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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며느리

Myeoneuri - My Son’s Crazy Wife

2017 한국 12세이상관람가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 80분

개봉일 : 2018-01-17 누적관객 : 20,276명

감독 : 선호빈

출연 : 김진영 조경숙 more

  • 씨네215.50

난 정말 이상한 여자랑 결혼할 걸까? 어느 집에나 있는 이야기, 어느 집에도 없는 며느리!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짊어져 온
모든 억압과 착취에 맞서겠다는 B급 며느리 ‘진영’ 덕분에
오늘도 난 엄마와 진영 사이에서 등 터진 새우 꼴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이 나의 불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난 나의 불행을 팔아먹기로 했다.
나를 갈아 넣으면 멋진 다큐 하나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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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13)


전문가 별점 (4명참여)

  • 6
    박평식힘내라 며느리, 힘 빼셔 어머니, 잠자게 아들
  • 5
    이화정며느리의 목소리에 더 큰 확성기를 허하라
  • 5
    장영엽이게 다 누구 때문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 6
    김성훈아내 앞에선 아내 편, 어머니 앞에선 어머니 편, 잊지마세요
제작 노트
Hot Issue 1

다큐멘터리 전성시대의 정점을 찍을 B급 다큐가 온다!
보편적 갈등을 담아낸 순도200% 리얼 다큐에 쏟아진 찬사!
국내 각종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꽤(?) 쎈~ 영화!

지난 2017년 극장가에는 <노무현입니다>, <공범자들>, <저수지 게임> 등 정치적 성향을 띈 사회고발 다큐멘터리가 광풍을 일으켰다. 촛불정국과 맞물려 대중들이 영화에 기대하는 사회적 기능을 다큐멘터리가 충실히 담아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전주국제영화제, DMZ 다큐국제영화제, 춘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국내 유수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은 작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다. 고부간의 갈등을 유쾌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 이 다큐멘터리의 무엇이 찬사를 쏟아내게 했을까.
영화 가 주목받은 첫 번째 이유는 보편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적으로 거대한 사회적 갈등이 정리국면에 들어가면 대중은 저변에 깔린 다양한 보편적 갈등으로 눈을 돌린다. 그때 가장 먼저 발견되는 이슈 중 하나가 ‘가족 내 갈등’이다. 그런데 는 영리하게도 이 아이템을 먼저 담아냈다. 게다가 ‘B급 셀프고발 다큐멘터리’란 독특한 형식을 통해 웃음과 공감을 함께 잡았다.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김영진은 에 대해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시종일관 가벼운 관찰 톤의 카메라로 따라가면서 낡은 인습의 그림자를 자학적인 풍자로 담는다.”라고 소개했다.
공적 영역,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데 주력하면 됐다. 하지만 사적 영역, 보편적 문제를 다룰 땐 어떤 시선을 유지해야 할까? 여기서 가 주목받은 두 번째 이유가 나온다. 의 선호빈 감독은 고상한 연출이나 복잡한 화두 따윈 던지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보편적 문제를 향해 카메라부터 들이댔다. 어찌 보면 자신의 치부일 수도 있는 내 가족의 고부갈등이었지만 날 것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B급이라 선언했기에 더욱 자유로웠고 거침없었다. 이런 선호빈 감독의 무모한 용기는 영화제에 온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영화제 내내 ‘최고의 논쟁작’이 되어 영화제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그 결과 제4회 춘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쥐었고,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는 한국다큐쇼케이스 및 개봉지원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제18회 전구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경쟁작으로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제6회 원주여성영화제 개막작 선정, 제18회 제주여성영화제와 제10회 서울노인영화제 공식 초청되는 등 영화제 관계자들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이었던 <파이란>, <고령화 가족>의 송해성 감독은 “영화가 너무 유쾌하다 보니까 이걸 남들에게 더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중성도 있는데 영화제에서만 틀고 끝나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증명된 흥행잠재력을 바탕으로, 영화 가 새해 극장가에 신선한 충격과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Hot Issue 2

보고 나면 할 말이 더 많아지는 필람무비!
대한민국 고부갈등을 건드린 간 큰 다큐멘터리!
찰진 “후폭풍”이 더 기대되는 특급 프로젝트!

