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신영화와 고전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제3회 서울 프랑스영화제가 6월13일(금)부터 23일(월)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매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프랑스영화제의 한국판으로 시작한 서울 프랑스영화제는 올해, 많은 문화공연들을 선보이는 ‘랑데부 드 서울’이라는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한국과 프랑스 문화간 상호교류의 장이 될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한국의 동녁필름과 프랑스 RG프린스필름의 합작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선정되었다. 전수일 감독, 추상미, 정보석 주연의 이 영화는 <파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원작소설인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제목으로 결정했다. 개막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행위예술가 마라 역의 추상미는 “이제 갓 구워진 따끈따끈한 영화다. 아직 후반작업 중이라서 나 역시 보지 못해서 많이 궁금하다”는 말로 영화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팡팡 라 튤립> 등 프랑스영화 12편 상영
메인 프로그램인 ‘2003 프랑스영화 파노라마’에서는 2002년과 2003년에 제작된 12편의 프랑스영화를 선보인다. 1952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크리스천 자크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팡팡 라 튤립>은 <택시2> <택시3> <와사비: 레옹 파트2> 등의 제자르 크라직이 연출하고 <인도차이나>의 뱅상 페레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올해 다시 한번 칸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보이며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18년 후>는 18년 전인 1985년 프랑스 및 전세계에서 크게 히트한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의 후일담이다. 18년 동안 세명의 양아버지 밑에서 자란 마리는 어느덧 대학 입시에 합격하고 첫사랑의 아픔을 겪을 만큼 훌쩍 성장한 아가씨가 되었다. 18년 동안 변함없이 ‘공동의 아기’에게 사랑을 쏟은 세 아버지는 성숙해가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콜린 세로 감독은 18년 전 영화의 ‘오리지널 세 아빠’ 롤랑 지로, 미셸 브주나, 앙드레 뒤솔리에를 다시 한자리에 모았다.
메르작 알루아쉬의 <슈슈>는 조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남몰래 파리로 떠난 북아프리카 청년 슈슈가 한 카바레에서 여장가수가 된 조카를 발견한 뒤 본인 역시 여장을 하고 웨이트리스가 되고 결국 단골손님인 40대 남자 스타니슬라스를 만나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는 경쾌하면서 흥미로운 러브 스토리. 가드 엘마레, <디디에> <타인의 취향>에서 운전사로 등장한 알랭 사바 등이 출연한다.
<게임의 규칙> 등 국내영화 9편 특별상영
올해 칸에서 상영되었던 클로드 밀러 감독의 <우리의 릴리>는 체호프의 소설 <갈매기>를 영화화한 작품. 잔 마리에게 관심있어 하는 수습감독 줄리앙의 여자친구이자 배우인 릴리는 어느 날 경험이 풍부한 영화감독 브리스와 사귀기 위해 줄리앙과 헤어진다. 또한 브리스는 릴리와 사귀기 위해 그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영화배우 마도를 버린다. 의 막내로 등장했던 루비드 사니엥의 성숙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 특별상영 프로그램인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에서는 임권택 감독과 칸영화제 고문 피에르 리시앙이 각각 선정한 <게임의 규칙>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등 9편의 한국과 프랑스의 걸작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6월13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영화제 기간엔 세계광고영상축제, 프랑스의 버라이어티 여가수 안군, 바이올리니스트 디디에 록우드 재즈 삼중주, 켈레메니스 무용단, 포부르 드 부와냐르 민속 록그룹, 푸벨 보이스 코미디뮤지컬 등의 프랑스 공연과 불독맨션, 델리 스파이스 등 한국 록공연과 프랑스의 전자탱고음악 고탄 프로젝트 그룹 등 젊은 유망주들의 공연도 이어진다.
또한 영화제 기간 중 상영작들의 감독과 배우들의 내한이 예정되어 있다. <팡팡 라 튤립>의 제라르 크라직 감독과 배우 뱅상 페레, <그리고 18년 후>의 콜린 세로 감독과 그의 딸이자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마들렌 베송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편당 6천원이며 맥스무비나 티켓링크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예매가 가능하다.
2003 프랑스영화 파노라마 상영작
그리고 18년 후(18 ans apres)/ 콜린 세로
팡팡 라 튤립(Fanfan la tulipe)/ 제라르 크라직
우리의 릴리(La petite Lili) / 클로드 밀러
슈슈(Chouchou)/ 메르작 알루아쉬
나의 우상(Mon Idole)/ 기욤 카네
분노(Fureur)/ 카림 드리디
그렇게 심하진 않아(Pas si grave)/ 베르나르 랍
갈망하는 육체들(Les corps impatients)/ 엑자비에 지아놀리
낙타에겐 더 쉬운 일(Il est plus facile pour un chameau…)/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시
놀람과 전율(Stupeur et tremblements) / 알랭 코르노
당신이 원하는 이에게 키스하세요(Embrassez qui vous voudrez)/ 미셸 블랑
남자들의 마음(Le Coeur des homes)/ 마크 에스포지토
특별상영작
Carte Blanche A_임권택 감독 선정
게임의 규칙(La Regle du jeu)
장 르누아르
<시민 케인>과 함께 전세계 영화인들이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는, 장 르누아르의 대표작. 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심리와 동선을 천의무봉한 카메라로 잡아낸 영화교과서.
무쉐뜨(Mouchette)
로베르 브레송
20세기 영화가 낳은 가장 이례적인 감독이면서 전세계 작가주의 감독들에게 영원한 영감의 원천인 브레송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가난한 시골 처녀의 수난과 죽음을 통한 타락과 구원의 서사.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2)
변영주
한국 다큐멘터리의 스케일과 힘을 단번에 일신한 영화전사 변영주의 역작. 97년 부산국제영화제, 베를린영화제와 몬트리올영화제, 시드니영화제 등에 초청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원세
<만다라>와 함께 198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에 꼽힐 만한 수작. 조세희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당대의 지배권력에 던지는 희귀한 도전장이다. 탁월한 생동감과 깊은 서정성이 빛난다.
삼포 가는 길
이만희
불운한 천재감독 이만희가 불행한 떠돌이 노동자에 자신의 삶을 실어 빚어낸 수작. 대표작 <만추>를 뛰어넘진 못해도 당대의 이만희의 재능을 엿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Carte Blanche B_피에르 리시앙 선정
토니(Toni)
장 르누아르
르누아르는 미장센의 대가이기도 했지만 또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감독들보다 더욱 네오리얼리즘적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노동자 토니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영화의 강렬한 즉흥 연출의 힘을 체험하면 그 말에 동의할 수 있다.
앙뜨완과 앙뜨와넷(Antoine et Antoinette)
자크 베커
장 르누아르의 조감독이었으며, 후에 누벨바그 평론가에 의해 작가로 추앙받은 자크 베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사랑에 빠진 노동자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전후 프랑스의 사회적인 공기에 담아낸다.
길소뜸
임권택
임권택의 서사가 정신과 문화에서 이 땅 민초의 깊은 슬픔으로 옮겨와 빚어낸 수작. 현존하는 삶의 구체적 계기를 만나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진 임권택 영화의 또 다른 정점.
거짓말 한가운데(Au coeur du mensonge)
클로드 샤브롤
샤브롤을 누벨바그의 열등생쯤으로 이해하고 있던 사람에겐 충격이 될 만한 영화. 브르타뉴 지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은 어둡고 정교하고 서정적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