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관광차 찾아온 사냥꾼들이 부시벅, 임팔라, 얼룩말, 누 등 야생 동물들을 뒤쫓으며 광활한 아프리카 들판을 내달린다. 그들은 총을 쏘고, 흥분해서 외치고, 죽은 동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백인 중산층 비판에 일가견 있는 울리히 자이델이 아프리카로 시선을 돌려 만든 다큐멘터리로 이번에는 휴가차 놀러 와 동물 사냥을 즐기는 백인들이 타켓이다. 그의 카메라는 백인 가족이 사파리에서 동물들을 죽이는 모습, 그들의 인터뷰, 그리고 서로 간의 대화를 일관되게 고정 샷으로 비춤으로써 관찰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문득 끼어드는 흑인들의 얼굴은 무언의 메시지를 담은 채 강렬한 주관적 인상으로 다가온다. 순간의 짜릿함이나 자존감 고취 등 극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지구상의 타 생물종을 서슴없이 살상하는 ‘개념 없는’ 백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살을 발라내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현지 흑인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파라다이스 3부작’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른 자이델의 최신작으로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소개된 후 부산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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