2016년 통계청 기준으로 1년에 약 8천 쌍이 고부갈등을 포함한 가족 내 갈등으로 이혼한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고부간의 갈등은 가장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이슈 중 하나다. 특히 TV를 켜면 매일 다양한 버라이어티 쇼와 예능, 다큐멘터리에서 고부간의 갈등을 얘기한다. 또, 아침 저녁 드라마에선 ‘막장’ 장르로 고부간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렇게 끊임없이 소비해도 여전히 화젯거리를 낳고 있는 ‘고부간의 갈등’이지만 정작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에선 제대로 다뤄본 적이 거의 없는 소재이다. 사실상 누구나 알고 있기에 드러내고 얘기하기를 꺼렸던 금기인 셈이다.
극영화 중에서는 1997년 김성홍 감독, 윤소정, 최지우 주연의 <올가미>가 스릴러 장르를 통해 ‘고부간의 갈등’이 내재한 폭발적 위험성을 담아내며 크게 주목 받았다. 당시 브라운관 스타였던 최지우는 이 영화를 통해 제18회 청룡영화상과 제34회 백상예술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바 있다. 직접적인 ‘고부갈등’을 다룬 건 아니지만 2014년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황동혁 감독, 심은경, 나문희 주연의 <수상한 그녀>에서는 오말순(나문희 分)의 직접적인 가출원인으로 며느리 애자(황정민 分)와의 갈등이 등장한 바 있다. 역시 가족간의 갈등에 대한 섬세한 터치로 호평 받은 부분이다. 이렇게 극을 통해 ‘고부간의 갈등’을 그렸던 이유는 너무 익숙하지만 너무 민감한 소재였기에 리얼로 다루기 부담스러웠던 면이 크다. 하지만 는 이를 정면 돌파하며 너무 익숙한 갈등을 수면 위로 올려 소통의 장으로 끌어낸 것이다.
더불어 영화 속에서 조금 과장되게 보였던 캐릭터들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3년여의 시집살이 끝에 B급 며느리가 된 진영을 남편인 선호빈 감독은 ‘독특한 캐릭터’라고 말하지만, 사회적 통념에서 보면 그 시작은 평범했고 오히려 모범적이었다. 진영은 친정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둘째 딸이자 대학 입학하자마자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한 재원이었다. 시어머니 경숙도 처음 시집왔을 땐 숙맥에 가까운 여린 성격이었고, 지금도 구연동화 자원봉사를 다니는 따뜻한 성품의 여성이었다. 문제는 두 사람이 며느리와 시어머니로 만났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두 사람이 맞게 되는 극적 변화는 영화 속엔 담기지 않았어도 스크린 너머 관객들은 다 알고 이해한다. 그래서 누구든 를 보고 나면 며느리 진영의 편에 서서, 시어머니 경숙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토로할 수 있다. 물론, 사이에 낀 남편이자 아들 호빈의 입장에서 얘기할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진영을 B급 며느리로 만들었는지, 무엇이 경숙을 깐깐한 시어머니로 만들었는지, 무엇이 호빈을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로 만들었는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다는 공감대 또한 갖고 있다. 다만, 를 본 후 가족끼리 고부간의 갈등을 얘기하면 더 과감한 날 것 그대로의 얘기를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고부갈등 문제는 조금 더 성숙한 대화의 국면으로 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은 있고, 이제 전국 극장이 바로 그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Hot Issue 3

남성 감독이 그린 시월드?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는 셀프고발 다큐멘터리!
선호빈 감독, 에밀레 프로젝트의 종지부를 찍다!

