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체류기간 직전에 만든 이 작품은 필립스사의 의뢰를 받아 아인트호벤의 필립스 라디오 공장을 홍보하려는 다큐멘터리였다. 이벤스는 훗날, 이 영화가 필립스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소련으로 가기 전, 아버지와의 불화로 경제적 곤경에 처했던 그가 애초 공장산업라인의 시스템의 조형성에 초점을 맞춰 하나의 도시교향악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노동하는 육체에 맞춰진 이벤스 특유의 시점은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 기묘한 불화상태를 만들어냈고, 고도 자본주의 생산라인에 대한 경탄과 혐오가 동시에 실리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유리진공관을 만드는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이 모호한 걸작은 네덜란드 최초의 유성영화였던 탓에 이벤스 가문이 경영하던 회사 CAPI에 얼마간 경제적 도움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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