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아무도 모르게 묻어둔 그리움의 수채화
도쿄국제영화제 금상, 하와이영화제 금상, 그리스 데살로니카영화제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에서, 해외에서 분주하게 선보였던 아름다운 작품.성민의 아버지는 미군부대에 취직한 탓에 가계가 넉넉하지만, 창희네는 성민의 집에 얹혀 사는 신세다. 단짝인 성민과 창희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미군과 동네 처녀들이 정사를 벌이는 방앗간을 염탐하다 발각된다. 미군과 경제적 관계를 맺고 사는 마을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창희는 자신의 어머니와 미군이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엿보고 만다. 방앗간에 급작스런 불이 일어나고, 창희가 실종된 이듬해 여름에 부패한 시체 하나가 떠오른다. 아이들은 언덕 위에 작은 봉분을 만든다.
6·25나 격동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아버지가 살았던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듯, 성찰하듯 만든 작품이다. [씨네21 188호 새로나온 비디오]
- 제작 노트
-
올 칸영화제에 소개된 세편의 한국영화 중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이광모 감독은 마치 오래된 상처를 어루만지듯 성찰의 화면을 통해 한국사에 시선을 던진다. 때는 한국전쟁시기. 성민의 아버지는 미군부대에 취직한 탓에 가계가 풍요롭지만, 창희네 가족은 성민의 집에 얹혀 사는 신세다. 단짝인 성민과 창희는 동네 아이들과 미군과 동네 처녀들이 정사를 벌이는 방앗간을 염탐하다 발각되고 만다. 미군들과 고리를 맺고 사는 마을 사람들. 성민의 아버지는 미군 부대에서 일을 하며 부를 축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창희는 자신의 어머니와 미군이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엿보고 만다. 방앗간에 불이 나고 창희가 실종된 뒤 이듬해 여름. 부패한 아이의 시체가 마을에 떠오른다. 아이들은 언덕 위에 창희를 위한 작은 봉분을 만든다. 전쟁 자체보다는 전쟁의 이면에 주목함으로써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그것은 롱테이크의 화면과 롱쇼트의 사용, 시간을 나눈 화면 구성과 같은 형식적 실험을 통해 견지된다. 리얼리티와 모더니티 사이의 긴장감을 넉넉히 유지한다. 칸 버전과는 달리 후반부를 수정해 부산에서 첫선 보인다.more
투자자인 SKC 관계자들은 시사회 때 전국 관객 7만명을 예상했다. 이광모 감독 본인도 "어차피 장사는 안 된다. 마음을 비웠다"고 여러번 말했다. 자타가 공인한 작가주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은 뜻밖에 개봉 한달 만에 전국 20만을 넘었다. 국내외에서의 높은 평가도 얼마간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도쿄영화제 금상으로 1억원을 받았고, 영화진흥공사에서 올해의 실험·예술영화로 지정돼 5천만원을 받았다. 거기다 각종 영화제에서 받은 상금까지 합치면 2억원 가량된다.
그래봤자 남는 돈은 없다. 보통의 기준으로 보면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말하는 편이 맞다. 다만 혹독한 경제적 시련을 피하게 해줬을 뿐이다. "올해 최고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성공담은 예술로서의 영화가 오늘 얼마나 살아남기 힘든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상업적 실패를 전제한 작가영화가 앞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광모 감독이 개척한 새로운 영화적 영토는 확장될 것인가, 아니면 기념비로만 남을 것인가. [아름다운 시절]에 보내는 박수와 찬사의 절반은 감독의 예술적 신념이 삭막한 상품영화의 시대에도 끈질기게 살아남기를 바라는 기대다.
논평
개인의 삶과 역사적 삶이 교차되는 지점을 잡아낸 미장센. 마침내 아마 최초로 한국영화에서 가장 성숙하고 깊이있는 어린이 시선 영화의 탄생.(유지나)
50년대의 적막과 고요가 안고 있는 상흔을 보라.(박평식)
한 인간의 정신적 깊이와 노력이 길어낸 아름다운 영화를 만난 기쁨.(심영섭)
갈피를 못잡고 허우적거리는 한국영화에 동아줄을 던진 역작. 영화가 왜 제7의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며, 막 나가는 한국영화에 브레이크를 걸고 천천히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해준다.(김의수)
역사를 꿰뚫는 고집스런 롱쇼트와 롱테이크의 미학.(신강호)
/씨네21 올해의 영화 베스트 1/5, 183호
스크린쿼터 폐지를 포함한 경제적인 외압과 검열폐지 등 영화법 개정이라는 반가운 기대가 교차했던 98년. 풍성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우리 영화들이 많이 나왔고 또 비교적 큰 사랑을 받았던 한해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영화들이 상업적 안전에 지나치게 신경쓰며 정작 알맹이를 빠뜨리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걱정스러웠습니다. 진정한 영화는 삶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넓히려는 진지한 자세가 투영된 영화가 아닐까요? 올해가 끝나가는 막바지에 [아름다운 시절] 같은 영화를 만나게 된 건 제게 큰 행운이며 한국영화계에도 진정 기쁜 선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참, 홍상수 감독님께는 죄송하네요. 마지막까지 [강원도의 힘]과 [아름다운 시절]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이숙영/사울 강북구 번동
/씨네21 독자가 뽑은 올해의 영화 105표/351표, 183호
배우와 스탭
감독
출연
수상내역
- [제36회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 [제36회 대종상 영화제] 감독상 수상
- [제36회 대종상 영화제] 촬영상 수상
- [제36회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 수상
- [제36회 대종상 영화제] 미술상 수상
- [제36회 대종상 영화제] 의상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