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중이 잘 보살펴줘"
생활고에 시달리는 철중은 방에 누워 생활하는 중증장애인 여동생 미중을 보살핀다. 미중은 오빠의 친구 창기에게 마음이 있다. 그러나 창기는 미중 옆에 가기조차 꺼린다. 거동조차 할 수 없이 꼬인 몸뚱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투, 터져버릴 듯 거대해진 몸, 이 모든 것이 창기가 미중을 싫어하는 이유다. 미중을 위해 철중은 여러 차례 창기에게 잠자리에 들 것을 부탁한다. 철중이 부탁과 협박에도 창기는 미중에게 사랑 따위 줄 생각이 없다. 한편 지적 장애인 덕호는 미중을 보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철중은 덕호가 미중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못마땅해하는데....동영상 (3)
- 제작 노트
-
[ABOUT MOVIE1]more
"더티로맨스"
우리 모두의 더러운 사랑이야기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철중은 지체장애인 여동생 미중과 함께 살고 있다. 미중은 섹스에 집착한다. 철중은 친구인 창기를 협박하여 여동생과의 잠자리를 요구한다. 창기는 술기운을 빌려 억지로 잠자리를 갖는다. 미중은 쾌락과 사랑에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빠 철중은 슬픔에 젖는다.
영화 <더티로맨스>의 시퀀스 일부이다. 영화는 섹스에 집착하는 여성 중증 장애인 미중의 심리와 행위를 포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성격과 행위는 다소 거칠고 과장된 기법으로 표현된다. 한편으로 불편할 수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현실적인 장면들이 가슴에 울림을 남긴다.
국내외를 포함한 많은 영화가 장애인의 연애나 사랑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장르와 표현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가 향하는 지점은 ‘인권’이다. 영화 <더티로맨스>는 기존의 영화와 달리, 온전히 ‘로맨스’에 집중한다. 장애인이라서 더 슬프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배제하고, 모든 인간이 가진 결핍 그 자체에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더티로맨스>의 주인공이 장애인이지만 결코 ‘인권’영화로 비춰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영화 결말 부분에서 미중은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놓인 지적 장애인 덕호와 사랑을 나눈다. 영화 초반에 미중이 희망하던 비장애인과의 로맨스는 결국 실패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미중의 로맨스가 끝난 것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비장애인들의 방식처럼 미중이 또한 그저 '다음사랑’을 시작할 뿐이다.
결국 영화 <더티로맨스>는 장애인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모두의 더러운 사랑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이다. 12월 2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ABOUT MOVIE2]
남들과 조금 다른 러브스토리
영화 <더티로맨스>
극심한 장애로 거동할 수 없는 미중은 오빠 철중의 친구인 창기를 짝사랑한다. 철중은 창기를 협박하고, 결국 창기는 어쩔 수 없이 미중과 잠자리를 갖게 된다. 창기와의 재회를 바라던 미중. 그러나 창기는 사라진다. 한편 미중을 짝사랑하던 지적장애인 덕호가 나타난다. 철중은 덕호에게 미중 근처에 얼씬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미중은 창기에게 받은상처를 덕호를 통해 회복하기 시작한다.
<더티로맨스>는 경제적 궁핍과 장애를 가진 이들의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사랑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투박하고 때로는 지저분하다. 일례로 오빠인 철중과 여동생 미중을 위해 비장애인 친구를 ‘성적도구’로 노리는 장면은<더티로맨스>의 성격을 말해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동생에 대한 오빠의 진심어린 애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주요 로케이션이 재개발을 앞둔 서울의 한 동네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낡고 투박한 질감이 영화에 그대로 살아난다. 반면 주인공의 방은 외부세계와 전혀 다른 색채와 질감을 나타냄으로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낸다.
영화의 로케이션만큼이나 분명한 색깔을 가진 것이 바로 캐릭터이다. 영화에는 앞서 말한 남매 이외에도 장애인 엄마를 둔 창기, 지적장애인 덕호, 성폭행범 창수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독립/예술영화치곤 많은 수의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유기적으로 엮기 캐릭터들 간의 관계 덕분에 영화는 더욱 밀도 있게 흘러간다.
이 때문에 <더티로맨스>는 26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노미네이트, 11회 미국판페스트영화제 초정되는 등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연출을 맡은 이상우 감독은 ‘장애인의 사랑이나 섹스, 연예를 편견의 시선을 두고 그들의 인권을 위한다는 등의 컨셉을 철저히 배제했다.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모두가 핸디캡을 갖고 살아간다. 더티로맨스에 등장하는 장애인 캐릭터는 그저 핸디캡을 가진 캐릭터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사랑이야기일 뿐이다’고 밝혔다.
이상우 감독 <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바비> 등으로 유수의 국내외영화제에서 연출력을 인정받는 독립/예술영화의 대표적 감독이다. <더티로맨스>는 11번째 연출작으로서 12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ABOUT MOVIE3]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빈곤층까지... 사회적 약자를 다룬 더티로맨스
영화 <더티로맨스>에는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빈곤층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캐릭터이다. 대다수의 영화가 안타고니스(맞상대)를 강하며 권력을 지닌 것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감독은 주인공이 맞서고 극복해야할 안타고니스를 인물에 투영시키지 않았다. 되레 대한민국의 시스템 혹은 사회적인 압력 등을 ‘보이지 않는’ 맞상대로 설정했다. 겉으로는 인물과 인물이 대립하지만, 그 실체는 인물과 대한민국 제도 혹은 압력과의 대립임이 분명하다.
사회적 약자는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 더 밝은 미래’를 위해서 제도적으로 보호되어야할 대상이라고 들어왔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엮인 사회적 제도가 존재할지라도, 사회적 약자들의 추락을 온전히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티로맨스>는 사회적 제도라는 그물망으로도 건져내지 못한 ‘약자 중의 약자’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주인공인 미중은 여성, 중증장애인, 빈곤층이 중복되는 지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누군가의 성적대상이 되며,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으며, 먹고 싶은 자장면 한 그릇 사먹을 돈이 없다. 심지어 비슷한 위치에 놓인 사회적 약자 캐릭터에게 까지 멸시 당하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함께 고통 받고 멸시받는 ‘동지적 관계’에 놓인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이를 사랑하는 덕호는 지적장애를 겪고 있다. 못난 외모이나, 자신과 미중이가 겪는 고통의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장애’에 관한 미중과 덕호 공감대는 사랑으로 이어진다. 미중에게 필요한 것은 우월한 지위를 가진 이의 도움과 보살핌이 아니다. 고통조차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사회적 비교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보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에서 지위가 낮은 이들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서 안도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보다 낮은 지위의 누군가를 찾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낮은 지위의 누군가와의 비교가 아니라, 동일한 위치에 있는 이들과의 공감인 것이다.
영화 <더티로맨스> 속 미중과 덕호의 관계처럼, 고통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사회적 약자들 또한 헐거워진 제도적 그물망 위에서 아슬아슬하게라도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영화 <더티로맨스>가 담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