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범전동. 조용하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민방위 훈련을 알리는 익숙한 사이렌이 들려온다. 내리던 비가 그치면서 날이 개고 바람이 느껴진다. 동해남부선 위를 달리는 기차가 일으킨 것인지, 아름다운 초원 ‘캠프 하야리아(Camp Hialeah)’에서 불어온 것인지 묘연하기만 한 그 바람은 ‘사라진 마을(돌출마을)’을 지나 ‘붉은 골목(300번지)에 이르고 ’굉음‘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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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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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초원 근처에 살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켜보던 풍경은 다음과 같다. [일장기가 불탄다. 전쟁이 끝났다. 감만 8부두를 통해 부산에 상륙한 미군은 넓은 초원을 발견한다. 일본이 차지하고 있던 초원. 미군은 그 초원위에 기지를 세운다. 다시 전쟁이 발발한다. 성조기가 펄럭인다. 성조기가 불탄다. 미군이 떠나기 시작한다. 미군이 머물던 초원을 돌려받았다. 초원은 이제 공원이 되었다.] 이 모든 풍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