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데뷔 이후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이끈 거장 감독 중에 한 명인 차이밍량의 또 다른 명상 영화. 영화는 레오 카락스의 페르소나인 드니 라방의 익스트림 클로즈업에서 시작한다. 이전까지 어느 관객도 드니 라방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의 디테일을 이렇게까지 관찰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행자>(2012)이후 탐구해 온 극도로 느리게 걷는 불교 수행중인 그의 페르소나 이강생을, 이번에는 프랑스 마르세이유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배경으로부터 확연히 도드라져 보이는 붉은 승복을 입은 이강생은, 승려를 연기하고 있다기 보다는 완전히 승려 그 자체 같아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와 대비되는 배경의 이미지와 사운드로 구현된 디테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한 듯 지나치지만 어느새 드니 라방이 그의 행적을 쫓고 있다. 관객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영화매체를 통해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확장해온 감독이 영화라는 것을 새로운 차원의 예술로 초월시켜버렸음을 증명한다.
(박성호/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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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