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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음악을 알려준다 지수 ★★★★☆
인터뷰 읽는 재미가 있다 ★★★★
2009년도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최근 몇년간 혹은 지난 10년간 한국 대중음악계의 이슈를 꼽을 때 ‘인디신의 성장과 약진’을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따지는 건 좀 무의미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른바 ‘장기하’ 때문이라든가 혹은 EBS의 <헬로루키> 때문이라고 말하긴 망설여진다는 얘기다. 아니, 망설여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할 순 없다. 왜냐하면 인디신이든 어디든 일종의 ‘성장’이란 게 순식간에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과정과 맥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인디레이블>은 한국(혹은 홍대 앞) 인디신의 역사를 레이블의 역사로 살펴보는 책이다. 이게 의미있는 이유는 인디신을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도이기 때문이고, 또한 커뮤니티와 시장이 뒤섞여 있는 ‘로컬신’을 음악가나 팬이 아님에도
[도서] 언니네 이발관 1집, 어떻게 만들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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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고양이 카페에서 입양 관련 글을 보고 화가 치솟았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그 여자는 앞으로 시집도 가야 하니 키우던 고양이를 보내고 싶다 했다. 참을 수가 없어 댓글을 달았다. 대학원도 졸업하고 시집도 잘 가셔서 어디 한번 잘 살아보시라 했다. 괜한 참견을 한 것 같아 잠깐 망설였지만 후회는 없다. 대학을 졸업해서, 남자친구가 싫어해서, 시집을 가야 해서, 이사를 가야 해서, 사람들은 몇년을 키운 동물을 길로 내몰거나 보호소에 위탁한다. 이건 생명경시 풍조를 넘어선 총체적 인간성 말살 현상이다. 이게 아우슈비츠가 아니면 뭐가 아우슈비츠겠는가.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는 일본 동물보호활동가인 고마다 사에가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를 돌며 찍은 사진집이다. 책의 첫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동물들은 더이상 이 세상에 없다.’ 일본의 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시간은 3일이다. 3일이 지나면 동물들은 가스실에서 고통스
[도서] 이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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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상문화연구의 생산적인 담론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가 <아시아 영화의 근대성과 지정학적 미학>을 펴냈다. 2006년 출간한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 이후 두 번째다. 한국·일본·싱가포르·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책은 크게 두장으로 나뉜다. “1부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 이론”은 일종의 개괄적 연구서들이다. “민족, 자본, 국제성, 세계화와 연관된 동아시아 스크린 문화의 복잡한 동학의 한축을 보여준다”(김소영).
양식적 계보에 관심이 있다면 스티븐 티오가 밝히는 오즈 야스지로와 왕가위 영화의 공간적 상관성에 관한 글을, 차이밍량 영화의 여성과 도시에 관심이 있다면 펑핀치아의 글을 읽으면 좋겠다. “2부 아시아 웨스턴”은 말 그대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웨스턴을 교차시켜 읽어낸다. 한국에 만주 웨스턴이 있지만, 인도에는 커리 웨스턴, 방글라데시에는 방글라데시 웨스턴,
[도서] 아시아 영화의 오늘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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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파삭 늙었는 줄 알았는데 이제 열여덟밖에 안됐구나.”
‘어른’이 듣기엔 한대 쥐어박았으면 딱 좋겠는 얼토당토않은 신세 한탄이지만, 허언이라고 낙인찍을 수는 없다. 청소년 소설인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강호의 선배가 하는 저 말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부류’의 삶이라고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은근히 드러낸다. 2009년 제3회 블루픽션상을 받은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는 청춘물을 읽는 즐거움을 일깨운다.
주강호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다. 아버지가 처음 보는 아줌마를 세 번째 엄마라고 집에 들이자 집을 나왔다. 여동생이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다. 주유소에서 먹고 자며 학교에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아버지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돈도 벌 수 있다. 현재 그에게 가장 절실한 소원은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다. 강호의 반에 이도윤이 전학을 오면서 평온한(?) 그의 일상에 변수가 생긴다. 초
[한국 소설 품는 밤] “이 슬픔을 알랑가 모르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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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소설을 쓰면서 의식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우익청년 탄생기(성장기)’를 써보겠다는 것이었다. 건전한 상식과 나름의 철학을 토대로 한 우파가 득세한 나라에서는 ‘우익청년 일대기’로 분류될 수 있는 소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을뿐더러 부도덕한 우파가 득세한 나라에서는 ‘우익청년 일대기’가 나올 수 없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학이 줄창 ‘좌익청년 일대기’만 쏟아냈던 까닭이 거기 있다.” 장정일이 말한 대로, <구월의 이틀>은 우익청년 탄생기를 다룬 책이다. 동시에, 이제는 세상을 뜬 두 전직 대통령의 임기, 그중에도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탄핵 소추 문제로 나라가 들끓기까지의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이십대의 문턱에 선 두 청년이다. 이름은 금과 은. 금은 전라도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가 참여정부의 일원이 되는 바람에 어렵사리 서울에 자리를 잡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은은 경상도 출신으로 (심
[한국 소설 품는 밤] 어떤 우익청년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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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드라마에는 마력이 있다. 화면 속, 움직이는 모든 대상이 내뱉는 무수한 말, 그 말 모두를 끄집어내 하나둘 밑줄 긋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내뿜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준영의 공격적인 표현에, 사랑을 말하기보다 감추기 급급한 지오의 방어적인 대사에, 사랑의 실체는 아낌없이 파헤쳐지고 해부된다. 때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또 때로 아리기도 하지만, 이건 기쁨과 슬픔 어느 하나로 규정해선 안될 사랑 그 자체의 감정이다. 노희경의 대사는 드라마 속 인물들을 통해 사랑의 언어로 자리하고, 그 언어는 고이 적어두어야 할 글이 되어 팬들의 기억에 남는다. 민망한 시청률을 버텨내는 노희경의 진득한 비법은 이 마력의 말이 모인 결과다.
