90년, 95년에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아기공룡 둘리>는둘리, 도우너, 또치, 희동이, 마이콜 등 주요 캐릭터를 내세워 5권 분량으로 편집한 것이 특징이다. 아기공룡 둘리가 빙산에 갇혔다가 고길동의집에 나타나는 장면부터 구성된 5개의 에피소드는 <둘리가 나타났다!> <고집불통 도우너!> <또치야, 뭐하니?><천하무적 희동이!> <마이콜은 못 말려!>이다. 한편, 대원씨아이에서는 <슬램덩크>를 새롭게 출판하고 있다.일본에서 3월19일부터 출간된 &l
인기만화 재출간 붐
-
1950년대 사라진 정통가극을 토대로 만들어진 21세기형 가극. <눈물의 여왕>의 실제 주인공인 전옥이 직접 쓰고 연출까지 맡았던 옛 가극 <눈 나리는 밤>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원본을 토대로 하여 오늘날의 정서에 맞게 재현했다. 갈수록 원형이 손실되어가는 신파극의 맥을 찾아내고 연구 복원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눈 나리는 밤>은 황폐한 현실을 살아가는 한 여인과 두 남매가 펼치는 드라마. 실제 1950년대 <눈 나리는 밤>을 공연했던 생존배우 원희옥씨가 직접 출연과 고증을 맡아 눈길을 끈다.
정통가극 [눈 나리는 밤]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진출, 지난 17년간 프리마돈나의 자리를 지켜온 소프라오 홍혜경이 예술의전당에서 독창회를 갖는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오페라 <피카로의 결혼> 중 ‘좋았던 시절은 어디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오페라 삽입곡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고, 한국 가곡도 들어 있다. 홍혜경은 1982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83년 미국을 대표하는 4명의 젊은 성악가로 선정되었고, 84년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의 세르빌리아 역을 맡으며 성공적인 오페라 무대 데뷔를 했다. 지난 98년에는 백악관 콘서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소프라노 홍혜경 초청독창회>
-
오페라의 걸작들을 모은 편집음반. 아리아, 서곡, 합창곡, 기악곡 등 다양한 오페라의 레퍼토리 39곡을 두장의 CD에 담았다. 성악곡들만 모음 음반의 단점은, 비슷한 톤이 반복되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는 듣는 사람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서곡, 아리아, 합창 등의 장르와 남성, 여성, 테너, 메조 소프라노 등의 연주자를 듣기에 좋게 배열해 놓았다.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의 <나비 부인>과 <토스카>, 베르디의 <아이다>와 <라 트라비아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등의 널리 알려진 오페라의 명곡들을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키리 테 카나와 등 거장들이 불렀다.
음반- [Escape Through Opera]
-
‘가슴 저미는 동양적 서정미의 극치’, ‘슬프고도 아름다운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드라마 음악 앨범.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시작한 유키 구라모토는 86년 발표한 솔로음반 가 성공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맑은 피아노 음률과 현악 앙상블로 시작되는 , 머뭇거리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피아노로 표현한 ,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등 유키 구라모토가 작곡과 편곡, 연주를 담당한 드라마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키 구라모토는 5월19일과 21일, 각각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Scnenries in Love] Yuhki Kuramoto
-
‘나’를 규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엠므 씨의 마지막 향수>의 작가 퍼시 캉프는 ‘냄새’라고 말한다. <엠므 씨의 마지막 향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나름의 ‘냄새’로 독자를 현혹시키는 장편소설이다. 전직 프랑스 정보부원인 엠므 씨에게, 40년 동안 고수해온 머스크 향수는 자신을 ‘완성’시키는 절대적인 필수품이다. 어느 날 향수의 포장과 냄새가 달라진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과거에 나온 머스크 향수의 재고를 찾아 세계를 떠돌지만, 남은 생만큼 쓸 분량을 확보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향수없는 세상보다는 죽음을 택하기로 결심한다. 상실감과 정체성의 회의, 페티시즘 등이 뒤얽히며 힘있게 진행되는 소설.
엠므 씨의 마지막 향수
-
/ 소니뮤직 발매뮤즈(Muse)는 말이 많은 밴드였다. 밴드 당사자들이 아니라 특히 밴드의 주변이 그랬다. 영국의 ‘궁벽하고 한물간 피서지 동네’(이것은 고국인 영국매체의 표현) 데번주 테인머스 출신인 이 시퍼렇게 젊은 삼인조는 99년에 이 데뷔앨범 가 발매되었을 무렵 꽤 화젯거리가 되었는데, 그것은 당시 갓 라디오를 타기 시작한 이들의 싱글 이 ‘시끄러운 록’이면서도 그 이상할 정도로 ‘애절한 감성’으로 인해 매우 양면적인 존재로 부각된 탓이었다. 그 곡은 학교와 클럽에 포진한 인디 근본주의자들(알 사람은 알겠지만 회교근본주의자들만큼이나 무섭다) 사이에서도, 에미넴과 웨스트라이프가 톱텐을 다투던 주류 팝 차트곡들 사이에서도 매우 기묘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 곡을 라디오에서 듣는 느낌은 흡사 다 함께 햇빛 화사한 캘리포니아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셈인지 나 혼자만 고대 그리스 비극 정거장에 불시착한 듯한 당혹감이었다.이 당혹감은 더 나아간다. 뮤즈의 세 사람은 열세
당혹스러운 쾌감?
-
오슨 웰스가 만든 미증유의 걸작 <시민 케인>의 키워드는 ‘깊이’이다. 영화 속에는 또다른 영화가 있고, 케인의 승승장구 뒤에는 외로움과 추문이 있다. 화면의 한켠에 어머니가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을 견디며 모딜리아니의 그림처럼 비스듬히 걸려 있고 그뒤로 동등한 시각적 지위를 가진 아버지와 은행가가 있듯, 화면의 포커스는 인생의 흐름 깊은 곳에 존재하는 것과 겉모습을 동시에 붙들려 하고 있다. 아니, 겉모습을 뚫고 들어가 그 깊은 곳에 있는 무엇을 건지려 한다. 그 맨 끝에는 신비의 단어 ‘로즈 버드’가 있다. 영화의 구조는 케인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가 거기서 다시 빠져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발견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먼 굴뚝에서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연기가 솟아오를 뿐이다. 그러나 ‘들어갔다 나온다’는 바로 거기에 카메라의 의도가 있다.영화음악을 맡은 버나드 허먼은 예전에 <택시 드라이버>를 소개하면서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아주 괴팍한 영화음
깊이에의 초대
-
이 지면을 통해 해외 애니메이션을 소개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가급적 다양한 장르와 국가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장편 보다는 단편, 그것도 일본이나 미국보다는 유럽 중심의 단편에 많이 편중됐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순수 단편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조류보다는 이미 거장이나 ‘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는 사람들을 주로 소개해왔다. 실제로 이 메일을 통해 그 부분을 지적하면서 ‘선정의 편협함’을 지적한 분들도 많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미국이나 일본의 장편들은 이 지면이 아니더라도 최신 정보나 다양한 리뷰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나 스스로 잘 알지도 못하고, 진지하게 감상을 했거나 또는 정말 즐겁게 본 기억도 없으면서 피상적인 정보만 나열한다는 것이 옳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보다는 ‘편협하고 한정된 영역’이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느꼈던 감상이나 생각들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아는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해왔다. 하지
애니메이션에 신선한 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