영화 에서 시종일관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 남자가 있다. 진영의 남편이자 경숙의 아들,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역할은 바로 의 감독 선호빈이다.
그는 지난 2011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투표권을 둘러싼 교내 갈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즈>로 장편 데뷔해 제37회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언급상을 수상하며 뜨겁게 주목 받았다. 그런 선호빈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영화가 바로 이다.
를 시작할 당시, 선호빈 감독은 말 그대로 겁 없이 ‘고부간의 갈등’을 건드렸었다고 말했다. 처음 촬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내 진영의 부탁이 있었다고 했다. 매번 말이 바뀌는 시어머니의 말을 비디오로 찍어달라는 부탁. 하지만 감독 자신도 이미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문제에 봉착하면 카메라를 켜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본능도 꿈틀거렸다고 말한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동료 감독들이 선호빈 감독이 촬영해 놓은 영상을 보고 재미있어 한 것이다. 그 모습에 선호빈 감독은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 수 있겠단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해 4년여의 기간 동안 300회에 육박하는 촬영으로 700시간 6테라 분량의 영상을 찍은 결과 선호빈 감독은 가 “한때 여자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과거 자신에 대한 반성의 기록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 속한 가족 내 갈등을 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호빈 감독은 그래서 를 스스로 ‘에밀레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인신공양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었다는 성덕대왕 신종의 에밀레종 전설처럼 자신의 뼈와 살을 갈아 넣으면 좋은 다큐 한편 만들 수 있을 거란 의미로 붙인 명칭이었다. 그럼에도 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겨운 프로젝트였다.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도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내야 했고, 편집과정에선 그 힘들었던 순간을 반복해서 돌려봐야 했다. 또, 스토리를 구성할 땐 아내 진영과 어머니 경숙의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도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한다. “둔감한 남성 감독으로서 를 만드는 과정은, 장님이 코끼리를 설명해야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를 촬영하며 부모님 댁을 더 자주 찾게 되고, 친척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와는 평생 할 대화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한 것 같아 기뻤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선호빈 감독은 “를 통해 저와 비슷한 일을 겪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라며 영화 개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부갈등에 대해 얘기하고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Production Note 1

촬영기간 4년, 촬영 회차 297회, 촬영분량 6테라 700시간!
그럼에도 다 담아내지 못한 고부간의 전쟁 이야기!

비슷한 제작비 규모의 독립영화들의 평균 제작기간이 1개월 이내, 촬영 회차 20회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다큐멘터리의 촬영 기간과 회차는 극영화보다 훨씬 길고 많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의 촬영분량과 기간은 엄청나다. 1년 4개월 동안 400시간 분량을 촬영했다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나 3년여를 촬영했다는 <워낭소리>에 비해서도 의 촬영 분량은 엄청나다. 선호빈 감독은 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아내 진영의 요구였다고 말하고 있다. “진영이가 저한테 비디오 촬영을 부탁했어요. 매번 다른 얘기를 하는 어머니 때문에 증거를 남겨달라는 것이었지요.”라고. 그렇게 시작된 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297회 이르는 촬영을 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결혼식 비디오처럼 촬영 회차에 포함되지 않은 컷들도 많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 어떤 극영화보다 많은 장면들이 스쳐가고 별거 아니라 여겼을 가족 내부 갈등에 대해 그 어떤 사회적 갈등보다 할말이 많았던 것이다.


Production Note 2

누가 그녀를 B급으로 만들었나!
순도 200% 유쾌한 리얼 캐릭터들로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다!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중에서 이토록 캐릭터들이 톡톡 튀었던 작품이 있었던가 싶다. 2017년까지만 해도 수많은 인물 다큐멘터리가 개봉됐지만 평전 성격의 전형성을 띈 작품이 많았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만한 인물들은 대부분 공적 영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엉뚱 발랄 개성 넘치는 사람들로 다큐멘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며느리가 꿈꾸는 명절에 시댁 안 가기에 성공한 뒤 기뻐하는 B급 며느리 ‘진영’, 차마 그 사실을 이웃에 말하지 못해 사고 났다 변명하는 시어머니 ‘경숙’,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철없는 남편이자 아들 ‘호빈’까지. 뿐만 아니다. 어느 집안 고부갈등에나 끼어있는 시아버지, 고모, 처제, 시동생까지 나와 고부갈등에 관한 뻔한 얘기들을 개성 있게 쏟아낸다.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이런 다양한 캐릭터 열전이 에서는 영화적 재미를 북돋고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선호빈 감독은 극영화 방식의 편집을 선호하는 자신의 연출성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Director’s Q&A

1. 데뷔작 <레즈> 이후 7년 만의 작품입니다. 데뷔 당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주목 받은 것에 비해 차기작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이유가 있나요?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갑작스레 아이가 생기고 진영과 결혼하면서 좀 오래 걸렸습니다. 아이가 생겼을 때는 첫 장편 <레즈> 발표 후 야심 차게 차기작을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 다음날이 결혼식이었는데, 상 받았다고 빨리 오라는 전화가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나 내일 결혼한다, 다 필요 없다.”라고 말하고 혼자 있었습니다.
그땐 제 두 번째 작업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런데 이거 스포일러 아닌가요?

