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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소년과 마조히스트 소녀의 기이한 애정행각을 그린 <M과 N의 초상>은 다치바나 히구치의 엽기 순정의 세계에 속한 걸작이었다. 코피를 흘리면서도 황홀경에 젖어 “때려줘, 더 때려줘!”라며 애원하는 여학생과 자신의 모습을 거울이나 유리창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봐버리면 갑자기 주변이 샤방샤방 빛의 제국으로 변하며 쓰러지는 미소년의 어처구니없는 로맨스를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의 시작은 그보다 가볍고 경쾌하다. 아이들은 이제 막 취학연령을 넘겨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어리며, 주인공 미캉은 ‘정상’이며 착한 마음씨의 소녀다. 단짝 호타루를 따라 특수학교 앨리스 학원에 입학한 미캉은 그 학교가 요구하는 것이 ‘앨리스’라고 부르는 기이한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치바나 히구치의 가느다란 펜터치로 그려진 각기 특이한 앨리스를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 미캉은 자신이 ‘무효화 앨리스’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른 이들의
이상한 학원의 앨리스, 다치바나 히구치의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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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서가 나왔지만 절판됐다가 10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우리 도서 시장의 일본 소설 붐을 출판사쪽이 감안했기 때문일까?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뒤졌다고 하니, 재출간이 반갑다. 제목만 보면 일본 야구 해설서 같지만 야구가 사라진 미래 세계에 살고 있는 야구광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물음표를 넣은 까닭은 이 작품을 읽어보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줄거리랄 것도 별로 없고 서로 관련없어 보이는 단편들이 죽 이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놓고 포스트모던 어쩌고저쩌고 한다지만, 그런 얘기는 평론가들에게 맡기고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
야구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900편의 야구 시 쓰기와 100편의 포르노 비디오 보기에 도전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있다. 야구에 관한 글만 모으는 노인은 카프카의 글이 야구에 관한 글이라고 간주하고, 카프카가 야구에 대단한 열정을 지닌 후보 포수 정도였으리라 추정
이게 소설이라고?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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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불러오는 건전지나 아이디어들을 보관해두는 냉장고가 있다면? 너무나 완벽해서 더이상 다른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글이 있다면 어떨까? 책과 문학에 관한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라면 책에 대해 당신이 꿈꾸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일흔일곱살의 오동통한 작가지망생 공룡 미텐메츠는 문학적 대부인 단첼로트가 유언으로 남긴 어느 원고를 읽게 된다. 단첼로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너무나 완벽에 가까워서 그 자신의 절필의 원인이 된 작품이다. 미텐메츠는 그 작품을 읽고 감명받아, 부흐하임으로 떠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작가를 찾아나선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만 5천개가 넘는 부흐하임에서 미텐메츠는 책에 둘러싸인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먹물 포도주를 마실까 삼류소설 커피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영감이라는 바닐라 밀크 커피를 선택해 마시고, 영감에는 시인의 유혹이라는 단 과자를 같이 먹으며 책을 읽는다. 어느 날 미텐메츠는 수수께끼의 원고를 들고 찾아간
책벌레가 되어라, 그 안에 꿈이 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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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가 맡긴 로또 복권으로 유혹에 빠진 목사, 식육용 인간을 사랑하게 된 젊은 도살꾼, 강의 시간에 자리를 비웠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린 강사…. 변기현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곤궁에 처해 있다. 만화의 배경은 다채롭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을 옥죄고, 단단한 데생의 사물들이 인물 주변을 압박하고, 꼼꼼한 컬러링은 화려하지만 무겁다. 광각을 즐겨 쓰는 주관적인 앵글이 이 모든 것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기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무지막지한 압력을 만들어낸다.
변기현의 단편집 <로또 블루스>는 지난 몇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온 한 젊은 작가의 궤적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신인급의 단편집이기 때문에 작품들 사이의 편차가 상당히 존재하고, 아주 설익은 단편도 없지 않다. 뫼비우스, 마쓰모토 다이요, 오오토모 가스히로 등 여러 스타일리스트들로부터의 영향이 작품들을 산개시키는 느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광범위한 모색의 기운이 <로또 블루스> <비 내리는
기묘한 아이러니가 가득찬 세상, 변기현의 <로또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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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는 무수히 많은 민담들이 전해내려오지만,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민담은 신데렐라 유형의 이야기다. 유럽,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 중동, 이집트, 러시아 등 사실상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대략 1천편 정도의 이야기들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콩쥐팥쥐’도 이 유형에 속한다. 신데렐라 유형에 속하는 이야기의 공통점은 주인공은 고아이거나 의붓딸이며, 계모의 시기와 학대로 고통받다가 동물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해결하고, 아름다운 옷을 갖게 된 뒤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지만 그것을 계기로 왕자와 혼인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에는 꿈과 아름다움이 가득하지만 민담에는 폭력적 요소와 잔혹성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그림 형제의 신데렐라 이야기에서는 언니들이 유리구두에 억지로 발을 끼워맞추기 위해 스스로 발을 잘라내는가 하면, 신데렐라의 혼인식날 비둘기에 눈을 쪼여 장님이 된다. 베트남판 신데렐라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할록이 언니를 죽여 젓
민담 속 성과 폭력은 어디로 간 걸까, <신데렐라 천년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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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영국. 엠마는 메이드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윌리엄은 부잣집 도련님이다. 그런데 이들은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에 대입이 되지 않는다. 섬세한 필체로 그려넣은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책장이 유리창이 되어 엠마의 삶을 엿보는 기분이 드는데, <엠마>를 보면서 어느새 나는 “메이드와 사랑에 빠졌다”. 메이드는 에로영화(혹은 만화), 라는 공식에 익숙해 있던 내게 이런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순정만화는 거들떠도 안 보던 남동생도 <엠마>에 미쳐 있는 걸 보면 물건은 물건이다).
