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소녀는 일련의 파괴적인 모험을 감행한다. 세상이 모두 썩었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은 자신들만을 위해서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영화는 그들의 냉담함과 침묵, 과장된 몸짓들을 묘사하지만 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행동이 적절한 대응이 아니었다는 것과 스스로 소외와 자기파괴에 이르고 말았음을 깨닫게 된다. 몽타주, 양식화된 색채와 장식, 영화적인 왜곡과 속임수 등의 다양한 시각적 고안물들을 통해서 [데이지]는 재치 넘치는 이미지들과 무정부주의적인 유머를 선사한다.
more
포토 (4)
- 제작 노트
-
<데이지>는 유별난 몽타주와 이미지의 왜곡 등 다양한 영화장치를 통해 무정부주의적인 유머를 선사하는 베라 히틸로바의 대표작이다. 여기서 두 소녀의 행동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속의 청춘 스타들을 보는 기분이다. 그 두 명의 마리에는 페미니즘 영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이름의 두 여자가 등장하는 설정은 대개 대립되는 두 자아를 가진 하나의 분열적 인격체를 표상하기 위해서인데, 이 영화에서는 둘이자 하나라는 여성의 연대성을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두 여자의 연대성이 발휘되는 대목은 권위적이고 성욕에 눈먼 남성들, 고루한 사회 등을 곯려주는 유쾌한 음모에서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조잡한 몽타주와 이미지 실험은 경직된 미학에 대한 조롱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당대 체코 프라하 사회가 닫힌 사회주의 국가였음을 감안할 때라는 점을 비교해보면 될 것이다.more
네티즌 리뷰 (4명 참여)
리뷰 남기기-
dd402008-03-08 13:23:417초현실주의작 ~신고
-
home0002008-03-08 12:53:087초현실주의적 코미디가 돋보인다.신고
-
mj02052007-06-14 17:16:194결코 평범하지 않은 정신세계의 두 여인을 이해하기 힘들다.신고
-
fallyears2006-12-14 12:11:2710*_*;; - 체코 체제에게 말하다, 너 나랑 놀자는 거야? (11/1001)more 신고
=======================
원행자(遠行子)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베라 히틸로바가 연출한 1966년 작품 ‘데이지’를 봤습니다.
이 작품에서 각각의 장면은 이야기로써 엮어지지 않고 파편으로 존재합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초현실적 비약이 존재합니다. 장면 자체에도 현실성이 미약합니다. 화면의 색조는 자주 바뀌고, 상징을 담은 듯한 사진들이 빠르게 삽입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두 배우는 종종 무성영화의 슬랩스틱 코미디 동작을 펼칩니다. 이상이 이 작품의 형식적 특징입니다. 보기 쉬운 영화는 아니겠죠?
실험적인 형식 속에서 영화의 주인공인 두 소녀가 하는 것이라고는 조롱하고 어지럽히는 일뿐입니다. 나이 어린 소녀와 사귀려는 나이 든 남성들을 골리고 준비를 끝낸 만찬 장소를 엉망으로 만드는 등의 일만을 상영 시간 내내 두 소녀는 줄기차게 해댑니다. 원행자는 힘들게 영화를 보다가, 두 소녀가 만찬장을 엉망으로 만드는 끝부분에 가서야 영화에 대해 감을 잡았습니다. 명확하게 정치적 지향점을 밝히지 못한 채 그저 조롱하고 어지럽히는 것은 소련의 위성국가로서 체코가 받은 정치적 억압에 따른 심리 정황이라고 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말할 수 없으니 조롱과 파괴만을 일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 소녀가 만찬장을 엉망으로 만든 뒤에 두 소녀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이 비약해서 이어집니다. 이때 두 소녀는 자신들은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위성국가인 체코의 현실이겠죠. 60년대 체코의 정치 상황을 보면 이러한 해석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영화 밖 현실을 조롱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물에서 빠져 나온 두 소녀는 다시 만찬장에 등장해 자신들이 어지럽힌 것들을 다시 치우고 정리합니다. 그 정리라는 것이 깨진 접시를 원래 모양대로 한데 모으고 엉망이 된 음식을 그대로 그릇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정리가 끝난 뒤 한 소녀가 다른 소녀에게 말합니다. “우리 행복하지?” 그러자 다른 소녀가 대답합니다. “게임하니?” 게임은 진실의 반대말입니다. 이 대사에는 명백한 모순을 눈 가리고 아웅으로 가려놓고서 문제없다는 체제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 담겨있습니다. “야, 너 나랑 놀자는 거야?”라고 옮길 수도 있겠죠.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개봉으로 바쁠 텐데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를 보러 왔더군요.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던데요.
-
각본
베라 히틸로바
에스테르 크룸바코바
-
촬영
자로슬라프 쿠체라
-
편집
미로슬라브 하젝
-
제작
체코슬로벤스키 스타트니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