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미완의 단편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이 영화는 인생의 모든 것을 얻은 한 남자가 요새와 같은 아파트 단지 내로 이사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에서는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영화에서는 한 중년 남자가 등장하며, 카메라는 새 건물에 이사온 뒤 극도로 안전과 소음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전혀 집의 안락함을 누리지 못하는 그의 강박적인 모습에 집중한다. 특히 노숙자들로 대변되는‘ 외부 세력’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의 사적 공간을 침식해 들어오는 상황을 섬뜩하게 잘 표현한다. 위협적인 각도와 사선 구성이 자아내는 불안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며, 고압적인 빨간 건물, 어둠 속에서 구획된 채 생존하는 비인간적이고 메마른 인간군상들, 지하의 어둠 속에서 몰래 움직이는 빈민 등 곳곳에서 황폐한 현대 사회에 대한 지시를 엿볼 수 있다. 잿빛의 음침한 화면 속에서 점차 황폐해지는 건물과 닮아가는 인물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출하였으며, 구성과 영상미에 있어서 신인이라 믿기지 않는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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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수상내역
-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상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