주인공 엠마는 메이드로 예쁘고 말이 없으면서 수줍음도 많다. 엠마는 오랜 가정교사 생활에서 은퇴한 스토너 부인의 시중을 들고 있다. 스토너 부인의 제자였던 부잣집 도련님 윌리엄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닌 남자로 엠마를 좋아하게 된다. 어느 날 스토너 부인이 죽으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흩어진다. 윌리엄은 집안에서 정해준 정혼자 엘레노아가 있고, 두 사람은 자주
이토록 수줍은 순애보, 가오루 모리의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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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의 미국은 거대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는 할리우드식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유의 영화를 맞이할 조건을 형성하고 있었다. 예컨대, 나치즘을 피해 새로운 땅을 밟은 유럽의 급진적인 예술가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자극했는가 하면 유럽 아방가르드의 고전들을 구비한 필름 라이브러리가 그런 실험영화들과 대화할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 결과, 40년대의 미국에서는, 파리와 베를린에서 20년대에 꽃을 피웠다가 소멸한 아방가르드의 전통을 재생시켰다고까지 이야기되는, 아방가르드영화의 상승 현상을 보게 되었다. 아담스 시트니의 <시각영화>는 대략 마야 데런의 <오후의 올가미>(1943)에서 중요한 원류를 찾을 수 있는 미국 아방가르드영화가 그때로부터 현재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기술하는 책이다.
여기서 시트니는 미국 아방가르드영화의 자취를, 마야 데런, 시드니 피터슨, 케네스 앵거로부터 마이클 스노, 이본느 라
미국 아방가르드영화는 어떻게 흘러왔나, <시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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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제국주의의 성공 비결은 뭘까? 이 책에 따르면 수량화라는 독특한 사고 방식 때문이다. 수량화는 세상을 양화(量化)시켜 파악한다는 뜻이다. 달을 가리켜 지구에서 평균 38만4400km 떨어져 있고 반지름이 지구의 4분의 1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달을 양화시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달을 보며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있는 하얀 쪽배’라고 말하거나,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의 달은 상상력과 의미와 가치 차원의 달이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은 대략 1250년부터 1600년 사이에 시공간과 음악, 미술, 부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량 관계를 중시하는 양적 세계관을 발전시켰다. 특히 1250∼1350년 사이 유럽에 기계 시계, 해도, 원근법, 복식부기 등이 등장했다. 움직임, 빛, 색깔, 열 등을 수량화한 14세기 영국 과학자들은 확실성, 덕성, 우아함 등까지 수량화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무지개는 상상력의 소재가 아니라 그 각도를 계산해야 하는 수량화의 대상이 됐고, 노
서양 제국주의의 성공은 수량화의 힘, <수량화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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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구미’를 보게 된 것은, 어느 포털 사이트의 만화 코너로 기억한다. 인터넷 만화 붐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중구난방 끌어모은 콘텐츠 속에서 아마추어 공모전의 수상작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 온 일본인 유학생’인 구미의 만화는 수상작들 중에서 기술적으로는 가장 숙련되지 않았지만, 다른 만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발랄한 유머 감각과 독특한 생활의 맛이 담겨 있었다. 그래도 역시 아마추어에 불과했던 구미에게 관심이 갔던 것은 솔직히 만화 너머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독특한 위치 때문이었다. 이 친구는 왜 한국으로 유학을 왔을까? 한국어나 한국사도 아니고, 디자인을 배우러.
