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18년 만에 나보다 한 살 어린 막내동생과 함께 살기로 했다.동생 혜정은 13살 때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산꼭대기의 건물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왔다. 내 삶에서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일이 동생의 삶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혜정아, 왜 언니 눈을 안 봐?”
“언니는 왜 맨날 시켜?”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모든 것이 갑자기 내 결심에 맞게 변하지는 않는다.
혜정이와 함께 살아가려면 내 인생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함께 살기 시작하니 힘든 순간들이 찾아온다..
우린 결국 떨어져 살아야 할 운명일까?
우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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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1more
“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되어야 할까”
혼자서도 팍팍한 세상,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당신을 위한 영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엎치락뒤치락 데일리 라이프 <어른이 되면>은 같이 산 것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많은 생각많은 둘째언니 ‘혜영’과 흥많은 막내동생 ‘혜정’이 18년 만에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일상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로 ‘유튜버 스타’로 불릴 만큼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고 있는 장혜영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제 막 다시 서로에게 적응해나가고 있는 자매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냈다.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시설에 보내져 외딴 산꼭대기 건물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평생을 살아왔던 동생과 내 삶에서는 일어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 동생의 삶에 던져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자매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감동적인 서사’를 기대케 한다. 혜정, 혜영 자매와 그들의 친구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커피를 마시고 처음 가보는 곳을 찾아 여행하고 함께 깔깔대고 춤추는 일상을 꾸밈없이 담아낸 장면장면들은 <어른이 되면>을 가장 기대케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장애를 극복한 ‘위대한’ 이야기 아니면 하루하루 불행하게 살아가는 ‘불쌍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장애인 서사에서 벗어나, 혜정을 혜정다운 모습 그대로 담아내고 혜정을 돌보며 깨달아가는 과정을 균형감 있게 담아냈다. 때로는 서운하고 눈물이 왈칵 나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잊지 못할 행복한 경험, 즐거운 이야기들이 찾아오는 각기 다른 모습의 하루하루는 “내 한 몸 돌보기도 힘든 시대에 다른 사람을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완전히 뒤집어버린다. “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되어야 할까. 다른 사람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자기 자신도 살아가기 힘든 사회가 된 것이 아닐까. 함께 살면, 살아진다”라는 장혜영 감독의 이야기는 ‘함께 살아가는 삶’에 관한 무거움을 벗어던지게 만든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이들에게, 혼자서 버텨내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이들에게 <어른이 되면>은 유쾌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HOT ISSUE 2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일기장에만 적어두었던 우리들의 불안,
함께 얘기하기 시작하면 무언가 달라질지도 몰라
<어른이 되면>은 같이 산 것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많은 혜영, 혜정 자매가 18년 만에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우당탕탕 할 수밖에 없는 적응기를 담아낸 슈퍼 리얼리티 다큐멘터리다. 마치 이 세상 전체가 혜정이 그냥 시설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공적 지원제도는 생각보다 더욱 열악했고 인생의 모든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혜정이가 집 밖의 세상에 빨리 적응하길 바라는 조바심에 전전긍긍했던 혜영은 혜정에게 ‘맨날 뭐 하라고 시키는 잔소리꾼’이 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사람과 있을 때 더 행복해하는 것처럼 보일 때 섭섭한 마음이 훅 밀려오기도 했다. <어른이 되면>이 ‘남다른 자매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은 엎치락뒤치락 고민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는 순간들의 연속 속에서 관객들 또한 막연했던 불안을 꺼내놓게 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 사회 속에서 자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이유로 분리하고 격리 당하고, 사회가 정한 모든 기준을 충족한 사람에게만 잘살 가능성과 기회와 권리가 주어지고, 내가 못살고 불행한 이유는 내 탓이라고 생각하기를 강요당하는 이 사회에서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는 순간 내일 하루만큼은 웃으면서 일어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전한다. 이처럼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좌충우돌의 과정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낸 영화 <어른이 되면>은 ‘세상 살기 참 힘들지만 가끔 찾아오는 망할 행복때문에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으며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시간을 선사할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HOT ISSUE 3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 필요한 건 무엇?”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잘 지내는 방법!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현실에서 정작,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모르는 당신을 위한 실전 예시!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하면서 혜정과 처음 만난 <어른이 되면> 다큐 팀 친구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우정을 쌓아나가는 장면은 <어른이 되면> 속 광대 미소 폭발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실수하고 싶지 않은데 혜정 언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음을 더 ‘단디’ 먹어야 할 것 같아요”라는 촬영 스탭 은경의 이야기는 아마도 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장혜영 감독은 “비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이 따로 없듯이 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도 따로 없다. 인간에 대한 예의만 필요할 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혜정이 말장난을 던지면 두 배 세 배로 장난을 섞어 혜정이에게 돌려주며 최고의 말장난 파트너가 된 음악 감독 인서는 음악 수업을 하는 동안에는 세상 꼬장꼬장한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박자가 빠르네, 멜로디가 다르네”라며 깐깐하게 따지는 인서와 짜증을 내면서도 어떻게든 수업을 따라가는 혜정은 옥신각신하면서 절친이 되었고, 절친답게 “원하는 대로”를 툭 내뱉으며 혜정의 리듬에 맞게 호흡을 맞춘다. 혜정 언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은경은 자기에게 화를 내는 혜정이의 모습에 한 번 놀라고 자기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다가 집에 돌아와 혜영이 타이르는 말에는 금방 수긍하는 혜정의 모습에 “얄미워 죽겠어요”라고 감정적인 반응을 한다.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서 벗어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혜정, 혜영 자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촬영 감독 정민은 혜정 누나를 처음 봤을 때 아이처럼 대하곤 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나대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혜정 누나가 그 안에 들어왔고, 그 관계에서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것”이라는 정민의 이야기처럼, 이들은 함께 일상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정작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긴장해버리고 마는 우리들에게 <어른이 되면>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딱히 공을 들여 준비해야 할 것은 없다고 귀띔한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인간적인 삶 없이 우리에게도 인간적인 삶은 없다”는 장혜영 감독의 영화 속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자기만의 방식대로 새로운 친구들과 재미난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HOT ISSUE 4
