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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돌아보지 않는 법을 아는 캐릭터를 언제나 부러워해왔다. 현실에 주저앉지 않는 법, 실망하지 않는 법에 대해서라면 얼마든 자기 계발서를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만으로 무력감만이 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에 수렴하는 문제인 것만 같아서. <그레이트 서클>은 모든 것이 ‘나’에 수렴한다는 자기 인식으로 세상 끝까지 날아오르는 이야기다. 거침없고 대담하게.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거대하게 상상할 줄 알았던 두 여성의 이야기는 소설 속 문장을 빌리면 당당한 선언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펼쳐지고 또 펼쳐지며, 언제나 끝이 없다. 하나의 선, 하나의 원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앞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있다. 뒤를 본다. 수평선. 지나간 것은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나는 미래에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그레이트 서클’은 구 위에서 그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원을 의미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그레이트 서클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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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것은 커다란 수수께끼 중 하나다. 우리가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몇분 만에 알게 되는 걸까?” 핼은 영국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16살 소년이다. 핼은 어릴 때 TV에서 두 소년이 나오는 영상을 보았다. 둘은 아서왕의 돌에 칼을 간 뒤 서로의 손을 긋고 두 피를 섞어 맹세한다. “이제 우리는 영원한 단짝 친구야.” 핼은 이때 이후로 언제나 충실하고 서로의 곁을 지켜줄 단짝 친구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내게도 언젠가 그런 친구가 나타날 거야. 그 경이로운 운명은 어느 날 갑자기 핼의 앞에 나타난다. 핼이 탄 요트가 폭풍에 휩쓸리자 바다에서 갑자기 나타난 배리가 그를 구해주고 집에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따뜻한 음식을 먹인다. “너는 어디서 나타나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거야”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짧은 시간 핼은 배리와 뜨거운 애정을 나누게 된다. 여름에 만난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7주였다. 16살의 여름,
씨네21 추천도서 -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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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디저트를 언제 먹더라. 단것을 무지 좋아해 고속노화의 길을 향해 스피드를 올리고 있는 내 경우에는 단것을 혼자서도 찾아 먹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와 식사 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음료와 함께 찾아 먹을 것이다. ‘디저트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써주세요’라고 청탁을 받았을 5명의 작가를 상상해봤다. 원하는 디저트를 하나씩 결정하고, 이 디저트를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작가가 디저트를 테마로 완성한 단편소설 앤솔러지 <녹을 때까지 기다려>는 그렇게 탄생한 소설집이다.
누구에게나 최애 디저트가 있을 것이고, 하나의 디저트로 소설을 써야 한다면 어떤 디저트를 선택할까. 오한기는 초콜릿을, 한유주는 이스파한을, 박소희는 젤리를, 장희원은 사탕을, 이지는 슈톨렌을 소재로 썼는데 각기 다른 디저트의 종류만으로도 작가의 개성이 보이는 듯하다. 이것이 소설인지 에
씨네21 추천도서 - <녹을 때까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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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책 제목을 읽고 나는 순간 다소 경박하게 소리내 웃고 말았는데, 영화 제목 <헤어질 결심>이 (<헤어질 결심>의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집 제목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으로 바뀐 언어유희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집의 제목은 ‘나는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었는가’의 맥락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있지?’처럼 경악을 동반한 질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게,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한 거야, 혹은 만든 거야? 박찬욱 감독이 쓴 서문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은 팬데믹 기간을 관통하여 2022년 5월 경기도 파주에서 완성되었는데, 그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찍은 사진들 중 일부를 골라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에 실었다고 한다. “내 주장에 의하면 모두 제작 현장 사진이다.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까 대개 그 생각만 하던 때였으니 어디를 가나 내게는
씨네21 추천도서 -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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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지음 창비 펴냄
할 말이 없다는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뜻은 아닌데, 할 수 있는 말을 고르는 게 적잖이 괴로워서다. 이 괴로움은 나의 몸 안에서부터 솟아오르기도 하고 바깥을 향하는 시선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침묵 속에서 잠잠히 마음을 놓고 있는 편이 좋게 느껴지는 상태다. 그러다 보면 어라, ‘이 상태를 좀 좋아하는지도?’라는 깨달음에 도달하기도 한다. 내 안에 고여 있는 언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썩 괜찮은 기분을, 박연준의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을 읽으며 느꼈다. 시인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인 박연준의 새 에세이다.
