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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화

The Flower In Hell

1958 한국

멜로·로맨스, 드라마 상영시간 : 120분

누적관객 : 4,299명

감독 : 신상옥

출연 : 최은희 more

  • 네티즌4.00
전후 미군정기의 한국사회를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표현한 수작. 신상옥 감독은 경제적인 궁핍함이 극에 달하고 물질적인 가치만이 숭상되는 전후한국사회의 황폐함을
표현하기 위해 양공주와 밀수꾼들, 주한미군이 뒤엉켜 있는 기지촌으로 찾아간다. 1950년대 기지촌은 전쟁이 끝난 뒤 물밀 듯이 밀려들어온 서구의 소비상품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양공주라 불리는 여성들은 미군들을 상대로 몸을 팔고 그 대가로 서구 문물을 향유한다. 부패한 듯하면서도 매혹적인 이 공간에 대한 묘사는 당시
한국사회가 기지촌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미군정에 의해 강요된 왜곡된 근대화과정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다.

장르영화의 대가라고 평가되는 신상옥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필름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주조로 해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갱스터와 같은 다양한 장르를 완벽하게 조화시킨다.
지적이면서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지니고있던 최은희가 획기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소냐는 필름 누아르 장르 에서 전형화된 팜므 파탈형 여성 이미지를 재현한다. 영화
속에서 단죄받아 마땅할 사악한 요부로 묘사되지만 내러티브를 지배하는 강한 힘을 가 진 이 새로운 유형의 여성 이미지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쟁점들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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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roly
    2008-09-22 01:36:47
    4
    지옥화, 내부분열을 일으키다

    =======================

    의 첫 장면은 서울 한복판에서 헤매이는 동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얼굴 까만 구두닦이 소년이 구두를 닦을 것을 끈질기게 권하고 사람들이 복작 복작대는 시장 통에서 동진은고향의 어머니가 간절히 그리는 형 영식을 만나지만 그는 동진을 모른 척, 자꾸만 앞으로 내달린다. 동진은 소냐와 물질에의 욕망으로 가득 찬 자신의 모습을 과거의 순수의 세계에서 온 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영식이 생각하기에 동생 동진은 이 근대화의 어수선함과 혼잡함 속에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1958년 신상옥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와 지금의 영화 사이의 세월의 골 이상으로 무척 깊게 패인 골이 있는 것 같아 왠지 먼젓번에 본 보다 생경한 감정들을 자주 느껴야했다. 가 무거운 주제의식으로 출발해서 결국에는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상업성을 짙게 나타내는 전개의 네러티브였다면 는 내용만 들었을 때와 달리 도발적이고흥미진진하기보다는 사회고발의 책임감을 무겁게 진 영화로 보였다. 좀 더 깊이는, 무지한 대중에게의 계몽보다는 이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지식인을 대상으로 근현대의 암울함을 호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일반인의 눈에는 더 했을테지만 지금 보아도 충격적일 정도로 기지촌은 살풍경한 것이 별세계마냥 이국적이고도 스산했다. 기지촌의 철망. 그 속에 지붕을 맞댄 양공주들의 거처, 최은희의 헐리우드 대 스타같은 화려한 의상, 공연하는 무희와 파티 신들이 한데어우러져 뜨겁고도 차가운 미묘한 내부분열을 불러일으켰다.

    최은희씨의 관객의 기대에 반하는 파격변신도 이 영화가 흥행에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원인이 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근본적으로는 이런 복잡하고 불편한 심경에의 회피심리가 이 영화의상업적 성공을 가로막은 것이 아닐까 싶다.

    빠르게 물결치는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자신들이 몸을 실은 이 파도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자문을 할 겨를이 없었다. 때때로 현실은 깊은 성찰을 귀찮아하는 무덤덤한 사람들에 의해 굴러간다. 양공주의 삶 같은 비루한 현실과 따가운 진실을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분명 달가운 일이 아니었을거다. 각 분야의 아프레게르들. 그 전후파들의 현실인식에 동조하고 목소리 높여댄 이들은 아마도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시골촌부보다는 비교적 높은지위를 가진 이들이지 않았겠는가.

    너무 과한 적용인지는 몰라도 주리와 동진을 짝지어 주는 마지막 해피엔딩이, 동진의 그 고마운 제안이, 소박한 시선으로 봤을 때는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어쩐지 조금 꺼림칙한 이유도 어딘가 저런 계급적인 우월의식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랑이라고 보기에 부족함 많은, 자신보다 많이 모자른 사람에 대한 호의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쏜살같이 짐을 챙기러 떠나는 주리를 보면서는 그래선지, 씁쓸한나머지 소냐의 철없는건지 자조적인건지 모를 발칙함이 그리워졌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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