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편도선 안쪽, 3기 판정.
림프절까지 전이될 수 있다, 현재 3개 있음.”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아온 아티스트이자,
<마지막 황제>(1987)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작업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그래미를 석권한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인후암 판정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나는 무엇을 듣고 싶은가.
새하얗고 커다란 캔버스를 앞에 두고,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하지만 평소 존경하던 이냐리투 감독으로부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작업 의뢰를 받게 되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는
치료로 중단했던 새 앨범 역시 다시금 준비하기 시작한다.
기존의 스케치를 모두 폐기하고
다시 시작점에 선 그는
어떤 소리를 듣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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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절까지 전이될 수 있다, 현재 3개 있음.”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아온 아티스트이자,
<마지막 황제>(1987)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작업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그래미를 석권한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인후암 판정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나는 무엇을 듣고 싶은가.
새하얗고 커다란 캔버스를 앞에 두고,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하지만 평소 존경하던 이냐리투 감독으로부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작업 의뢰를 받게 되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는
치료로 중단했던 새 앨범 역시 다시금 준비하기 시작한다.
기존의 스케치를 모두 폐기하고
다시 시작점에 선 그는
어떤 소리를 듣고 싶은 걸까.
동영상 (5)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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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more
坂本龍一 / RYUICHI SAKAMOTO (1952~ )
3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11살이 되던 1963년부터는 도쿄예술대학의 음악 교수로부터 클래식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고, 1971년 작곡 전공으로 도쿄예술대학에 입학했다. 1978년 첫 솔로 앨범인 《Thousand knives》를 발표한 그는 동료들과 3인조 테크노 그룹인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를 결성했다. 키보드, 신디사이저 등을 이용한 신스팝 음악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는데 미국에서 발매된 앨범은 빌보드 차트 진입에 성공, 이후 월드투어가 개최되기도 했다. 1983년 그룹을 탈퇴한 이후 오시마 나가시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영화음악을 담당하면서 영화음악감독으로도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1987) 음악 작업으로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이며 현대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떠오른 류이치 사카모토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 주제가를 작곡, 지휘하기도 했다. 이후 작곡가이자 종합예술가 그리고 환경운동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는데 후쿠시마의 지진, 쓰나미, 방사능 노출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돕기 위한 자선단체를 꾸리며 ‘NO NUKE’라는 음악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오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2014년 새로운 앨범을 제작하던 중 인후암 판정을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하지만 1년도 채 치료하지 않은 시점에서 평소 존경하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의 음악 작업 의뢰를 받고 활동을 재기한다. 치료와 작업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삶의 한 페이지를 연 그는 발병 전 기획했던 새로운 앨범의 스케치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다시 출발점에 선다. 매일의 일상, 조형물,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본인이 가장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한 결과 2017년 8년만에 솔로앨범인 《async》를 선보이게 됐다. 비동시성, 소수, 혼돈, 양자물리학, 인생무상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주된 이 앨범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가장 사적인 앨범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최근에는 <남한산성>(201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코다>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아티스트로서의 정점에서 활동하던 2012년부터 인후암 판정을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한 2014년을 거쳐 그가 8년만에 선보인 새로운 앨범 [async]를 2017년 대중에게 선보이기까지 지난 5년의 시간이 영화 안에 빼곡히 담겨있다. 삶의 끝을 엿본 후 다시 시작에 선 류이치 사카모토. 대중들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그 시간에 그는 어떤 삶을 그려내고 있었을까.
TRACK 1. Life, Life
다시 시작에 선 류이치 사카모토의 Anding Story
아티스트이자 사람으로서 류이치 사카모토를 담는 초상화가 될 것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14)의 프로듀서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에릭 클랩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던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은 2012년부터 아티스트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일본 내 지진, 쓰나미, 방사능 노출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던 당시 반핵활동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었다. 이런 활동들이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아티스트의 앨범에 어떻게 녹아 드는지를 관찰하고 싶었던 그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허락을 구한 뒤 2012년부터 본격적인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류이치 사카모토가 인후암 판정을 받으면서 초기의 계획은 보다 넓은 의미로 확장되었다. 환경과 사회 그리고 여기에 개인적인 위기까지 인식하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는 제 2막의 인생을 시작하듯 무엇도 기록되지 않은 새하얀 캔버스 앞에 섰다. 그리고 하나씩 음표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음악은 기존에 그가 연주해냈던 작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또한 전혀 새로운 형태를 띄고 있었다. 삶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밀어내고 한걸음씩 내딛기 시작한 그의 걸음을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은 천천히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한 차례의 위기를 겪어낸 아티스트가 어떻게 세상을 듣고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시켜내는지 묵묵히 촬영하기 시작한 그의 카메라 안에는 다채로운 영상과 음악들이 벽돌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부서진 피아노의 소리, 방사능측정기에서 나오는 울부짖음, 북극 얼음이 녹아 내리는 소리 등 이것들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어우러지는 과정을 담아내면서 그는 관객들이 이를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인식의 창을 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TRACK 2. Walker
“나는 지금 어떤 음/음악을 듣고 싶은가”
‘가공의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꿈꾸며 시작하는 걸음
류이치 사카모토는 암 발병 이후 그 전부터 기획했던 새 앨범을 완전히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새하얀 캔버스를 펼쳐놓고 지금 자신이 듣고 싶은 음/음악은 무엇인가에 집중한 그는 ‘가공의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사운드트랙’이라는 앨범의 컨셉을 떠올렸다. 이전부터 좋아했던 감독이지만 최근에서야 더욱 공감하게 된 그의 영화들을 꺼내어놓고 영화 속 복잡한 음향 세계에 귀 기울였다. 물 소리, 바람 소리 혹은 발자국 소리처럼 사물의 소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타르코프스키를 따라 숲 속을 걷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 6월 뒷마당에 내리는 빗소리, 샤미센이 자아내는 소리, 데이비드 실비언이 낭독하는 아르세니 타르코프스키의 시 등을 하나하나 수집해 음악에 배치해나갔다.
