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사의 로고가 뜨는 것과 동시에, 감독이나 제작자의 이름이 뜨기도 전에 영화는 한 여자의 분노에 찬 욕설을 계속해서 내보낸다. 그리고 도로를 질주하는 여자 둘, 남자 하나. 각자 그렇게, 뛰어가던 이들 중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가 만난다. 짤막한 대화와 술 한 잔과 섹스. 그리고 이들의 섹스를 위한 만남이 이어진다. 그녀는 영화 맨 처음에 도로를 질주하던 또 다른 여자를 만난다. 그들은 5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고등학교 친구다. 우정은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비밀과 거짓말들이 이어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세 명뿐이다. 저들은 각자 최근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는 방식,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두 여자는 스타일 면에서나 성격, 처지도 상반된다. 별다른 스토리가 전개되지도 않고, 영화가 진행되는 방식 역시 그녀와 그, 혹은 그녀와 또 다른 그녀의 대화가 거의 전부인 아주 단순한 영화다. 그녀와 그는 그저 섹스를 하고 의미 없이 겉도는 대화들을 주고받는다. 그녀는 사랑을 믿지 않고 그의 달콤한 말들 역시 어딘가 빈 것처럼 보인다. 한편 그녀들은 섹스 이야기를 하고, 일상 이야기를 하고, 거짓말을 하고, 싸운다. 그녀는 섹스를 믿고, 또 다른 그녀는 사랑을 믿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관객을 흡인하는 능력은 놀랍다. 영화는 세 사람 사이의 이렇고 저런 관계에 관객을 초대했다가, 어느 새 주인공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심지어 관객의 상처까지 어루만진다. 최근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으시라. <2003 부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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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세 명뿐이다. 저들은 각자 최근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는 방식,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두 여자는 스타일 면에서나 성격, 처지도 상반된다. 별다른 스토리가 전개되지도 않고, 영화가 진행되는 방식 역시 그녀와 그, 혹은 그녀와 또 다른 그녀의 대화가 거의 전부인 아주 단순한 영화다. 그녀와 그는 그저 섹스를 하고 의미 없이 겉도는 대화들을 주고받는다. 그녀는 사랑을 믿지 않고 그의 달콤한 말들 역시 어딘가 빈 것처럼 보인다. 한편 그녀들은 섹스 이야기를 하고, 일상 이야기를 하고, 거짓말을 하고, 싸운다. 그녀는 섹스를 믿고, 또 다른 그녀는 사랑을 믿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관객을 흡인하는 능력은 놀랍다. 영화는 세 사람 사이의 이렇고 저런 관계에 관객을 초대했다가, 어느 새 주인공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심지어 관객의 상처까지 어루만진다. 최근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으시라. <2003 부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