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은 누구를 생각하고 있나요?
8명의 마음속에 묻어놓았던 8개의 마음이 밖으로 나올 특별한 시간영화감독 지망생 나카자와와 천상 ‘여자’인 그의 여자친구 마키, 그리고 나카자와의 소꿉친구 케이토는 교토의 대학원에 다니게 된 마사미치의 이사를 축하하기 위해 교토로 향한다. 그 날 밤, 8명의 친구들은 모처럼 기분좋게 취해, 마키는 니시야마의 머리를 엉망으로 자르고 , 케이토는 가와치에게 집적대는 등 제멋대로 소동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동안 말로하지 못했던 마음속 생각들을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데…
어스름한 새벽녁 그들에게 찾아온 작은 기적!
TV에서는 좌초된 고래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과 빌딩사이의 좁은 틈에 갇혀버린 남자를 구조활동이 흘러나온다. 술자리가 끝나고 각각의 고민거리에 작은 해답을 찾은 8명에게 선물 같은 작은 기적이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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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일지 1more
맥도날드, 9.11, 고래 , 42cm
아무런 연관 없는 단어들이 모여 진짜 ‘사건’과 ‘사고’를 만들어내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계속 영화를 만들어 오면서, 항상 뭔가 ‘드라마’에 대한 압박감이 계속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일상이 이렇게 풍요로운데, 어째서 그렇게 드라마를 추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 자칫 지나쳐 버리기 쉬운 매일매일의 풍요로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져있을 무렵 어느 젊은 여성작가의 소설을 읽게 된다. 시바사키 토모카의 <오늘의 사건사고>. 어디에나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젊은이들의 하루를 그린 5편의 연작단편집이었다. 가벼운 기분으로 읽기 시작한 유키사다 감독은 그대로 영화로 옮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이번엔 오히려 연출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않고 순수하게 영상으로 옮겨보고 싶다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사치스러운 뼈>부터 작품을 함께 해온 마사코 쇼이치와 영화제에 함께 참석하게 된 감독은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해 근처의 맥도날드에 들어간다. 허심탄회한 이야기 중, 원작의 이야기를 꺼낸다. 감독의 열정엔 동의해 공동각본작업을 시작했지만 이야기가 단조로운 것이 아닐까 고민하던 두 사람에게 9.11 테러라는 커다란 사건은 큰 영향을 미친다.
충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 어느 사이엔가 ‘정의’라는 이름의 기호로 바뀌어 칠해져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외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는 감독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영화에 "같은 시간대에 다른 공간에서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이겠다는 아이디어가 추가했다. 영화의 일상이 의미를 가지는 순간이었다.
사건일지 2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매일을 무엇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출연진!
우리가 잊고있던 일상의 감각을 환기시키고, 가벼운 농담 같은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사회성를 환기시키는 신선한 영화 <오늘의 사건사고>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배우들의 공이 크다.
책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감독은 원작의 간사이 사투리를 그대로 살릴 것을 결정한다. 익숙하지않은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연기 역시 완벽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제약 속에서 배우들이 받을 스트레스와 초조함은 상당하겠지만 거기에서 예상외의 결과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감독의 기대였다.
간사이 사투리지도를 받은 것은 다나카 레나, 츠마부키 사토시, 이토 아유미, 가시와바라 슈지. 계속 테이프를 듣고 촬영직전까지 각자 사투리선생님으로부터 엄격한 억양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사투리가 OK가 나지않으면 다른 모든 것이 아무리 좋더라도 감독은 NG를 냈다. 철저한 간사이 사투리를 요구받은 배우들은 현장에서도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다고 외칠 정도였지만 결과물은 이제까지 본적이 없는 배역과의 일체감이었다.
그저 즐겁게 살고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영화감독 지망생 나카자와역을 맡은 츠마부키 사토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이미 차세대 일본영화를 이끌고 갈 남자배우로 인정받은 바 있는 실력파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환한 미소의 소유자인 그가 연기하는 나카자와를 미워할 수 있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다정하고,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어릴 적 친구인 케이토와 나카자와군의 미묘한 관계를 보고, 쓸쓸하다고 느끼는 안타까움 같은 내면도 잘 표현해 낸 귀여운 나카자와의 연인 마키역의 다나카 레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케와키 치즈루, <피와 뼈>의 가시와바라 슈지 등 일본영화계를 지지하고 있는 현재 가장 빛나는 젊은 배우진들이 총 출연해 생동감 넘치는 영화를 완성시켰다.
이렇게 삽입된 바닷가에 좌초된 고래와 빌딩과 빌딩의 42cm사이에 갇혀버린 남자의 구조시도라는 에피소드는 현대의 절망적인 삶에 한 순간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의 따뜻한 배려이다.
사건일지 3
일상보다 낯선, 영화보다 가까운, 새로운 영화를 꿈꾸며…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현대 일본영화와는 달리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라는 명감독들의 작품과 통하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면서도 마음에 남는 영화를 꿈꾼 스태프가 현대의 젊은이들의 일상을 영상화 하기 위해 참고한 것은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이었다.
이제까지의 유키사다 감독의 영화가 날카로운 느낌의 영상이었다면 촬영감독 후쿠모토와 조명감독 이치카와는 이번은 좀더 건조한 느낌의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례로서 후쿠모토는 짐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를 떠올렸고 유키사다 감독에게 제안한다. 영상도 인물간의 관계성도 건조하지만 사랑이라는 한 순간의 감정이 놓치지 않는 <천국보다 낯선>의 영상은 이 영화의 촬영컨셉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진짜 시골집과 42cm의 틈을 만들어 내라!
일상을 다룬 영화이기에 화려한 세트나 소품들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미술감독 야마구치에게는 커다란 과제가 세가지 있었다. 마사미치의 교토의 시골집, 좌초된 고래, 그리고 빌딩과 빌딩사이의 42cm. 교토의 시골집세트는 몇 대나 물려받았다는 설정으로 디자인되었다. 지금으로선 구하기 힘든 닛카츠 촬영소에 숨겨져 있던 진짜 벽지를 구해 도장해 분위기를 살리도록 노력했다. 빌딩과 빌딩의 좁은 틈은 미술감독이 가장 고민한 부분. 실제 빌딩 옆에 새 빌딩을 세우자는 안도 나왔지만 운 좋게도 진짜 46cm 정도의 틈이 있는 빌딩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보다 3cm 작은 42cm의 틈이 있는 세트까지 만들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그렇게 좁은 공간에 갇혀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감독이 의도한 담담한 그림을 담아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생각한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빌딩사이에 갇힌 남자역의 오쿠라 쿠니요는 미술팀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10분이 한계라고 장담했던 미술감독의 예상을 넘어서 30분을 견뎌내는 열연을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