“우리의 이야기도 세상에 필요해”
사려 깊은 연출 X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 X 감각적 영상미까지!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세상을 그래도 이해해보고자 노력하는 ‘생각많은 둘째언니’의 사랑스러운 데뷔작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세상을 그래도 이해해보고자 노력하는 ‘생각많은 둘째언니’의 데뷔작인 <어른이 되면>은 꾸밈없는 담백한 영상미와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진 사랑스러운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세상에 관한 단단한 이야기를 쉽고 자유로운 톤으로 담아내어 다큐멘터리에 대한 편견을 과감히 깨는 <어른이 되면>은 혜영, 혜정 자매의 유쾌 발랄한 개성만큼이나 상큼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특히 혜영, 혜정 자매의 곁을 지키며 의지가 되어준 친구이자 성실한 카메라 감독으로 함께한 윤정민 촬영감독의 따스한 시선이 담긴 카메라는 마치 이들의 일상을 함께 채워 나가는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을 자아낼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장혜영 감독이 직접 작사·작곡한 영화음악 또한 <어른이 되면>을 감각적으로 만드는 키 포인트다. 장혜영 감독의 일기장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현실공감 가삿말과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는 멜로디, 기타와 나지막한 목소리 하나로 녹음된 소박한 연주가 어우러져 담담한 울림을 전한다. 영화 속에서 혜정의 음악 선생님으로도 출연하여 절친 케미를 보여주었던 유인서 음악감독의 몽글몽글한 연주음악과 ‘라팜팜파’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는 영화의 장면장면마다 생기를 불어 넣으며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사려 깊은 연출력이 더해진 <어른이 되면>의 영화적 완성도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8 가장 주목할 다큐멘터리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트렌디함을 반영한 음악, 영상미와 세상에 관한 깊이 있는 시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어른이 되면>은 신선한 다큐멘터리를 기대하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단 하나의 영화로 올겨울을 따뜻하게 녹일 예정이다.
PRODUCTION NOTE
[내 동생은 발달장애인]
바쁘신 부모님과 첫째 언니를 대신하여 동생 혜정이의 돌봄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내가 열세 살 되던 날, 혜정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시설로 보내진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나는 혜정과 함께 받았던 차별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마음껏 공부하며 지낸다. 그러나 나의 성장 과정마다 항상 혜정이 마음 한편에 무겁게 있었다. 시설에서 혜정은 말썽꾸러기였다. 크게 소리 지르는 일이 많았고 함께 있는 동료들과 다툼도 있었다. 시설 사람들은 그런 혜정에게 약을 한 움큼씩 먹였다. 약을 먹으면 혜정의 과한 성격이 누그러지고 한동안은 조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멍한 채였다. 약을 먹은 동안에는 많은 사람이 편해졌다. 시설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을 서서히 느끼고 싸워보기도 하였지만, 수많은 장애인을 돌볼 시설이 많지 않았고 가족들의 품으로 보내기에는 그 가족이 짊어질 삶의 무게가 무거웠다. 그렇지만 나는 시설 밖에서 혜정과 함께 살기로 한다. 하지만 시설에서 18년간 살아온 동생을 세상으로 데려와 살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어야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했다.
[함께할 때 가능한 자립]
시설에서 나온 동생의 자립이 가능할까? 나는 혜정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유튜브 영상으로 공유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는 약속으로 많은 사람의 투자를 받는다. 다큐멘터리 작업이 진행되면서 다큐멘터리팀 사람들과 혜정이 서로 관계를 맺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린 모두 연약하고 부족한 인간이다. 삶을 지탱할 때에는 완벽하게 스스로 노력으로 유지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주변의 도움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탈시설도 마찬가지다. 탈시설이 가능하게 하려면 많은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되도록 혜정이에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어 관계를 맺게 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동생의 친구가 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장혜정 모습 그대로 사회에 적응하기]
나는 혜정이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거나 사람들이 집에 오지 않으면 애니메이션을 종일 보는 것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노들장애인학교에 함께 갔다. 하지만 정해진 틀에서 배우는 게 익숙하지 않아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고 친한 지인에게 개인 과외를 부탁한다. 결국 연말 공연이라는 목표까지 설정하고 음악을 즐기는 배움의 시간을 얻는다. 이를 통해 장혜정의 온전한 모습으로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는다. 그러나 공적 자원에서는 발달장애인 한 명 한 명의 모습대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다시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혜정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신청하는데, 여기서 공적 자원 시스템이 획일화되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을 주기 위해 진행된 심사에서는 중요하지도 않은 개인사 질문을 하거나 정작 당사자인 혜정에게는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심사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장애인 개인 하나하나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생각의 울타리 깨기]
영화 <어른이 되면>의 제목은 혜정이의 중얼거림에서 시작되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 혜정은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하고 중얼거렸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는 말로 서른의 세월 동안 얼마나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혜정이에게 ‘어른이 되면’이라고 말해왔던 그 사람들은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언젠가 혜정이가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해보았을까? 나 또한 과거 혜정이에게 무수한 약속을 하고 그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혜정이는 매번 새로운 약속을 했다. 아무도 자신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계속 바라고 새로운 약속을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혜정이의 내면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단단한 것이 아닐까? 나는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하나의 울림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영화의 끝은 우리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제 나는 말하기보다는 오랫동안 듣고 싶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