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은 영화 촬영을 위한 로케이션 답사를 하고 최근 연애사로 입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할 겸 핑계 김에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그곳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고 좋았던 지난 추억들을 마주하게 되며, 자신의 근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과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영화는 일을 핑계로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고향을 찾은 한 남자의 고독하고 상처입은 내면을 조용히 따라간다. 주인공은 주변과 섞이지 못한 채 그 어떤 것에도 심드렁해 보인다. 영화 초반 홀로 떠돌며 사색에 잠기는 그의 카메라가 담는 풍경들은 지극히 황량하고, 우리가 마주하는 스크린의 풍경도 대부분 생동감이나 활기가 배제되어 있다. 이런 폐허의 느낌은 곧 인물의 심정과 맞닿기에, 영화는 전체적으로 우수와 고독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그런 영화가 이윽고 활기를 띠게 되는 것은 우정과 사랑의 힘 덕분이다. 인물의 내적 상황을 일관되게 연출한 힘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새로운 관계에 대한 희망을 열어놓는 마지막 샷 또한 과장 없이 깔끔하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