노희경이 그 기록을 드라마 팬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작가가 드라마를 위해 제작진에만 내놓는 비밀 레시피, <그들이 사는 세상>의 대본집을 두권의 책으로 엮였다. 16부의 드라마가, 16부의 언어들이 마
[도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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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배틀로얄>이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하나의 국가가 존재하고, 그 국가의 지배를 받는 12개 구역의 강제로 선발된 대표들이 갇힌 공간에서 서로를 죽인다는 설정, 그리고 최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인원은 단 한명이라는 점. <헝거게임>의 설정은 어느 모로 보나 <배틀로얄> 시리즈의 그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면면은 오히려 <해리 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대체 이 세 유형의 영화가 엮일 수는 있는 것이냐고? <헝거게임>을 보니 가능하더라. 먼저 각 구역에서 뽑힌 24명의 전사들이 독재국가 판엠의 수도인 캐피톨에 화려하게 입장하는 장면은 <해리 포터> 속 호그와트의 연회식 행사를 떠올리게 한다. 12구역의 대표로 나선 여주인공 캣니스를 가르치는 헤이미치는 한심하지만 늘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해그리드와 닮은꼴이고 말이다. 한편 캣니스
[도서] 게임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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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지수 ★★★★★
글과 사진의 조화 지수 ★★★★
이게 다 땅이 좁기 때문이다. <작가의 집>에 나오는 전세계 작가들의 집구경에 넋을 놓고 있다가 내린 뜬금없는 결론이다. 좋다는 서재에 대한 취재를 했던 때, 놀랍게도 큰 아파트인가 작은 아파트인가가 서재의 우아함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임을, 그게 땅 좁고 집값 비싼 나라에서 작가로 먹고사는 일의 고충임을 깨달았다. <작가의 집>은 헤르만 헤세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윌리엄 포크너가 가장 활발히 작품을 써내던 시기에 그들에게 지붕을 준 공간들에 대한 사진과 글을 담고 있다. 집은 대개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집보다 오래 존재해온 자연이 존재한다. 작가의 집필실은 바다나 정원, 하늘, 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창이나 문이 있는 방에 마련된다. 프랑스 소설가인 장 지오노는 “이 마을에서 집 밖으로 20년 이상 나가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기란 그
[도서] 시와 소설을 낳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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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동안 우리 모두 너무 많은 죽음을 경험했고, 너무 많이 상심했다. 그런데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눈물을 흘린 걸까. 죽음들의 허무함? 함께할 수 없다는 슬픔? 죽음을 부추긴 세상의 부조리? 그 무엇도 가장 큰 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울었을 것이다. 허무함을 이해하고, 슬픔을 이겨내며, 부조리를 참고 사는 건 온전히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애도는 그래서 (김훈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산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훈의 신작 <공무도하>는 레테의 강을 건너지 않은 ‘이쪽 편’ 사람들에 대한 우회적인 애도다. 굳이 ‘우회’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이 애도가 ‘애도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애도이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찾아와 폭우를 쏟아내는 첫 장면부터, <공무도하>는 김훈 특유의 스트레이트한 문장들을 맹렬히 쏟아낸다. 형용사와 부사, 혹은 그 어
[한국 소설 품는 밤] 이 세상에 사는 우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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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남자친구와 전화로 싸우고 손톱을 물어뜯다가 트레이닝 차림으로 편의점에 달려가 초콜릿바를 사와서 한입에 해치운 뒤 굳이 이를 닦지 않고 잘 때의 이상한 만족감이라는 걸 아시는지.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욕구 불만+분노+나쁜 짓+더 나쁜 짓’인 일련의 행동을 했을 때 느끼는 딱 그런 것. <워너비 윈투어>를 읽으면서 즐거웠던 기분이 그랬다. 뒤표지 문구는 ‘고졸 학력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타임> 선정 세계 파워우먼이 되기까지’로 되어 있지만, 이 책을 보면 (<보그> 편집장이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안나 윈투어는 유명한 언론인 아버지를 두었고, 유명 예술가와 상류층에 닿는 연줄을 어려서부터 잘 활용할 줄 아는 여자였다. 애초에 타고난 계급부터 남달랐는데 야망은 더 남달랐다. 일반화가 불가능한 아주 특별한 성공담인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분발했다가는 회사에서 쫓겨날 듯. 하지만
[도서] 마녀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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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살림꾼이자 유희형 요리인을 자처하는 <이기적 식탁>의 저자 이주희는 이 책이 감동의 음식 에세이도, 유용한 밑반찬과 찌개 요리책도, 화려한 사진의 쿡북(cook book)도 아니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이타적인 식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식탁을 차리는 사람이라고. 정말이지 딱 그런 책이다. 아들, 딸, 남편이나 아내, 애인에게 차려줄 식탁의 힌트를 얻기에도 유용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에 환호할 사람은 먹기를 좋아하는 독신자다. 요리를 잘할 필요도 없다. 먹는 걸 좋아해서 먹어본 맛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를 할 정도면 충분하다.
