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매염방〉은 2003년 11월, 그녀의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를 길게 늘어뜨린 매염방이 높은 계단을 올라 무대 뒤로 사라지고,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매염방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생계를 위해 무대에 서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본격적인 연예계 데뷔, 파격적인 무대 매너를 통한 가수로서의 성공, 영화계에서 입지를 굳히게 되는 과정과 죽음까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외로움과 아픔, 20년에 걸친 장국영과의 우정과 이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자 했던 모습, 특히 `홍콩의 딸`이라고 불릴 정도로 홍콩의 국내외적 상황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던 매염방의 다면적인 순간들을 조명한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콜드 워〉의 공동연출로 부산을 찾았던 렁록만 감독은 첫 단독연출작 〈매염방〉으로 다시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매염방의 카리스마를 모델 출신의 신예 왕단니가 훌륭히 소화한다. 영화는 과거의 공연과 영화, 인터뷰 및 방송 자료화면 등을 곳곳에 삽입하여 매염방을 현실로 불러낸다. 〈매염방〉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가 사랑했던 매염방에 대한 드라마이자 홍콩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애가(哀歌)이기도 하다.
(2021년 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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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선영)
수상내역
- [제16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 최우수의상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