“골동품과 유실물은 같은 공간에 담긴다. 서로를 노려본다. 낡아가는 일과 잊히는 일 중에 무엇이 더 나쁜가 생각한다.”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눈길이 가는 단어들은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다. 맨 처음에 등장하는 시간은 새벽이다.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4등분되어 존재
씨네21 추천도서 -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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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박연준 지음 /창비 펴냄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든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레이트 서클1, 2> 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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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 지음 창비 펴냄
현대예술가이자 퀴어적 존재로서 다양한 글쓰기를 해온 이반지하의 세 번째 단독 저서. 이번에는 ‘공간’에 대해 다룬다. 주제로 삼기엔 너무 광범위한 개념을 담은 단어일까? 책은 “완전히 열려 있어도, 한 귀퉁이만 닫혀 있어도, 어디로도 통하지 않는 길, 서로를 연결하는 길”도 공간이라고 말한다. 집, 직장, 사회복지 내지는 규범 모두가 포함될 수 있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미흡한 폐쇄성으로 정의되는 넓은 의미의 공간에 대해 느슨하게 연결된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작가는 고정된 공간에 속해서 정착하고 가꾸고 안주해본 적이 없다. 머물던 곳에서 도망치고 다른 장소로 이주하는 삶은 결혼이라든지 매끄럽게 설계된 독립과 무관하며 ‘작품’이라 부르는 짐더미를 이고 지고 사는 예술가인 그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글쓰기의 괴로움을 토로하고 매일 먹는 도시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친구에게 받은 에드바르 뭉크 인형의 위치를 고민하는 그의 글에
씨네21 추천도서 -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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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비채 펴냄
눈빛만으로 남자를 죽인 여자. 그리스신화 속 괴물 메두사는 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돌로 변하는 괴물로 묘사된다. 고르고네스 세 자매 중 유일하게 불사신이 아니다. 때문에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려 죽는다. 메두사의 이미지는 많은 대중문화에서 차용되어왔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메두사가 주는 공포를 남성의 거세 불안과 연결시켜 논의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당신이 알고 있던 메두사다. 제시 버튼은 기존 신화에서 벗어나 메두사가 그의 언니들과 바위섬에 살던 시절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이미 아테나의 저주를 받고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상태다. 어느 날 난생처음 보는 아름다운 남자, 페르세우스가 배를 타고 섬에 나타난다. 평생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렸고 이젠 머리카락 대신 뱀을 갖고 있는 그는 차마 남자 앞에 나타날 수 없다. 메두사는 남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조심스럽게 교감을 시도하며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씨네21 추천도서 - <메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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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성 지음 나비클럽 펴냄
<계간 미스터리>와 한국추리문학상 수상작품집 등 한국 미스터리 소설들을 다수 펴내는 나비클럽에서 <추리소설로 철학하기>에 이은 또 한권의 미스터리 비평서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가 출간되었다. <곡성> <파묘>와 같은 오컬트 호러부터 <선재 업고 튀어> 같은 멜로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장르가 미스터리와 연결되어 전개되고 해석된다. 미스터리는 어떻게 모든 서사에 침투하는 힙한 장르가 되었을까. “무균실을 지향하는 세계에서 미스터리는 분명 유해한 이야기다. 미스터리는 언제나 선을 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의 플롯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우선 범죄를 구성하고 범죄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미스터리는 범죄를 매개로, 사회에서 촉발되는 다양한 유해함의 상상력을 다룸으로써 ‘유해한 이야기’를 넘어서는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현재 성공적인 한국 콘텐츠들의 공통점으로 미스터리 장
씨네21 추천도서 -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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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원희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결혼 후 육아와 살림을 하며 연주에 손을 놓았다. 때때로 피아노 앞에 앉아 쇼팽의 왈츠나 브람스를 연주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피아노 앞에 앉기보다 다른 누군가의 연주를 듣는 삶이 익숙해진 지 오래다. 딸이 일찍 아이를 낳아서 벌써 할머니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현실은 어딘지 아득하게 느껴진다. “원희는 이제 자신은 그저 클래식 애호가일 뿐이라 여겼지만 내심 아직도 언제든 연습만 하면 손가락이 금방 풀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만.” 제2회 김유정작가상 수상작인 <오후만 있던 일요일>의 도입부는 급할 일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60대 원희의 어느 날을 담는다. 경지에 오른 중견 연주자가 자신의 취향이라고 굳게 믿어온 원희가 젊은 피아니스트 고주완의 연주에 빠져든다. 요양원에 간 시모, 치매인 어머니의 돌발행동에 황망해진 남편, 셋째를 임신한 딸, 그리고 시작된 덕질.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스쳐가는 삶의 순간
