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즉 ‘잘못된 존재’이기 때문에 전환치료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아나’. 아나는 때때로 현실로 돌아오지만 대개는 기억 속에 머문다. 전환치료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그 기억들과 싸우면서 새 기억들을 만들어간다. 아나가 보내는 그런 순간들에 언제나 함께하는 애인 ‘마티나’. 마티나는 아나를 재촉하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그녀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독백으로 덧붙인다. 아나의 증언은, 아나가 기억하는 시간들이 전해주는 서사에 따라 빨라졌다, 느려지기도 하고, 강해졌다, 약해지기도 한다. 그 시간들 속에서 아나가 느꼈던, 또 느끼는 여러 마음들은 색으로, 속도로 화면에 칠해진다.
감독은 계절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고통을 느낀다는 아나의 이야기에 부쳐 작품을 가을, 겨울, 봄, 여름의 맺음들로 구성한다. 그리하여 그 기억의 고리들을 묶을 수 있는 새로운 사계절을 아나에게 선사한다. 아나에게 사계절은 더 이상 이전의 계절들이 아니리라.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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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계절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고통을 느낀다는 아나의 이야기에 부쳐 작품을 가을, 겨울, 봄, 여름의 맺음들로 구성한다. 그리하여 그 기억의 고리들을 묶을 수 있는 새로운 사계절을 아나에게 선사한다. 아나에게 사계절은 더 이상 이전의 계절들이 아니리라.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