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 해 드릴게”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입 소문을 얻으며 박카스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 이웃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동영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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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팔고 사는 노인들, 그리고 그들의 삶과 죽음
노인 문제, 트랜스젠더, 장애 등 우리 사회가 들여다 보려 하지 않는
소외된 삶을 진지하지만 담담하게 들여다보는 <죽여주는 여자>
누구도 삶에서 살아서 나갈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삶의 마지막 의례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시스템적으로 없는 한국 사회, 노인 빈곤률,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고속 성장의 현대사를 통과하며 정작 성장의 동력이었으나, 노년을 홀로 가난 속에 보내야 하는 노인들, 생존을 위해 유일하게 가진 몸을 팔아야 하는 주인공과, 죽는 것보다도 못 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주변 노인들을 통해 <죽여주는 여자>는 한국 영화가 다룬 적 없는 무거운 소재를 영화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그녀와 한 가족처럼 지내는 이태원 집의 이웃들로, 트랜스젠더 집주인, 장애인이자 저소득층 청년, 한국이 낳았지만 거두지 않은 코피노 소년 등으로 남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을 배치했다. 자칫 무겁거나 비장하거나, 신파로 흐르기 쉬운 소재지만 <죽여주는 여자>는 주인공 소영이 자기 삶에 떳떳하듯, 힘들지만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이웃들과의 드라마로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공감을 선사한다. 또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조력자살이라는 무거운 테마조차 소영이 결심하게 되는 과정을 차분하고 인간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녀의 마음이 옮아가는 과정을 관객이 함께 하게 한다. 언제나 있어왔지만 아무도 돌아본 적 없는 우리 사회의 이면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화두를 <죽여주는 여자>는 소재에 매몰되지 않고, 웃음과 눈물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그려낸다.
윤여정, ‘죽여주는 여자’가 되다!
만날 때 마다 새로운 시도, 영화 친구. 윤여정과 이재용 감독의 세 번째 만남!
두 사람의 첫 만남인 <여배우들>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초유의 시도로, 실제와 허구의 경계가 어디인지 관객이 헷갈리는 그 지점에서 극적 재미를 창조해냈다. 그 때부터 배우 윤여정, 인간 윤여정이 가진 실제 성격을 영화적으로 인용해냈던 이재용 감독은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에서는 감독이 현장에 없는 사이 돌아가고 있는 카메라 앞 진솔한 윤여정의 모습을 또 한번 담아냈고,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첫 번째 극영화인 <죽여주는 여자>는 윤여정에게 성과 죽음을 파는 여자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안겼다. 쿨하고 모던한 이미지, 나이와 무관하게 삶 자체가 스타일리시한 이미지인 윤여정에게서 제 몸 하나로 먹고 사는 밑바닥의 삶을 사는 여자를 끌어내겠다는 시도.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조력자살’에 뛰어드는 여자라는 이중고를 선사한 이재용 감독의 시도는 남과 여를 막론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윤여정 특유의 매력과 어떤 역할이건 관객을 납득시키는 표현력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을 단 한 명의 ‘죽여주는 여자’ 소영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죽여주는 여자>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재용 감독에게 기꺼이 페르소나가 되어, 그의 시도를 든든히 받쳐 주는 배우 윤여정. 두 친구의 강한 신뢰가 함께 만들어낸 영화다.
HOT ISSUES
전 세계가 먼저 반했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국제영화제 각본상, 여우주연상 수상!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을 비롯,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40회 홍콩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이재용 감독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다세포 소녀>(2006),<여배우들>(2009),<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3)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에 이어, <죽여주는 여자>로 다섯 번째 베를린영화제에 입성했다. 현지로부터 ‘노인의 성과 죽음이라는 음울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따뜻함과 위트, 통찰력을 잃지 않은 이재용 감독’(영국 업커밍 The Upcoming), ‘현대 한국 사회의 주변부에 속한 인물들이 부딪히는 문제들을 보여주는 그 한 가운데서, 윤여정이 빛나도록 해 준 영화’(미국 트위치필름 Twitchfilm) 등 성과 죽음을 파는 여자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특유의 위트와 스타일로 그려낸 연출력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50년 연기 인생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보여준 배우 윤여정은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 버라이어티(Variety)는 "윤여정은 1971년 <화녀>로 데뷔한 이래 영화와 TV를 오가며 중요한 역할들을 맡아왔지만, <죽여주는 여자>는 윤여정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 인생작 중 하나(one of Lifetime achievements)로 기록될 것이다’ 라며 극찬을 하였고, 배우 윤여정의 호연에 대한 호평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HOT ISSUES
화려함과 낡음이 공존하는
종로 탑골 공원, 장충단 공원, 이태원
오랜 역사와 사연을 가진 서울 로케이션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주요 공간은 서울, 특히 도심 속에서 낡은 상징이 되어버린 오래된 공원과 다양한 외국 문화가 함께 있는 이태원이다. 탑골 공원은 종로에 위치한 서울 최초의 근대식 공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십층석탑, 보물 제3호인 원각사비가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3.1 운동의 발상지로 처음으로 독립 선언문을 낭독하고 만세를 외친 곳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오랜 역사를 함께 보낸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내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이재용 감독은 “낡고 오래된 상징 같은 탑골 공원은 가난과 소외 속에 곧 죽어갈 운명인 노인들을 닮고 있다”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한 모습으로, 공간에 대한 의미를 담아냈다. 장충단 공원 또한 장충단비, 수표교 등 문화재를 비롯하여 3·1운동 기념비, 만해 한용운 시비와 유관순 동상 등 역사를 간직한 공원이다. 이태원은 70~8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낡은 양옥집이 아직도 남아있는 가운데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화려함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다양한 외국문화가 모여있는 곳으로 하나로 쉽게 규정짓기 힘든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골목, 외국인들, 오래된 상점들이 모여있는 이태원은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함께 모여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