일상 이야기 하나와 그에 맞는 음식의 레시피 하나. 그 둘이 얼마나 개연성있게 붙어 있는지를 따지면 약간 의아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야기는 읽는 맛이 쏠쏠하고 레시피는 매우 실현 가능하다. 토마토소스 만들기부터 똠양꿍에 조개탕까지, 참 중구난방의 메뉴를 잘도 끌어모았다. 먹고 싶은 건 많고 변덕은 죽
[도서] 끝내주는 푸드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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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어 레너드는 흑백 카메라처럼 묘사하고 폭죽놀이처럼 대화를 끌어간다. 범죄물, 스릴러, 서스펜스. 뭐라고 부르건, 엘모어 레너드는 언제나 아드레날린이 책장을 타고 흐르는 소설을 쓰면서도 유머와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이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가 욕을 너무 많이 쓰고 범죄자와 창녀들에 대해 너무 긍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설정만 읽으면 <블랙 달리아> <LA 컨피덴셜>의 제임스 엘로이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는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엘모어 레너드는 웃길 줄 아는 남자다. 그는 자기 주인공이 시가를 피워 물고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을 연기하길 원치 않는다. 그 대신, 농담하고 섹스하고 총질하고 잘난 척하고 무사히 살아남아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겟 쇼티>와 <재키 브라운>, 그리고 조지 클루니 주연의 <표적>이 영화로 성공을 거
[도서] 매력적인 남자라는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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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무슨 상 수상작품집이라고 적힌 책을 사서 읽는 이유는? 그 상을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올해는 누가 받았나’ 혹은 ‘어떻게 쓰면 받나’가 궁금해서 읽는다. 어쩌다 보니 몇년간 그 상 수상잡품집을 쭉 읽어왔으므로 올해도 읽는다(내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쭈욱 읽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무슨 상이건 상받을 정도면 기본은 하겠지 싶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읽어본다…. 마치 아티스트 이름이 ‘various artists’(여러 가수들)라고 적혀 있는 베스트 어쩌고 하는 편집음반을 듣는 것처럼 다 읽고 책 한권 뗀 느낌은 덜하지만 트렌드를 한큐에 꿴 듯한 기분이기도 하고…. 그 작가를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고…. 그래서 이 글은, 이런 유의 수상작품집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 제안이다. 한해 한 나라에서 발표되었다는 걸 제외하면 아무 공통점도 없는 단편들을 묶은 책을 재밌게 읽으려면?
첫 번째. 상을 받은 작가의 수상 소감을 읽는다. 소설상 이름은 대개 유명한 소설가의 이름을
[한국 소설 품는 밤] 각종 수상작품집 재밌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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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미 지수 ★★★★★
내 멋대로 읽는 재미 지수 ★★★★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국가의 기원에 관하여’라는 딱딱한 에세이로 시작한다. 놀랄 것은 없다. 이건 존 쿳시 소설이니까. 작품마다 늘 식민주의에 대해, 폭력에 대해, 인간에 대해 여느 학자 못지않게 예리한 지성을 보여주는 부커상 수상작가 쿳시 말이다. 놀라움은 형식에서 온다. 책의 첫장, 국가의 기원을 얘기하는 에세이 밑으로 긴 줄이 페이지를 가르고, 그 밑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하나가 시작된다. 아파트 세탁실에서 “천사라고 해도 될 만큼 거의 완벽한 엉덩이”를 가진 젊은 여자에게 홀딱 반한 노인의 이야기다. 전업 작가인 노인은 여자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덜컥 그녀에게 자신의 비서가 되어달라고 제안한다.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 에세이와 노인의 작업담은 첫 페이지 이후로도 긴 줄을 경계삼아 따로 또 같이 전개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는 세 갈래로 나뉜다. 세 번째 이야기는 노
[도서] 어쩌면, 쿳시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