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젤소미나는 양봉을 업으로 하는 시골 집안의 맏딸로 여동생 셋을 돌보며 아빠의 일을 돕는다. 그녀의 집은 외부와 유리된 채 아버지가 정한 특별한 규칙하에 돌아간다.‘ 세상의 종말’에 대비해 아버지가 고립된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느 날 소년원 출신의 남자아이가 이 집에 위탁되고, 꿀 만들기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젤소미나는 소년에게 관련된 일들을 가르쳐준다. 한편 전통을 가장 잘 보존해온 가정을 뽑아 상을 주는 TV쇼 <컨츄리사이드 원더스>가 그녀가 사는 지역을 찾아오면서 젤소미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가족들을 설득한다. 문명화된 일상과 동떨어진 삶은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 자전적 영화가 주는 감동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춘기 소녀로부터 비롯된다. 리얼리즘적인 장면들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공존하도록 한 개성적인 연출이 주목할 만하며, 이 두 번째 장편으로 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감독 알리체 로바허는 이제 이탈리아 차세대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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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