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타블로이드 신문의 저널리스트에서 출발해 영화의 원시주의자로 나아간 새뮤얼 풀러의 폭력과 도덕의 이중주를 대표하는 영화. 매춘부 생활을 청산하고 작은 시골마을로 흘러들어온 여인이 점잖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폭력으로 아이들을 다루는 남자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사건을 다룬다. “그의 영화에서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는 마틴 스코시즈의 말처럼 개인의 분열이 법의 영역으로 유입되어 가십을 사회적 공포로 바꿔내고 있으며, 전작 <충격의 복도>와 뒤집힌 합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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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리뷰 (3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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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90292007-12-16 21:57:228이게 바로 B급 영화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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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twob2007-01-02 00:57:008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린다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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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years2006-07-03 22:34:5410*_*;; - 쿵, 하고 가슴을 치는 폭력 묘사more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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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불은 오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비급영화의 장인’ 사무엘 풀러가 1964년에 연출한 ‘네이키드 키스’를 봤습니다.
은막 위의 세계는 영화를 보는 관객에겐 대부분 환상으로 다가옵니다. 실생활에선 누가 뺨만 때려도 소스라칠 일이지만, 영화 속에선 꿈도 못 꿀 폭력이 행해져도 ‘우와~’하는 감탄과 함께 관객은 영화를 봅니다. 영상이 환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액션영화는 아예 만들어지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관객은 안전한 곳에서 폭력이 행해지는 걸 쳐다봅니다. 그러나 가끔 폭력 묘사가 가슴을 쿵 치는 영화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솔불이 오늘 본 이 영화가 그랬습니다.
빠른 박자의 재즈를 배경음악으로 한 여자가 술에 취한 남자를 구두로 계속 후려 치는 장면이 영화의 시작입니다. 와중에 여자의 가발이 벗겨지며 맨머리가 드러납니다. 여자는 창녀인 켈리로 악덕포주를 때리는 것이고, 머리는 켈리가 도망갈까봐 포주가 자른 것입니다. 시작부터 강하게 나간 이 영화는 이후에도 인상에 남을 만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견습 간호사를 25달러로 꼬드긴 포주를 핸드백으로 후려치고 입에다 25달러를 쑤셔 넣는 장면의 쾌감은 상당합니다. 솔불이 최고로 꼽은 장면은 뒤에 나옵니다. 켈리가 악덕포주에게서 도망쳐 정착한 곳은 그랜트빌이란 마을입니다. 켈리는 그곳의 유력인사인 그랜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합니다. 그랜트는 켈리가 창녀였다는 걸 알면서도 켈리를 받아줍니다. 켈리는 자신이 직접 만든 드레스를 그랜트에게 보여주려 그랜트의 집에 갔다 보지말아야 할 장면을 봅니다. 그랜트는 유아성욕자였던 겁니다. 얼굴에 광기를 띠며 그랜트는 말합니다. 너도 비정상, 나도 비정상 그러니까 우리는 잘 어울리는 짝이다, 라고 말입니다. 꿈꿔왔던 행복이 산산조각나는 순간..... 쾅, 하고 켈리는 수화기로 그랜트를 내려칩니다.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단행되는 폭력에 솔불도 쿵, 하고 가슴에 한방 맞았습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세상은 타락한 세상입니다. 형사는 창녀에게 여자를 소개하고, 덕망 있는 유력인사는 유아를 성추행하고, 수렁에 빠질 뻔한 걸 건져 주니 배신을 합니다. 배신에 이은 회심이 결국은 켈리를 구하는 건 대중영화의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타락한 세상의 묘사는 저널리스트였던 사무엘 풀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