2. 가족, 특히 아내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직접적인 계기는 진영이가 저에게 비디오 촬영을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만날 때마다 다른 얘기를 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증거를 남겨달란 것이었죠. 어머니에겐 죄송하지만 일종의 ‘채증(採證)’이었습니다. 내적으로도 이 모순과 갈등에 대해서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있던 차였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곤란한 상황에서 카메라를 켜는 습성이 있는데. 그 시기 진영과 어머니 사이의 갈등은 저에게도 가장 곤란한 상황 중 하나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동료 감독들에게 촬영 소스를 보여줬는데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그 반응을 보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들어 본격적인 제작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3. 남성 감독으로서 고부갈등을 다루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느 날, 우리 부부는 부부싸움을 합니다. 소리 높여 서로를 비난합니다. 저는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냅니다. 이 행동으로 진영이는 더욱 화가 납니다. 이럴 때에는 좀 비참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찍는 ‘사적 다큐멘터리’는 그 자체로서 사람을 굉장히 지치게 하더군요.

더 큰 어려움은 스토리를 구성할 때 왔습니다. 제가 고부갈등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봐도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고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갖게 됐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해준이의 옷을 가지고 왜 그리 심각하게 싸웠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젠장 그건 그냥 옷이잖아...’라고 생각합니다.
둔감한 남성 감독으로서 를 만드는 과정은, 장님이 코끼리를 설명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일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4. 촬영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편집할 때였습니다. 모든 부부는 망각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죽일 듯 싸워도 내일 함께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건, 어제의 감정을 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편집과정에서 피 튀기는 부부싸움을 수십, 수백 번 돌려봐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때 좀 우울증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논리를 이해하게 되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엔 싸우지 않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5. 반대로 순간 혹은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었나요?

기뻤던 순간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전반적으로 괜찮았다고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를 제작하며 부모님께 더 자주 찾아가고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고모, 이모, 사촌 형도 찾아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툼도 있었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버지와는 평생 해보지 않을 분량의 대화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6. 다큐멘터리이지만 등장인물들이나 상황들이 과장됐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의 모습과 영화 속 모습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실제로는 영화보다 훨씬 처절하고 극단적이었습니다. 그 수위를 숫자로 표현하자면 실제의 30% 수준만 영화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결혼한 지 오래된 선배들은 영화를 보고 별로 놀라지도 않더라고요. 삶은 정말 잔인한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과장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극영화적인 편집 방식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연출 성향이기도 하고 상업극영화를 많이 만든 문인대 편집기사님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저는 정보와 메시지 전달보다는 감정과 이미지의 흐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영화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아들이자 남편이 그야말로 일상 속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인물들이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머니는 촬영감독이 있을 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시려 했습니다. 저와 단둘이 있을 때만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진영이의 경우는... 원래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7. 영화 촬영 후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달라진 점은 없었나요?

영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지금 큰 충돌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올 겨울엔 함께 김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로에게 적절한 선과 거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너무 큰 갈등을 겪고 나면 서로 조심하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지 갈등의 씨앗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저는 항상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더 이상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으니 좋아하십니다.

8. 차기작으로 다루고 싶은 소재나 이야기가 있나요?

감독들이 다 그렇듯이 머리 속에 생각은 많습니다. 다큐멘터리도 있고 극영화도 있습니다. 감독으로서 에 아쉬운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젠더 관점의 문제를 좀 더 탐구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아마 다음에도 제가 가장 고민하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요?
간혹 의 속편을 기대한다는 관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찍는 것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습니다.ㅠㅠ

9. 를 볼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이 영화가 저와 비슷한 일을 겪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영화 속에서 ‘평범한 고부갈등’이라는 심리 선생님의 말이 제게 큰 위안이 되었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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