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하나하나에 우리들의 기억이 담겨 있어요”
부산의 어느 좁은 골목 끝에는 작은 극장이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다.극장의 빛을 기록하고 영화를 상영해온 이들의 하루는
어제와 같이 오늘도 조용히 흘러간다.
10년간 지켜온 극장의 마지막 날을 앞둔 이들의 얼굴엔 피로가 내려앉았다.
소중한 공간과의 이별을 앞두고
영화는 이 곳과 사정이 다르지 않은 극장으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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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예술관more
영화 <라스트 씬>의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부산 국도예술관은 2004년 개관하여
10여 년간 부산 지역 씨네필들의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었던 곳이다.
2006년 4월, 영화진흥위원회 아트플러스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된 후
국도예술관이 위치했던 ‘국도극장이 철거되면서
2008년 6월 대연동에 위치한 ‘가람아트홀’로 자리를 옮겨 터전을 잡았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개봉함과 동시에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부산평화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를 개최하고 ‘관객과의 대화’, ‘올빼미 상영관’, ‘다큐싶다’ 등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접하기 힘든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공격적인 확장과 단관 극장에 대한 관객들의 인식 부재 등
여러 요소들로 인해 거듭된 운영난을 겪으면서 2018년 1월 31일 휴관하게 되었다.
부산 국도예술관에서 10여 년간 활동해온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모든 새로움의 시작은 다른 끝에서부터”라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긴 채,
부산 지역의 독립예술영화관을 다시 세우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씨네포크
부산 국도예술관 휴관 이후 2019년 5월 정식 출범한
'영화문화협동조합 씨네포크 (이하 씨네포크)'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영화인들의 지역 극장 및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부산 국도예술관의 휴관 직후, 국도예술관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독립예술영화관으로
자리매김해왔던 아트씨어터 씨앤씨가 연달아 폐관하면서
‘영화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서 독립예술영화 전용극장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공감한 영화인들이 의기투합하여
독립예술전용관의 지속적인 발전과 다양성 영화 저변 확대를 위해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문화 커뮤니티, 문화 교육 기능을 함께 갖춘
‘커뮤니티 시네마’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영화 <라스트 씬>은 ‘씨네포크’의 첫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영화로
극장을 추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만들 예정이다.
- 2018. 06. 부산독립예술영화전용관 설립 추진위원회 발대식
- 2018. 08.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설립 추진 1차 토론회
- 2018. 11.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설립 추진 2차 토론회
- 2019. 05. 영화문화협동조합 씨네포크 출범식
#독립예술영화관
1) 서울 인디스페이스
“인디스페이스가 2007년 개관할 때 로고로 오뚝이를 만들었거든요
‘독립영화가 오뚝이처럼 불굴의 정신으로 살아나갈 거다’라는 상징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순간이 정말 여러 번 왔는데도
쓰러지지 않고 오늘까지 여기에 서있습니다”
독립영화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독립영화전용관은 ‘인디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서울 명동 중앙시네마 3관에서 2007년 11월 8일 정식 개관했다. 지속 가능한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배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독립영화를 소개하며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는 이정표가 될 새로운 첫걸음”(개관 기자회견 당시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이 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이 갑작스레 공모제로 바뀌게 되어 인디스페이스는 2009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하고 잠시 휴관에 들어간다. 그러나 인디스페이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김동원(영화감독), 김동호(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안정숙(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2009년 휴관 이후 2012년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으로 돌아온 인디스페이스는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지도, 자본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도 않고 꼿꼿하게 관객들을 만나오고 있다. 전국 290여 개의 극장, 2,000여 개의 스크린 속에서도 여전히 독립영화를 쉽게 접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인디스페이스는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때로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조금은 다른 영화, 새로운 스타일과 낯설지만 다른 영화적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오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고, 상업적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영화들을 상영하는 유일무이한 극장으로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2) 광주극장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1935년부터 상영되어 온 수천 편의 영화들과
극장을 찾아온 관객들의 기운이 광주극장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1935년 세워져 84년의 역사가 깃든 광주를 대표하는 단관 극장이다. 2003년부터 예술영화관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예술영화지원사업을 통해 영진위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되어 극장 운영에 큰 버팀목이 되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이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로 인한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사업”으로 변경됨에 따라 지원금이 끊기게 되어 2015년 이후부터 점차 경영난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 때 문화 때 문화•예술계 전방위에 걸쳐 시행된 퇴보적인 지원사업에 대한 항의 의사로 2016년과 2017년 2년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보이콧하였고 2018년에 들어서 신규사업자로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에 선정이 되어 운영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광주극장의 이야기는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영진위의 공적인 역할 상실로 인해 전용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도 없이 독립적으로 극장을 운영할 수 있을까 불분명하였지만, 2016년 6월부터 결성된 광주극장 후원회원의 응원과 지지, 그리고 묵묵하게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들의 발걸음으로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2002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첫걸음을 떼면서 매년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800석이 넘는 극장을 무모하게 전용관 사업으로 얽매어 자멸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매년 관람하는 입장 수입으로(만 명~3만 명)는 극장을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영진위의 전용관 운영지원사업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전용관 사업에 참여를 했던 극장들도 지원금과 입장수익만으로는 버티지 못하고 하나 둘 문을 닫거나 극장 건물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였습니다. 다양한 영화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좋은 의미’와 그 공간을 강건하게 꾸려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만으로 - 냉엄한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영화시장과 대기업 극장 체인이 독과점의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 시장에서 - 살아남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힘을 불어주고, 극장과 함께 길을 걸어주는 분들이 있는 한 황량한 사막과 모래폭풍의 사막이 결코 외롭지는 않을 것이며, 계속 바늘귀가 뭉그러지도록 온 힘을 다해 부딪혀 볼 것입니다”
3)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여러분들이 앉아 계시는 이 공간은 지난 4년간 영화를 보 수 있게 해준 공간이었고,
관객분들과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과 이 공기에 고마웠다는 박수를 치고 시작하겠습니다."
강원지역 유일의 독립예술영화관인 신영극장은 강릉씨네마떼끄가 주도하고 강릉의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모두의 극장’을 꿈꾸며 문을 열었다. 1996년 창립한 강릉씨네마떼끄는 지역 유일의 영화 관련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정동진독립영화제를 개최해왔으며, 공동체 상영과 독립영화 비극장 최초개봉 등 독립영화의 대중 친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안정적인 상영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도 연간 80일 이상 독립영화를 지역에서 상영하는 등 지역주민과 독립영화의 접촉면을 넓혀왔으며, 이를 더욱더 확대해 나가기 위해 전용극장을 마련했다.
특히, 서울 인디스페이스에 이어,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독립영화와 관객이 만나는 광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곽극장의 매력과 강릉 시민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는 극장으로, 강릉을 대표하는 극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찌만 대규모 멀티플렉스 극장이 강릉에 들어오면서 운영난에 부딪히게 되었다. 잠시 휴관하며 재정비를 한 신영극장은 2017년 ‘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다시 태어나, 대형 영화사의 배급 전쟁 속에서 독립예술영화들을 강릉 지역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