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은 1만명 이상의 사상자와 수백만 명의 이재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닉과 차이 부부의 네 자녀도 포함되어있다.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부실한 자신들의 집보다 더 튼튼하게 지어진 이웃 집으로 아이들을 피신시켰지만, 오히려 그날의 선택이 되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게 되었다. <닉과 차이: 가슴에 묻은 이름들>은 태풍으로 아이들을 잃은 그날로부터 4개월 뒤, 절망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닉과 차이의 일상을 따라간다.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그저 무기력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을 복구작업을 돕고 이웃에게 도움을 주거나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려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 부부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모습을 조용히 따라가는 카메라는 여전히 치유 불가능한 상처에 힘겨워 하는 이들의 감정과 고통을 차곡차곡 담아낸다.
(김영우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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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