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사실주의로 주목 받았던 <버팔로 보이>(2004)의 감독, 민응뉴엔보의 신작.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SF인 < 2030>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대부분의 육지가 물에 잠긴 베트남 남부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그린다. 물, 수평선, 수장(水葬)을 특유의 서정성을 드러내는 주제적 이미지로 사용하는 가운데, 남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사오의 투쟁과 삼각 로맨스가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직조된다. 디스토피아를 그리기 위해 장르 클리셰로 치장하고 있긴 하지만, 이 세계는 여전히 베트남의 현실을 품고 있다. 물에 잠긴 대지와 보트하우스에서의 삶은 홍수로 피해를 입은 남부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사오의 전 애인이 개발한 유전자변형작물을 판매하는 거대기업은 기업자본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현재 베트남의 현실을 연상시킨다. 이것이 물과 민족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 ‘nước’를 원제로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그들의 삶은 거대한 환경변화에 취약하고 유동적이다. 밀려오는 물살을 따라 기울어진 앵글과 출렁이는 카메라, 파노라마 쇼트는 물 위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죽음을 매혹적으로 담아낸다.
(조혜영/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more
(조혜영/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