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갑자기 사라지고 난 후, 소년은 황하 계곡의 거친 황무지를 따라 떠돈다. 소년은 엄마에게서 온 편지 밖에 가진 게 없다. 그는 직업을 구하다 탄광마을에 머물게 되지만 힘든 노동에 지치고, 어른들은 그를 폭력적으로 대한다. 소년은 탈출하여 또래의 거친 소년 도둑들과 함께 어울린다. 그는 아편에 빠지고, 아편 굴에서 지내는 어른들 틈을 헤집고 다니기도 하며, 벼랑에서 뒹굴 때도 있다. 영화는 미로 속으로 빠져든 처지가 되어버린 가련한 소년을 따라가며 소년이 온몸으로 보고 체험하고 느끼는 것들을 바로 곁에서 지각하도록 이끈다. 도시공원에서 어른들의 단체 춤과 화려한 불꽃놀이를 구경하기도 하기지만, 그는 다시 황무지로 돌아와 굳게 닫힌 문을 열어서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본다. 소년의 가도가도 끝이 없는 미로 속 세상은 엄마에게서 벗어나 성장해야하는 어린아이의 공포감을 상징한다. 꿈 속 세계에서 본 것 같은 언캐니한 풍경은 흑백으로 묘사되는데, 카메라를 든 감독은 척박하고 초라한 현실에서 아름다움의 작은 조각들을 포착하려고 한다. 하루 동안의 여정에서 겪은 소년의 공포, 걱정, 분노, 좌절, 타락, 즐거움, 희망 등 수많은 감정은 기나긴 인생의 여로에서 감당해야 할 것들이며, 영화를 이를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정민아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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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