한참 뒤에야 구미의 유학 만화가 연재되는 사이트(koomi.net)를 찾을 수 있었고, 나의 의문도 하나둘 풀려갔다. “제 이름은 구미입니다. 대구시 주변에 있는 구미시 주변의 구미. 마이구미의 구미입니다.” 그녀는 만화 속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는데, 거기에는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3세로서 차
재일한국인 3세의 한일 줄넘기, 노란 구미의 <한국 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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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최소한 나는 이 책을 한 2년쯤 기다려왔다. 나는 한 3년 전, 아주 약간, 이 책의 일부분을 미리 맛보았거니와 그때부터 이 책이 어느 정도는 결정적인 책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 책을 쓰고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지독한 사람들인지 겪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힘든 노동을 요구하는 책이 언젠가는 완성되리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독하다는 것은, 이 책을 쓴 집단을 이끌어온 신현준의 집요함과 그 모임에 참여해 이 책의 집필이라는 힘든 과정을 함께해온 이용우, 최지선의 가공할 끈기를 말함이다. 그들이 이 책을 준비하며 드림위즈닷컴(지금은 싸이월드로 더 유명한)에 폐쇄적인 모임을 꾸리면서 그 모임에 ‘KDB 노가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이 책의 준비 과정이 꽤나 힘들었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사실 하나를 밝히자면 나도 KDB 노가다의 비공개 회원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노가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이식문화에서 ‘한국 팝’으로 내재되기까지, <한국 팝의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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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톨만한 시작일지라도, 대성할 조짐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이 만화 꽤 오래 끌겠군” 하는 생각과 “이제 겨우 1권이 나왔을 뿐인데!” 하는 탄식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작품들. <20세기 소년>처럼. 그리고 <히스토리에>처럼. <히스토리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개인 서기관이었던 실존인물 에우메네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노예 청년 에우메네스가 고향 칼데아로 돌아가게 된다. 에우메네스의 명석한 두뇌와 대담함을 보여주는 초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일단 플래시백. 에우메네스는 원래 칼데아의 귀족 집안 둘째아들이었다. 그런데 에우메네스는 매일 같은 꿈을 꾼다. 바르바로이의 한 여인을 장정들이 둘러싸고 차례로 공격한다. 그런데 여자의 동작이 굉장히 민첩해서 오히려 장정들을 쓰러뜨린다. 마치 춤이라도 추듯. 그런데 여인이 어느 순간 에우메네스쪽을 바라보고 동작을 멈추자 장정들이 그녀를 공격, 강간하고 난도질해 그녀를 죽여버리는 꿈이다.
그리스 잔혹사, 이와아키 히토시의 <히스토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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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식객>, 오세호의 <낚시> 등 한국 만화계에도 훌륭한 전문 만화, 혹은 교양 만화의 맥은 이어져오고 있다. 이러한 전문 테마의 작품들을 밑받침해줄 첫 번째 요소는 무엇일까? 풍부한 자료 조사와 생동감 있는 인터뷰, 딱딱한 내용을 재기발랄하게 비벼내는 스토리텔링, 재미와 교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감각. 나는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소재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훈의 <MLB 카툰>이 지닌 가장 훌륭한 덕목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화가 최훈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은 아무래도 <일간 스포츠>에 연재된 직장인 만화 <하대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반쯤 취미로 시작한 것 같은 인터넷 연재작 <MLB 카툰>(네이버 만화에 연재)이 슬그머니 그의 얼굴이 되더니, 최근엔 고려대 마이어스 교수의 <뉴욕타임스> 기고로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만화가도 그의 팬들도 놀라워할 만한
유쾌하고 예리한 MLB 열전, 최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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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은 죽은 자도 말을 한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장에 남겨진 핏자국, 시체에 묻어온 섬유 몇올, 치명상의 흔적.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관은 그처럼 사소한 단서들을 모으고 의미를 부여해서 범인을 찾아낸다. 소년탐정 김전일도 말했듯이 살해당한 사람은 스스로 범인을 지목하기도 하는 것이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는 만화 <여검시관 히카루>나 TV시리즈 <C.S.I>처럼 그 자체로 경이로운 소재에 법의관이 탐정처럼 수사에 뛰어드는 드라마틱한 설정을 덧붙여서 인기를 얻어왔다. <사형수의 지문>은 콘웰의 네 번째 소설. 다소 밋밋한 전작들에 비해 구멍 안에 또 다른 구멍이 도사린 듯한 겹겹의 음모가 매혹적이다.
버지니아주 법의국장 케이 스카페타는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당한 로니 조 워델의 시신을 부검한다. 워델은 10년 전 약에 취해 TV 앵커우먼을 살해했고, 뚜렷한 지문 때문에 이론의 여지없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미 죽은 워델과
겹겹의 음모로 무장한 네번째 ‘스카페타 시리즈’, <사형수의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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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는 모든 게 설익은 상태다. 몸은 급한 속도로 성장하고, 정신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허둥댄다. 누군가를 향한 연정을 쉽게 발전시키지만, 또한 금세 싫증을 내기도 한다. 그 대상이 막연하지 않은 욕망과 사랑에 시달리는 경우도 흔하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줄도 모르고 밤잠 설치는 일이 흔한 것도, 이 시기다. 그래서 많은 순정만화들은 이 또래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하지만 실은, 그때의 우리는 모든 것에 너무나 진지했음을, 연애는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음을… 심각해서 죽을 지경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만화가 <우리들이 있었다>(오바타 유키 지음/ 대원씨아이 펴냄)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나나미는 같은 반의 인기남 야노와 티격태격하며 그에 대한 애정을 키우기 시작한다. 야노는 못하는 것 없고 잘생겼으며 활발하지만 어딘가 그늘이 있다. 나나미는 야노의 옛 연상녀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야노가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몰
아이들은 사랑하고 있었다, 오바타 유키의 <우리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