씨네21 추천도서 - <우리에게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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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영화 <파묘>로 오컬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 오컬트 장편소설 <귀매>가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로 개정 출간되었다. 조선총독부에서 1930년에 펴낸 <조선의 귀매>라는 책에 실린 ‘귀매’의 정의는 “산이나 숲속에 서린 기묘한 기운에서 태어난 요괴”다. 산과 들에서 이따금씩 느끼는 오싹하고 두려운 기분은 귀매가 일으키는 것이라고. 불길한 예감의 진원지로 민속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포크 호러 장르의 작품이기도 하다.
숲속에 있는 흰말 한 마리를 발견한 아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갑작스레 나타난 말의 갈기를 쓰다듬는 아이는 하얀 머리를 곱게 쪽 찌고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로부터 그 말을 데려가라는 말을 듣는다. 말은 순하게 머리를 끄덕였지만, 아이는 망설인다. 할머니의 말은 의미심장하지만 또한 수수께끼 같다. “어차피 여기 있어봐야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라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가물가물 멀어지고, 아이는
씨네21 추천도서 - <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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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매> - 유은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우리에게 없는 밤> - 위수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박인성 지음 나비클럽 펴냄
<메두사> -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비채 펴냄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 이반지하 지음 창비 펴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8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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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세계
찰스 브라메스코 지음 최윤영 옮김 다산북스 펴냄
한여름, 짙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런 하늘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힘껏 달리는 주인공을 보는 일이 많다 보니, 일본 여행 중에 하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일본 애니메이션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문화에서 구름은 벚꽃의 개화와 상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잠깐 피었다 지고 마는 벚꽃의 짧은 전성기는 인생의 무상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컬러의 세계>에 따르면 벚꽃과 구름을 포함해 “미야자키(하야오)의 포근한 색채 감성은 대지에 대한 그의 사랑과 일본 시골 마을의 고요한 평온함을 통해 드러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연을 담아내는 색채 팔레트를 즐겨 쓴다면 왕가위는 어떨까. 왕가위의 <중경삼림>은 홍콩의 중심가이며 유흥가인 란콰이퐁 지역을 잿빛으로 포착하지만 두 인물이 만날 때면 ‘햇살’, ‘밝음’, ‘사랑스러움’의 파랑,
[CULTURE BOOK] <컬러의 세계>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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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로즈 크레이그 지음 신혜빈 옮김 최순규 감수 문학동네 펴냄
10대 시절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온 환경운동가로 많은 이들이 그레타 툰베리를 떠올릴 것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그에 못지않게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환경운동가가 있다. 바로 <버드걸>의 저자 마이아로즈 크레이그다. 이 2002년생 청년이 환경에 관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가족을 따라 새를 관찰하는 ‘탐조’ 활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7살 때 조류 325종을 관찰했고 여전히 세계에서 빅 이어(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정해진 지역 안에서 최대한 많은 종류의 새를 보러 다니는 해)를 완수한 유일한 어린이”일 만큼 크레이그는 오랜 기간 가족과 세계를 누벼왔고 탐조 활동은 이제 그의 “삶의 패턴을 이루는 실”과 다름없게 됐다. 크레이그 가족의 열정을 알아챈 가 다큐멘터리 <트위치: 지극히 영국적인 취미>를 통해 이들을 소개하고, 크레이그가 본인이 관찰한 새들을 ‘버드걸
씨네21 추천도서 - <버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