사실 이와 같은 컨셉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활동을 중단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빠른 복귀를 종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냐리투 감독은 단순한 음악보단 소리를 쌓아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주길 요청했는데 이때 얻은 아이디어들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새 앨범에 많은 영감을 가져다 주었다.
바로 이런 일련의 작업 과정들이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생활 속 소리들을 신중하게 수집해가는 모습부터 원하는 소리를 재현해내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 그리고 마음 같지 않은 작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보기 드문 모습까지. 영화는 거장 아티스트가 개인적인 위기를 극복한 후 다시 예술로 돌아가는 그 발걸음을 쫓는다.
TRACK 3. Solari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애도하는 거장의 기도
류이치 사카모토가 해석한 바흐의 ‘코랄 전주곡’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연출한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 반핵활동가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행보에 직감적으로 담아내야 할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당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서슴지 않고 발언함으로써 일본 내 경제적 이익집단들과 부딪혀왔다. 이런 그의 행보에 일본 내 매체들마저 암묵적으로 입을 닫고 있던 때, 스티븐 노무라 쉬블은 이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류이치 사카모토 역시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보다 많은 메시지들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은 결코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하지는 않았다. 다만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아티스트가 개인의 철학과 사상을 어떻게 예술로 들어내는지 관찰하고자 했다.
다큐멘터리 <코다> 속에서 류이치 사카모토는 종종 바흐의 곡을 연주한다. 바흐는 ‘코랄 전주곡’이라는 이름의 찬송가를 많이 작곡했는데 당시 유럽 전반에 녹아있는 전염병, 굶주림, 억압 등의 상황들에 대해 기도문을 암송하며 음표 하나하나를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 시대와 현 시대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언급했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분단과 폭력성을 종종 언급해왔기에 그가 코랄 전주곡에 가지는 관심에는 전혀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 또한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 역시 영화 속에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업한 오페라 [LIFE] 그리고 2002년 투르카나 발굴 현장 방문 당시의 자료들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현재의 류이치 사카모토가 있기까지 그의 생각과 철학이 어떻게 그의 음악에 베어있는지 들여다보도록 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점차 완성되어 가는 류이치 사카모토만의 코랄 전주곡 ‘‘solari’는 바흐 그리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그의 영화 속에서 차용된 곡과는 전혀 색다른 매력으로 재탄생해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TRACK 4. ZURE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있어요”
세상의 소리를 듣도록 권유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그리고 삶
다큐멘터리 촬영 중 류이치 사카모토는 쓰나미에도 살아남은 피아노 이야기를 듣고 일본 북동부 미야기현 농업고등학교를 방문한다. 쓰나미가 몰려왔을 때 물에 잠긴 채 오랜 시간을 물 속에 머물렀을 그 피아노는 어딘가 휘어지고 끊어진 채였다. 마치 이가 빠진 듯이 몇 개의 건반은 움푹 들어간 채 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류이치 사카모토는 “자연으로 되돌아간 소리”가 난다고 말한다. 피아노 자체가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인공적인 힘을 가해 만든 물건이라는 사실에 집중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쓰나미를 만난 이후, 피아노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쓰나미가 덮치지 않았더라도 피아노는 인간이 조율하지 않으면 점차 처음의 소리와 다른 소리로 변형된다. 이것을 두고 자연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사실 인간에게 듣기 좋은 소리란 자연의 관점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소리일 거라고 생각한 것. 때문에 그에게 있어 쓰나미 피아노란 그 어떤 피아노보다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는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이기도 하다. 밝은 듯, 슬픈 듯 알 수 없이 기이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쓰나미 피아노의 연주곡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새 앨범 [async] 중 ‘ZURE’라는 곡에 삽입됐다.
이처럼 류이치 사카모토는 환경운동을 넘어 보다 자연적인 소리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고 찾아나선다. 그리고 이 과정은 세상에 가득 차 있지만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 소리들에 집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이를 두고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어떻게 듣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해내는지 지켜봄으로써 관객들이 스스로 새로운 인식의 창을 열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BONUS TRACK 1. Stakra
류이치 사카모토의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는 당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류이치 사카모토가 지나온 과거의 시간 또한 담겨있다. 옐로우 뮤직 오케스트라(YMO)로 활동하던 당시의 영상을 비롯해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들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들은 암 발병 이후 새로운 앨범 작업을 준비 중인 현재의 시점과 비슷하거나 이질적이게 맞닿으며 진행되는데, 이 진귀한 자료들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팬들을 뿐만 아니라 그의 현재 모습만을 알고 있는 대중들에게 역시 흥미로운 지점을 선물할 예정이다.
BONUS TRACK 2. Fullmoon
모든 작업들이 현재의 그를 유의미하게 만들었지만 특히 그를 대중적인 아티스트로 만든 건 역시 영화음악이다. 동경하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 제의를 받은 직후, 영화음악도 맡겨준다면 출연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던 당돌했던 어린 아티스트에 대해 류이치 사카모토는 ‘꼬인 성격’이라고 언급하는데, 이처럼 과거의 류이치 사카모토를 현재의 류이치 사카모토가 만나는 지점은 또 다른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감독의 갑작스런 작업 요청에 일주일간 무려 45곡을 써야 했던 비화를 비롯해 녹음을 앞두고 곡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에 항의했다가 엔니오 모리꼬네와 비교 당하는 바람에 순순하게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일화들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직접 개인 소장하고 있던 자료들과 만나 보다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